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롯데건설 불참 속 첫 입찰 유찰…조합 재공고에도 경쟁 구도 회복 불투명
여의도 대교아파트 조감도./서울시 정비몽땅
여의도 대교아파트 조감도./서울시 정비몽땅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시공사 선정이 삼성물산의 단독 참여로 첫 입찰에서 유찰됐다. 당초 업계는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의 ‘2강 구도’를 예상했지만, 롯데건설이 최종적으로 불참하면서 수주전은 급격히 힘이 빠진 모양새다. 조합은 즉각 재공고에 나섰고, 다음 달 27일 2차 입찰을 마감할 예정이다.

3일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조합에 따르면 지난 2일 마감한 1차 시공자 선정 입찰에는 삼성물산 건설부문만이 응찰했다. 지난 7월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포함해 GS건설, DL이앤씨 등 7개 건설사가 참석했지만, 삼성물산만 최종 응찰서를 제출했다. 유력한 경쟁 후보였던 롯데건설이 불참하면서 ‘2파전’ 구도가 무너진 것이다.

현행 도시정비법은 입찰 참여 업체가 두 곳 미만일 경우 자동으로 유찰 처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후 재공고 절차를 거쳐 또다시 단독 응찰에 그칠 경우 조합은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등으로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다. 이번 상황이 반복된다면 대교아파트 조합이 삼성물산과 사실상 단독 계약을 맺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롯데건설은 이번 여의도 대교 입찰 포기 이유에 대해 “조합의 발주 조건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최고의 사업 조건으로 입찰이 어렵다고 판단해 불참하게 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개포우성4차,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 등 주요 사업지 수주에 집중할 예정이라는 설명이다.

대교아파트는 여의도 노후 단지 중에서도 그 상징성이 크다. 1975년 준공된 576가구 규모 단지는 이번 재건축을 통해 지상 최고 49층, 4개동, 912가구 단지로 탈바꿈한다. 공공임대 146가구가 포함되며, 최상층에는 한강 조망이 가능한 스카이커뮤니티가 조성될 예정이다. 또 9847㎡ 규모의 복합문화체육시설이 기부채납 시설로 들어서 수영장과 체육관이 설치되고, 1718㎡ 규모 데이케어센터와 1970㎡ 규모 청소년 전용공간도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무엇보다 이 사업은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 자문 1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조합 설립 7개월 만에 정비계획이 고시됐고, 11개월 만에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는 등 속도를 낸 대표 사례다. 업계에서는 “여의도 재건축의 바로미터이자, 신속통합기획 제도의 성패를 가늠할 시험대”라는 평가가 나온다.

관심은 삼성물산의 행보다. 올 들어 정비사업 수주액만 7조828억원에 달하는 삼성물산은 이번 7700억원 규모 대교아파트 사업을 수주할 경우 누적 수주액이 7조7000억원대로 늘어나게 된다. 올해 들어서만 개포, 반포 등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 연이어 승기를 잡은 데 이어 여의도까지 확보한다면, 정비사업 시장 내 입지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의 단독 응찰은 자신감의 표현이자, 브랜드 프리미엄을 무기로 한 전략”이라며 “수의계약으로 이어질 경우 사실상 경쟁 없이 사업을 따내는 만큼 시장 판도에 상당한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 서울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롯데건설을 비롯해 다른 대형사들이 불참한 것은 사업 조건과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수익성이 크지 않다고 본 신호일 수도 있다”며 “삼성물산의 독주가 조합과 조합원에게 꼭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경쟁이 사라질 경우 조합원들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의 브랜드 가치와 시공 능력은 압도적이지만, 조합 입장에서는 경쟁 부재로 인한 조건 불리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조합이 어떤 선택을 할지에 따라 향후 여의도 재건축 판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조합은 이미 재공고 절차에 돌입했다. 오는 10일 조합 사무실에서 2차 현장설명회를 개최하고, 10월27일 입찰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2차 입찰에서도 단독 응찰이 반복된다면, 수의계약을 통해 시공사 선정 절차가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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