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조건·브랜드·설계’ 3박자 전략으로 올해 누적 수주 7조원 돌파
래미안 루미원 조감도./삼성물산
래미안 루미원 조감도./삼성물산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서울 강남권 핵심 재건축 사업권을 잇달아 따내며 정비사업 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다. 최근 개포우성7차와 삼호가든5차 재건축에서 모두 시공사로 최종 선정된 데 이어, 올해 들어 전국 주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도 연속 승리를 기록하면서 누적 수주액은 7조원을 넘어섰다.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조합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사옥에서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삼성물산을 최종 시공사로 확정했다. 조합원 800명 가운데 742명이 참여해 403표(득표율 54.3%)를 던지며 삼성물산이 경쟁사 대우건설을 제치고 승리했다. 개포우성7차 재건축은 지하 4층~지상 35층, 10개동 1112가구 규모로, 사업비만 6757억원에 이른다.

래미안 패러피크 반포 조감도./삼성물산
래미안 패러피크 반포 조감도./삼성물산

같은 날 서울 서초구 삼호가든5차 재건축 조합도 총회를 개최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낙점했다. 사업비 2369억원 규모의 삼호가든5차 재건축은 지상 35층, 2개 동 306가구 규모로 추진된다. 삼성물산은 이들 단지명으로 각각 ‘래미안 루미원’과 ‘래미안 패러피크 반포’를 제안하며 브랜드 가치를 강조했다. 두 사업을 합치면 하루에만 9126억원의 신규 수주고를 올린 셈이다. 삼성물산의 올해 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은 이로써 7조원을 돌파했다.

삼성물산의 강세는 강남권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올해 초 1조5695억원의 한남4구역 수주를 시작으로 송파 대림가락 재건축(4544억원), 방화6구역 재건축(2416억), 송파 한양3차 재건축(2595억원), 신반포4차 재건축(1조 310억원),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1조 1945억원), 광나루 현대 리모델링(2708억원), 울산 남구 B-04 재개발(6982억원), 신정동 1152번지 재개발(4507억원) 등을 수주하며 정비사업 독주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이처럼 압도적인 연승 기록을 세운 것은 최근 몇 년간 보기 힘든 일이라며, 삼성물산이 올해 사실상 ‘참여한 사업마다 수주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물산의 수주 독주에는 조합의 표심을 움직인 몇 가지 요인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먼저 신용등급을 기반으로 한 안정적 자금 조달 능력과 함께, 분담금 유예나 환급 절차 간소화, 물가 상승분 일부 부담 등 조합의 부담을 덜어주는 제안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래미안' 브랜드 역시 영향을 미쳤다. 국내 주거 시장에서 쌓아온 인지도와 상징성이 신뢰를 중시하는 정비사업 조합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됐다는 것이다.

설계 제안 역시 주효했다. 이번 개포우성7차 사업에는 개방감을 높인 단지 배치와 대규모 중앙광장, 특화 커뮤니티 시설을, 삼호가든5차에는 향나무 모티브 외관과 스카이 커뮤니티, 맞춤형 인테리어를 제안했다. 단순한 시설 경쟁을 넘어 생활 편의와 거주 만족도를 강조한 점이 조합원 설득에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연이은 수주가 정비사업 시장의 판도를 크게 흔들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몇 년간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등이 강남·용산 등 주요 입지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왔으나, 올해 들어서는 삼성물산이 압도적인 기세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불확실성, 금리 고착화 등으로 인해 조합들이 ‘안정성과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면서, 재무 건전성과 브랜드 파워를 동시에 확보한 삼성물산의 우위가 두드러진다는 분석이다.

김상국 삼성물산 주택개발사업부장(부사장)은 개포우성7차 수주 직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차별적 제안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약속한 대로 개포 일대 최고의 아파트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임철진 주택영업1팀장(상무)도 삼호가든5차 총회 이후 “반포의 새로운 상징이 될 랜드마크를 만들겠다”며 의지를 밝혔다.

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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