전문가 "수요자 공급 착시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해"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정부가 7일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핵심은 수도권 공공택지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전담해 직접 시행하는 것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번 조치를 통해 2030년까지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총 37만2000가구의 주택을 착공하겠다는 목표를 내놨다.
그간 공공택지는 LH가 조성한 부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분양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경기 상황에 따라 분양 일정이 지연되거나 미(未)매각 물량이 늘어나면서 공급 불확실성이 커졌다. 정부는 LH 단일 시행 전환을 통해 공급 속도를 높이고 안정적인 공급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LH가 시행을 전담하면서 재정 부담과 사업 효율성 문제가 불거진다. LH는 2022년부터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됐으며, 영업손실도 예상되는 상태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LH는 기존 택지 수입과 정부 자금, 채권 발행 등을 통해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며 “민간참여형 도급사업 구조로 시공 자금을 민간이 조달하고 발생 이익을 나중에 회수하는 방식이어서 직접 시행 부담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품질 저하 우려도 있다. 공공주택은 저렴하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획일적이고 저품질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국토부는 “직접 시행 물량도 민간 도급형으로 추진해 설계구조를 차별화할 것”이라며 “분양·임대 물량을 구분하고, 임대주택은 중산층도 입주 가능한 ‘기본주택형’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주거복지 로드맵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시장의 관심은 분양가 안정 효과다. 정부는 “LH가 직접 시행하는 공공분양은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적정 수준으로 공급된다”며 “민간 건설사는 시공만 맡고 자사 브랜드는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의 배경에는 공공택지 공급 실적 악화도 자리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용갑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중구)이 LH 자료를 분석한 결과, LH의 공공택지 공급은 2017~2021년 연평균 286만9000㎡(87만평)이었으나 2022~2024년에는 연평균 188만6000㎡(57만평)에 그쳤다. 연평균 98만3000㎡(30만평) 감소한 셈이다.
또 LH가 민간에 매각하지 못한 공공택지는 2017년 343만5000㎡(104만평)에서 2021년 192만3000㎡(58만평)까지 줄었으나, 건설경기 침체 여파로 2024년에는 133만6000㎡(40만평)를 기록했다.
박용갑 의원은 “정부가 공공택지를 활용해 주택을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국민 주거 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면서 “공공택지를 민간 건설사에 매각해 주택을 공급하려고 했던 지난 정부의 공급 정책이 사실상 실패한 만큼 민간 의존도를 낮추고, LH가 공공택지를 직접 시행하도록 전환해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단기 효과와 장기 리스크를 동시에 짚는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주택 공급 관리 목표를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현실화해 계획과 준공 시차의 괴리를 줄이는 전략은 수요자의 공급 착시를 최소화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중장기적으로 정부의 강력한 주택 공급 의지를 보여줌으로써 실수요자들의 불안을 다독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이번 대책은 장기 공급 처방과 단기 수요 억제 정책을 동시에 펼치는 ‘양동작전’ 성격”이라며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공급 부족 불안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공공분양은 가격 안정 효과가 있지만, 민간의 창의적 설계와 상품성이 약화될 수 있는 만큼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올 하반기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를 검토해 약 3만가구를 확보하고, 3기 신도시 교통대책도 신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LH가 전면에 선 이번 공급 전략이 ‘분양가 거품 제거’와 ‘공급 속도전’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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