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국내 전자부품업계, 미래 모빌리티 패러다임 주도
삼성전기·LG이노텍, 카메라·센서·MLCC 혁신으로 선진 기술 확보 노려
상하이 로보택시.  /연합뉴스
상하이 로보택시.  /연합뉴스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로보택시의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제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초정밀 센서와 전자부품이 지휘하는 ‘자율주행 플랫폼’이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자율주행 택시 상용 서비스가 속속 현실화되고 있으며 국내외 완성차 업체와 빅테크 기업들도 로보택시 플랫폼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로보택시 시대가 본격적으로 개막하면서 이를 뒷받침할 전자부품 기술 혁신이 글로벌 산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운송 서비스 혁신이 아니라 차량 내부의 두뇌(제어 시스템), 눈(카메라·센서), 신경(통신 모듈)까지 고도로 집적화된 첨단 기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변화의 중심에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견인하며 신사업을 구축을 위한 발판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 회사는 IT 기기로 축적한 미세 공정·집적화·고신뢰성 기술을 자율주행차, 특히 로보택시용 전자부품으로 확장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로보택시 상용화, 전자부품업계 두뇌와 눈을 만든다

미국 웨이모, 크루즈, 테슬라뿐 아니라 중국의 바이두, 샤오미가 속속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과 유럽에서도 시험 운행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닷어스는 글로벌 로보택시 시장 규모가 2023년 25억 달러에서 2033년까지 4500억 달러(약 600조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중국에서 운영 중인 로보택시가 올해 4100대에서 2030년에는 50만대, 2035년엔 190만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중국 로보택시 시장 규모도 올해 5400만달러(약 755억원)에서 2035년 470억달러(65조7300억원)로 약 700배 성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같은 흐름은 전장부품 수요를 동반 증가시킨다. 로보택시는 일반 차량보다 훨씬 많은 센서와 카메라를 탑재해야 하고 AI 기반 운행을 위한 연산 기능, 차량 내외부 통신 모듈, 고성능 전원 관리 시스템 등이 필수적이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 부품과는 차원이 다른 정밀 전자부품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셈이다.

로보택시 서비스가 현실화되면서 기존 자동차 산업과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전자화된 감각기관과 두뇌’다. ▲차량의 전후좌우를 감지하는 초고해상도 카메라 ▲날씨와 암흑 환경에서도 주행을 가능케 하는 레이더·라이다 센서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할 연산 모듈 ▲전력 안정성을 보장하는 고사양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같은 이 모든 기술이 없이는 로보택시 상용화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전자부품 기업은 단순한 부품 공급자가 아니라 사실상 로보택시의 ‘핵심 두뇌와 감각기관’을 제공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부상하게 된다.

삼성전기의 차량용 MLCC 제품. / 삼성전기
삼성전기의 차량용 MLCC 제품. / 삼성전기

◆삼성전기, 차량용 MLCC와 카메라 모듈 강화

삼성전기는 세계적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강자다. 자율주행차는 차량 한 대당 일반 자동차보다 3~4배 이상 많은 MLCC를 필요로 한다. 이 때문에 삼성전기는 모바일용에 치중했던 MLCC 라인업을 차량용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신뢰성·내열성·장수명을 갖춘 고사양 제품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삼성전기는 차세대 카메라 모듈 사업도 확대 중이다. 로보택시 구현에는 다각도의 카메라를 통한 360도 시야 확보가 필수적인 만큼 고해상도 카메라 모듈 수요가 꾸준히 늘 전망이다. 삼성전기는 스마트폰 카메라 모듈에서 축적해온 미세화·고집적 기술을 차량용 고신뢰 모듈에 접목하며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LG이노텍 '500만화소급 차량용 RGB-IR 인캐빈 카메라 모듈' 개발./LG이노텍
LG이노텍 '500만화소급 차량용 RGB-IR 인캐빈 카메라 모듈' 개발./LG이노텍

◆ LG이노텍, 차량용 카메라 글로벌 선도

LG이노텍은 자율주행의 ‘눈’에 해당하는 차량용 카메라 모듈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완성차 업체 다수에 카메라를 공급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으며최근에는 3D 센싱 기술과 AI 기반 객체 인식 기술을 융합한 차세대 모듈을 선보였다.

특히 로보택시는 일반 차량보다 더 많은 ‘중복 센서’(redundant sensing)를 요구하는데 LG이노텍은 단순한 카메라 공급을 넘어서 레이더·라이다와의 데이터 융합이 가능한 모듈 플랫폼을 개발, 시스템 차원에서 신뢰성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추진 중이다.

미국 웨이모와 GM 크루즈, 중국 바이두와 샤오미 등은 이미 로보택시 시험 서비스에서 자체 센서 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해 현지 공급망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맞서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은 ‘글로벌 완성차와의 동반개발(Co-development)’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부품을 납품하는 단계를 넘어 초기 설계부터 참여해 핵심 기술 표준에 관여하는 방식이다.

특히 전자부품은 단가보다 성능·안전성이 우선되는 분야로 선진 기술을 확보하면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구조다. 이는 한국 기업이 가진 기술적 강점이 장기적으로 시장 보호막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결국 로보택시 혁명은 자동차 산업의 변화를 넘어 전자부품 기술 혁신 경쟁의 최전선이 되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이 시장에서 보여줄 차세대 솔루션은 미래 모빌리티의 안전과 신뢰를 책임질 새로운 산업 표준으로 자리잡아 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5년은 로보택시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시기가 될 것”이라며 “누가 더 신뢰성 높은 센서, 더 고성능·저전력 MLCC, 더 정밀한 카메라 모듈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시장 판도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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