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상장폐지 위기 타개책 무상감자…근본 해결책은 부족
재상장 통한 ‘리셋 전략’ 가능성
대원제약 사옥. /대원제약 제공
대원제약 사옥. /대원제약 제공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에스디생명공학(대표이사 김철)이 상장폐지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무상감자를 추진하면서 대원제약(대표이사 백승열·백인환)이 향후 취할 수 있는 전략에 대한 관심이 쏠린다. 무상감자는 단기 위기 대응책이라는 점에는 의미가 있지만, 장기적인 기업가치 회복과 투자 신뢰 회복에는 한계가 명확하다. 

화장품 제조 전문기업 에스디생명공학은 대원제약의 오너 3세인 백인환 대표가 지난 2023년 약 65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기업으로 적자와 결손금 누적이 이어지며 지난 7월 상장폐지가 의결됐으며 회사는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 대원제약이 에스디생명공학의 최대주주로 지분 72.9%를 보유하고 있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원제약의 자회사 에스디생명공학은 최근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60% 무상감자를 결정했다. 1주당 액면가는 500원에서 200원으로 낮춰 자본금을 219억원 수준으로 낮추는 방식이다. 발행주식 수는 그대로 유지된다.

해당 안건은 이날 개최되는 주주총회 보통결의로 결의하며 가결될 경우, 1분기 말 기준 1063억원이던 에스디생명과학의 결손금은 733억원으로 줄고 자본금 축소로 자본잠식 상태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무상감자는 일시적 처방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결손금 보전으로 회계상 결손은 줄어들지만, 근본적으로 매출 확대나 비용 구조 개선, 파이프라인 강화 같은 실질적인 성장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손은 다시 누적될 수 있다. 즉, 동일한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단순히 무상감자 결정만으로 한국거래소가 회사의 소명을 받아들여 상장폐지 결정을 철회할지는 미지수다.

김현욱 현앤파트너스코리아 대표는 에스디생명공학이 최종 상장폐지 될 경우 이후 대원제약이 시리즈 A·B 단계에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유망 바이오 기업을 흡수해 재상장을 시도하는 전략을 취할 수 있다고 봤다.

대원제약은 자금력이 충분하고 파이프라인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장폐지로 주주 구조를 정리한 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유망한 기업이나 파이프라인을 통합해 재상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회사의 이익잉여금은 올해 반기말 기준 2672억원에 달한다.

재상장 과정에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기반으로 한 ‘리셋 효과’를 강조한다면, 과거의 상장폐지 이력을 희석하고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 매력을 어필할 수도 있다.

리스크도 존재한다. 재상장을 추진하려면 금융당국의 심사와 한국거래소 규정을 충족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리고 불확실성이 크다. 한 번 상장폐지를 경험한 기업이라는 점에서 투자자 신뢰 회복이 쉽지 않고, 공모 과정에서 낮은 기업가치 평가를 받을 위험도 있다. 또한 흡수한 스타트업이 기대한 만큼 성과를 내지 못하면 대원제약의 자본만 소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것은 에스디생명공학이 보여줄 실질적 성과와 투자자 신뢰 회복이다. 한 번 훼손된 신뢰는 숫자상의 재무 개선만으로는 되살아나기 어렵다. 향후 대원제약이 어떤 방식으로 에스디생명공학을 활용하든 잃어버린 신뢰를 어떻게든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내다봤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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