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강화·생활체육 중계로 반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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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온라인서비스동영상(OTT)의 등장 이후 전통 유료방송 시장이 쇠퇴의 길을 걸으며 미디어 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텔레비전과 셋톱박스가 아닌 손 안의 휴대폰과 태블릿으로 방송·영상 미디어를 보는 시대다.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며 산업 재편에 나서는 중이다. 뿌리는 통신업으로 같지만 각사가 모색하는 대응 방법과 생존 전략은 제각각이다. 본지는 국내 전통 유료방송 기업들의 혁신 노력과 미래 준비, 그리고 미디어시장 재편 과정에서의 역할을 심층 분석한다. 빠르게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기업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함께 진단한다. [편집자주] |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국내 유일 위성방송 기업 KT스카이라이프는 2011년 상장 이후 지난해 첫 적자를 기록했다. 유료방송 업황 악화로 주력 사업이 부진하고 현대HCN 인수를 통한 자산 감소 여파가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KT스카이라이프는 최근 인터넷TV(IPTV) 서비스를 출시하는 등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미 이쪽도 포화상태다.
KT스카이라이프는 KT 자회사이면서 에이치씨엔(유선방송)과 스카이라이프티비(콘텐츠제작)라는 연결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2020년 10월 알뜰폰서비스 '스카이라이프모바일'을 출시하면서 알뜰폰과 위성방송, 인터넷을 더한 3종결합상품(TPS)의 판매를 시작했다.
어려운 업황에도 매출은 2022년(1조136억원) 이후 꾸준히 1조원을 넘기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조229억원으로 0.9% 성장했다. 다만 영업이익이 2022년 630억원에서 지난해 -10억원으로 102%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1359억원으로 전년보다 적자 폭이 38.8% 확대됐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의 등장으로 인한 유료방송 시장의 침체기를 피해가지 못한 탓이다. 지난해 KT스카이라이프의 전체 가입자는 575만명으로 전년 대비 1% 감소했다. 이 기업의 수익구조가 월정액 수입(ARPU) 중심으로 단순해 여파가 크다. 지난해 2분기 기준 누적 매출 3541억원 중 서비스 수익은 2233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3.1%를 차지하고 있다.
조일 KT스카이라이프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전체 가입자는 감소했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가입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ENA 채널의 시청률 호조에 힘입어 광고 시장 점유율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연결회사 스카이라이프티비가 운영하는 ENA 채널은 시청률 11위에 올라 안정적인 채널 경쟁력을 확보했다. 지난해 콘텐츠 매출은 981억원으로 방영권 판매도 전년 대비 11.1% 증가했다. 방송 광고에 협찬·간접광고를 결합한 통합 마케팅(IMC) 광고 매출도 증가해 연결 기준 607억원, 별도 기준 664억원을 기록하며 각각 10% 늘었다.
그러나 무형자산상각비는 수익성에 압박을 주고 있다. 무형자산상각비는 콘텐츠 저작권, 방송 프로그램, 브랜드, 라이선스 등 무형자산의 가치가 감소하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무형자산 상각비는 1159억원으로 전년 대비 7.8% 증가했다. 이는 지급 수수료(2102억원), 채널 사용료(1765억원), 통신비(1405억원)에 이어 전체 영업비용의 11.3%를 차지하고 있다.
콘텐츠 경쟁력이 강해도 무형자산상각비 부담을 벗지 않는 한 리스크가 잔존한다는 것이다.
신은정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콘텐츠 상각 내용 연수 축소로 인한 상각비 부담과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등에 따른 일회성 인건비 반영이 부진한 실적의 주요인"이라며 "인터넷과 알뜰폰 가입자 증가에서 TV 가입자가 순감하며 TV서비스 매출이 전년 대비 5.2%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TV 광고 침체에도 불구하고 ENA 중심의 광고 수익이 전년 대비 9.8% 늘었다"며 "올해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인 드라마 6~7편 편성이 계획돼 있으며, 2023년 대규모 드라마 편성의 상각비가 종료되는 만큼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약 232억원 흑자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
유료방송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2021년 1월 인수한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의 케이블TV 자회사 현대HCN의 아웃풋도 좋지 않다. 위성방송에 집중해 온 KT스카이라이프는 IP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성장세에 현대HCN을 5000억원에 인수했다. 그러나 HCN으로부터 거둬들이는 미래현금흐름이 인수 당시 평가한 가치와 차이가 있다고 판단해 장부가액을 손상처리했다.
회사 측은 “HCN 영업권은 2024년말까지 약 2500억원 손상차손 반영해 재무리스크는 거의 해소된 상황"이라며 "ENA의 무형자산상각비 역시 2024년 최고점 이후 줄어들고 있고 올해는 연결 기준 손익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사업구조 전환이 수익 개선으로 연결되기까진 갈 길이 멀다. KT스카이라이프는 위성방송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기 위해 콘텐츠 유통, 광고, 플랫폼 연계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대한체육회 및 AI 플랫폼 ‘호각’에 68억원을 투자하며 생활체육 AI 중계 생태계 구축을 시작했다. KT스카이라이프와 호각은 8월 5일부터 20일까지 ‘2025 화랑대기 전국 유소년 축구대회’의 전 경기를 ‘포착’ 앱을 통해 생중계하고 관련 콘텐츠의 OTT 유통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중계 사각지대인 아마추어 스포츠 시장을 개척하고 나아가 경기 분석, 커뮤니티, 콘텐츠 확대 등을 통해 ‘아마추어 스포츠 토털 플랫폼‘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다.
모회사인 KT와 IPTV 사업이 중복된다는 점은 고민이다. KT스카이라이프의 아이핏티비(ipit TV)는 KT가 운영하는 IPTV 플랫폼의 노하우를 적용한 상품이다. 과거 위성방송 플랫폼의 한계(기상, 전파 지연, 위성 중계기 용량 등)를 극복한 상품이라는 의미가 크나 이미 시장에 SK브로드밴드 등 강자가 많다.
KT스카이라이프 관계자는 "본업인 TPS 중심으로 사업을 재정비하고 주요 원가 구조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IPTV 상품 출시로 인터넷과 모바일 결합상품 판매를 늘리면 ARPU 가입자 확보에 따른 수익성 증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