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도 본업 회복 난망…“지역 기반 서비스 지키는 건 업계의 책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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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전 온라인서비스동영상(OTT)의 등장 이후 전통 유료방송 시장이 쇠퇴의 길을 걸으며 미디어 산업이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텔레비전과 셋톱박스가 아닌 손 안의 휴대폰과 태블릿으로 방송·영상 미디어를 보는 시대다. 인터넷TV(IPTV),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으며 산업 재편에 나서는 중이다. 뿌리는 통신업으로 같지만 각사가 모색하는 대응 방법과 생존 전략은 제각각이다. 본지는 국내 전통 유료방송 기업들의 혁신 노력과 미래 준비, 그리고 미디어시장 재편 과정에서의 역할을 심층 분석한다. 빠르게 재편되는 미디어 시장에서 기업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함께 진단한다. [편집자주] |
|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 케이블TV 사업자(SO)들이 2분기에 거둔 성적표는 급변하는 미디어 산업 환경에서 이들의 생존이 가능할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30일 각 기업 실적을 집계한 결과를 살펴보면 KT스카이라이프는 방송통신 매출이 1428억원으로 전년(1443억원)보다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2억원 적자에서 130억원 흑자로 돌아섰다. 상각비와 설비투자 축소 영향이 컸다. 2분기 방송 가입자는 327만8000명으로 전분기보다 4만3000명 줄었고 해지율은 3.3%로 매달 10만명가량 이탈 중이다.
LG헬로비전은 핵심인 방송 매출이 4.3% 줄었지만 감가상각비가 73억원 감소해 이익 개선에 기여했다. 매출은 3541억원으로 전년 대비 24.9% 늘고 영업이익은 105억원으로 41.7% 증가했다. 가전렌탈 사업(451억원, 40%↑)과 교육청 단말기 보급 등 기타사업(613억원, 37%↑)이 성장했다. 이 중 단말기 사업은 지난해 서울교육청 단말기 보급사업 수주가 반영됐다.
2분기는 국내 케이블TV 모두에서 전통적 유료방송 매출이 줄고 신사업(데이터센터·렌탈·단말)이나 비용 절감 효과로 버티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서부경남 지역사업자 서경방송도 비대면 채널 중심의 유통·마케팅 비용 절감을 통해 지출을 줄였다. 그러나 방송업의 반등은 여전히 쉽지 않다. 가입자 감소세가 이어지고 광고 시장까지 위축되면서 업황 회복은 사실상 요원한 분위기다.
케이블TV 사업자들이 신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지만 매출 기여도는 제한적이다. LG헬로비전의 가전 렌탈 사업은 전체 매출의 10%대에 그쳤다. KT스카이라이프 역시 감가상각비 절감으로 영업이익을 방어하는 수준이다. 두 회사는 모회사인 LG유플러스와 KT로부터 IPTV 사업 일부를 이관받아 운영하고 있지만 모회사 성과를 넘어서는 데는 구조적 한계가 뚜렷하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케이블TV를 인수한 지 4~5년이 지났지만 뚜렷한 시너지가 나오지 않고 있다”며 “IPTV를 주력으로 하는 통신사들은 케이블 가입자를 IPTV 가입자로 전환하려고 한다. 정부가 기술 중립성을 이유로 케이블을 IPTV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길까지 열어줬다. 사실상 케이블 사업자는 가둬놓은 물고기와 같다"고 말했다.
게다가 중소 사업자인 서경방송이나 딜라이브는 신사업 투자 여력이 부족해 시장의 풍파를 온전히 떠안고 있다. 이들이 내놓은 신사업 성과는 내년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서경방송은 7월 인터넷과 101개 방송을 결합한 ‘무약정 요금제’를 출시했다. 케이블TV가 소상공인이나 아파트, 관공서 등 다양한 현장에 장기간 약정을 맺고 영업해온 것을 감안하면 무약정 요금제는 파격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딜라이브는 5월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FAST)의 브랜드명을 ‘디바(DIVA)’로 바꾸고 기능을 확대했다. 딜라이브 OTT 셋톱박스를 통해 지역채널 실시간 방송, 웹툰 애니메이션 전문채널 ‘투니모션’, EBS 다큐멘터리 ‘세계테마기행’ 등 20개 무료 채널을 제공하고 있다.
아울러 KT스카이라이프는 아마추어 생활체육인을 겨냥한 틈새 전략으로 반등을 꾀했다. 8월 인공지능(AI) 스포츠 중계 플랫폼 ‘포착(POCHAK)’을 본격 가동하고 대한체육회와 전국 지자체 등과 협력해 시장 확대에 나섰다.
LG헬로비전은 2015년 시작한 가전 렌탈 사업을 10년째 이어오고 있지만 신사업 성과가 뚜렷하지 않자 내부에서는 합병 필요성까지 거론되며 체질 개선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업황상 가입자 수 확대는 어렵지만 수백만 가입자를 위해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업계의 기본 책무”라며 “빠져나가는 가입자를 최대한 막고 줄어드는 매출은 신사업을 통해 보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케이블TV는 정부 허가 기반의 사업으로 OTT가 성장해도 일정한 고객 기반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민들에게 여전히 의미 있는 존재인 만큼 기존 고객들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