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와 보험사, 상법 개정 영향 제한적 전망..."재무건전성에 악영향 우려" 신중론 커
|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보험업계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상법 개정안 처리를 앞두고 배당보다는 자본 부담이 덜한 소각을 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재무건전성 저하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지만 보험사는 안정적인 지배구조 덕에 제도 변화의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로 보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자사주 보유 비중이 높은 보험업계가 수혜 업종으로 부상하며, 주주환원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체 2603개 상장사 가운데 자사주 보유량 상위 100개사 중 보험사는 8곳에 달한다. ▲한화생명(2위·1억1714만주) ▲미래에셋생명(5위·4654만주) ▲삼성생명(17위·2043만주) ▲코리안리(18위·1810만주) 등의 보험사들이 최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메리츠화재를 자회사로 둔 메리츠금융지주를 비롯해 삼성화재· 미래에셋생명 등이 자사주 소각을 검토하고 있다. 구체적인시기나 규모는 미정이지만 연말 실적과 시장 여건에 따라 방향이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금융은 지난 3월 5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신탁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이달 20일에는 5514억 원 상당의 자사주를 취득 완료했다. 같은날 한국투자증권과 7000억원 규모의 신규 자사주 신탁계약도 맺었다.
앞서 확보한 자사주와 이번 신규 계약분은 오는 29일 전량 소각될 예정이며 이에 따라 메리츠금융의 올해 누적 주주환원 규모는 총 1조2500억원에 달하게 된다.
삼성화재는 현재 15.93%인 자사주 비중을 2028년까지 5% 미만으로 줄일 계획이다. 지난 4월에는 전체 자사주의 약 3%에 해당하는 145만 주를 소각했다. 이로 인해 최대주주인 삼성생명의 삼성화재 지분율은 16.93%까지 상승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생명은 삼성화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한편 삼성화재는 지속적인 자사주 처분과 소각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발표한 중장기 계획에서 2028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 수준으로 높이고 자사주의 비중을 5% 미만으로 축소하겠다는 장기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공표한 상태다.
미래에셋생명도 주주 보호 및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환원 정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75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1.7% 늘었다. 같은기간 영업이익은 104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59.7%가 증가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동기 대비 2.8%가 증가한 2조8957억원을 기록했다.
별도 기준 보험서비스 손익은 836억원으로 집계됐다. 신계약 보험계약서비스마진(CSM) 상반기 245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2% 증가했다. 같은기간 건강·상해보험 CSM은 136.4% 증가한 1986억원을 기록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올해 1분기 자본건전성을 가늠할 수 있는 신지급여력비율(킥스·K-ICS)은 184.6%, 기본자본 킥스 127.1% 등 안정적인 재무건정성 비율을 유지한 만큼, 연말 이후 실제 소각 실행 여부가 가늠될 전망이다.
보험업계가 배당보다 자사주 소각에 무게를 둔 배경에는 업권 특유의 자본관리 제약이 자리한다. 보험사의 특성상, 해약환급금 적립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비율 유지 등 자본적정성 기준을 충족해야 돼서 대규모 배당 확대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에 자사주 소각이 보다 유연하고 실현 가능한 주주환원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보험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주주가치 제고는 물론,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는 정책이다"며, "이번 제도 변화가 계기가 돼 보험업계 전반의 주주환원 전략이 보다 체계적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보헙업계에서는 자사주 소각 상법 개정안에 따른 소각 의무화가 보험사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일부 보험사의 자사주 비율이 5%를 넘기는 하지만 대다수 보험사의 지분 구조가 안정적이고 계열사 보유가 대부분이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자사주 소각이 무조건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대형 생보사 관계자는 "자사주 소각은 겉으로는 주당순이익(EPS)을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자기자본을 줄이는 만큼 재무건전성엔 부정적이다"며, "신국제회계기준(IFRS17) 체제에선 이로 인해 지급여력비율(K-ICS)이 악화돼 시장에서 오히려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생명보험사는 장기부채 비중이 크고 금리 민감도도 높은 편이라 자사주 소각이 자본 안정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며, "무리한 소각은 오히려 성장 여력을 제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영 기자 jiyoung152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