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엔비디아 성적표 주목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27일(현지시간) 발표될 엔비디아 2분기 실적에 글로벌 증시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의 성적표가 최근 투자심리 조정 국면에 들어선 기술주 전반의 향방을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이달 들어 글로벌 증시는 기술주 중심의 매수세가 다소 식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증시 주요 지수 중 나스닥은 상반기 내내 AI 투자 기대감에 힘입어 강세를 이어왔지만 8월 들어서는 차익 실현 매물이 늘고 금리 불확실성이 맞물리며 상승세가 둔화됐다. 국내 시장 또한 관련 반도체·AI 수혜주를 중심으로 조정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특히 ‘AI 거품론’이 고개를 든 점은 투자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일부 대형 성장주가 기업 실적 이상의 밸류에이션 확장을 거듭하면서 과연 실제 수익 성장으로 뒷받침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발표될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은 시장이 기대해온 AI 산업의 성장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월가에서는 엔비디아가 이번에도 매출과 순이익에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AI 학습용 반도체’로 불리는 GPU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만약 엔비디아가 시장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을 내놓는다면 AI 관련주의 주가는 다시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AI 투자 열기가 단순한 기대가 아니라 실질적인 수익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AI 기업들의 가치가 이미 통제 불능 수준"이라며 AI거품론에 대해 지적한 바 있다.
반대로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다면 AI 거품론은 더욱 거세지고 기술주 전반에 걸쳐 매도세가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내 증시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대형주가 엔비디아 실적의 직접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양사는 하이엔드 메모리 반도체 HBM(고대역폭 메모리) 공급을 늘리며 ‘AI 반도체 밸류체인’ 주도권을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의 실적이 양호하다면 한국 반도체 업황 회복에 대한 기대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엔비디아의 이번 2분기 성적표는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