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은 지상파만 지원 대상 한정
IPTV·위성과 같은 1.5% 방발기금 부담하며 재정난 가중
업계 “제도 개선 없인 지역채널 존속 위태…공공성 확보 시급”
10년전 온라인서비스동영상(OTT)의 등장 이후 전통 유료방송 시장이 쇠퇴의 길을 걸으며 미디어 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텔레비전과 셋톱박스가 아닌 손 안의 휴대폰과 태블릿으로 방송·영상 미디어를 보는 시대다.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며 산업 재편에 나서는 중이다. 뿌리는 통신업으로 같지만 각사가 모색하는 대응 방법과 생존 전략은 제각각이다.
본지는 국내 전통 유료방송 기업들의 혁신 노력과 미래 준비, 그리고 미디어시장 재편 과정에서의 역할을 심층 분석한다. 빠르게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기업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함께 진단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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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케이블TV 사업자들은 인터넷TV(IPTV)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달리 정부 정책상 ‘지역성 강화’라는 책무를 안고 있다. 방송법은 LG헬로비전·KT스카이라이프·딜라이브·서경방송 등 케이블TV 운영사(SO)들에게 지역 주민을 위한 자체 채널을 반드시 편성·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케이블TV 입장에서도 지역채널은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은 아니지만 케이블TV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로 지역 사업권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시청률은 미미하지만 SO들은 매년 막대한 제작비를 감내한다. LG헬로비전은 23개 권역에서 지역채널을 운영하며 연간 300억~400억원을 투입한다. ‘헬로TV뉴스’는 서울, 경기, 나라, 충남, 전북, 전남, 경남, 부산, 대구경북, 강원 등 권역별로 따로 제작된다. 이는 2023년 전체 지역 프로그램 제작비 1127억원의 30%가량을 차지한다.
방송통신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국 유료방송 단자 수는 600만 개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서울 225만, 경기 214만, 인천 217만 단자로 수도권이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반면 울산은 2018년 94만 단자에서 46만 단자로 줄어들며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지방 인구 감소와 가입자 해지가 지역채널 존속을 어렵게 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지방 인구가 줄어들며 가입 단자 해지가 늘어나고, 이로 인해 지역채널의 유지가 어렵다는 논리가 이렇게 성립된다. SO들은 가입자 감소와 매출 부진 속에서도 지역 뉴스와 생활정보 송출을 이어간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업계 전체로도 지역 채널 시청률은 0%대로 낮은 수준이다. 시청률 추이에 따라 송출을 하고 안하는 구조는 아니다”라며 “올해부터 ‘우리 동네 영웅’ 프로젝트를 통해 기부·봉사 등 지역 선행을 보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3월부터 SO 3개사와 '우리 동네 영웅' 프로젝트를 통해 기부, 봉사, 이웃 돕기 등 지역 기반의 선행 사례를 지속 보도하고 있다.
권역 사업자인 케이블 TV 기업들은 가입자 감소와 매출 부진 속에서도 지역 뉴스와 생활 정보를 제작·송출하기 위한 고정비를 매년 부담한다. 제각각 인력·장비·송출비용에 상당한 예산을 투입하나 시청 기반이 적어 광고 수익은 미미한 실정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케이블TV의 법적 지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SO가 선거방송, 재난방송 등 공적 역할을 수행해도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은 지역지상파 한정으로 적용돼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도 IPTV, 위성과 동일하게 매출의 1.5%를 납부하고 있다. 협회는 “SO는 권역별 소규모 사업자임에도 지역채널 운영 책임을 홀로 감당해왔다”며 “제도적 배려가 전무한 상황에서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공적 책무를 다하는 부분은 감면 기준에 포함돼야 한다고 했다. SO가 수행하는 선거방송과 재난방송 같은 공익적 기능까지 방발기금 부과 기준에 포함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SO는 지난 30년간 지역 밀착형 보도를 이어오며 지역사회의 언론 공백을 메워왔다”며 “제도 개선 없이는 지역채널 존속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역채널 편성 규제 완화와 지역특화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등 대책을 요구했다.
1995년 개막한 케이블TV는 난시청 지역을 해소했다는 큰 업적을 남겼다. 지역채널 대상 지역 광역화, 케이블TV 가입자 감소 등으로 지역채널이 갖는 지역성 구현 역할은 줄어들고 있다. 일각에서는 콘텐츠 도달 범위 확대와 재정 능력 향상을 위해 지역채널 재송신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거론된다.
지역채널의 역할 축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오정훈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인구 절반 이상이 지역에 거주하며 다양한 언론이 존재한다”며 “이들이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