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하락으로 CB 리픽싱...올해만 3회
'오너 3세' 백인환 대표 지분 확대 기회
| 한스경제=이수민 기자·김동주 기자 | 대원제약이 전환사채(CB) 전환가액(리픽싱) 조정에 이어 보유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주주가치 희석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분 증여 등 오너 지배력 확대를 위해 고의적으로 주가를 하락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눈총을 받는다.
대원제약은 지난 2일 에이치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를 대상으로 보유 자사주 전량(99만4144주, 4.43%)을 활용, 159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모두 0%로 책정됐으며, 최초 교환가격은 1만5951원으로 기준가 대비 22% 할증이 적용됐다. 풋옵션(조기상환청구권)은 발행일로부터 2년이 경과하는 2027년 9월 9일부터다.
대원제약은 EB 발행 목적에 대해 사업 운영자금 확보라고 명시했지만, 업계 반응은 탐탁지 않다. 정부와 여당이 9월 정기국회에서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포함한 3차 상법개정안 처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을 우회하기 위해 EB를 발행한 것 아니냐는 게 자본시장 안팎의 지적이다.
교환사채는 일반 회사채보다 금리가 낮아 자금조달에 용이하지만, 일정 기간이 지나면 투자자가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다. 즉,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주주환원 목적의 주식을 EB로 활용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꼼수’라고 비판한다.
대원제약은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약 2600억원, 순자산은 2800억원 수준이다. 1년 이내 현금화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약 1140억원이다.
또한 유동비율은 120.2%로 안정적이고, 부채비율은 107.7% 수준에 불과하다. 특히 순차입금의존도는 48%로 안정적이다.
EB 발행과 함께 리픽싱(전환사채나 신주인수권부사채 등에서 전환가액 또는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주가 변동에 따라 조정하는 제도)도 단행했다.
앞서 대원제약은 지난달 25일 전환사채의 전환가액을 1만3090원으로 조정했다. 올해 들어 3회에 걸친 리픽싱이다. 지난 2월과 5월과 각각 1만4480원으로, 1만3602원으로 조정했다. 최초 전환가액 1만6631원과 비교하면 21.3% 하락한 가격이다. 이로 인해 교환가능주식수는 2월 22만8590주에서 현재 25만2864주로 늘었다.
전환사채는 투자자가 원할 때 정해진 조건에 따라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를 갖는다. 교환사채와 달리 전환 시 신주가 발행돼 주주들의 부담이 더 크다. 주가 하락에 따른 리픽싱은 전환가액이 낮아진 만큼 투자자에겐 전환권 행사 기회가 확대되지만, 관련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주식가치가 희석돼 기존 소액주주들에겐 악재다.
백인환 대표와 백인영 본부장 입장에선 저가에 지분을 늘릴 수 있는 기회다. 현재 백승호 회장이 9.63%, 장남 백인환 대표가 5.8%의 대원제약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백 회장의 동생 백승열 부회장(11.34%)과 그의 장남 백인영 본부장(2.92%) 등 오너일가 지분은 총 37.69% 수준이다.
백인환 대표가 지난해 1월 대원제약 대표이사에 올라 3세 경영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지분 승계는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
연이은 리픽싱, EB 발행 등이 승계 시점과 맞물리면서 대원제약이 의도적으로 주가 하락을 유도 및 방관하고 있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리픽싱에 대해 대원제약 관계자는 "기준가 대비 변동성을 따져서 반영되는 것으로 의도적으로 낮출 수 없다. 회사가 의도를 가지고 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며 "보통주 전환 물량은 지분 희석될 만큼 수량이 많은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사주 관련 법안이 적용되지 않아 기업 자체적으로 처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적법 범위라면 그 자체만으로 비판하기는 어렵지만, (자사주 소각이 아닌 자체 처분이) 현재 정부 정책 기조에 맞지 않고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sum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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