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 데뷔전을 치른 손흥민(33)이 경기력은 물론, 현지 팬심과 글로벌 마케팅 효과까지 동시에 장악했다. 그가 그라운드를 밟는 순간, 시카고 원정 경기장이 마치 홈구장처럼 변했다.
LAFC는 10일(이하 한국 시각) 미국 시카고 시트킥 스타디움에서 열린 원정 경기에서 시카고 파이어스와 2-2로 비겼다. 7일 입단 기자회견을 마친 손흥민은 사흘 만에 치른 MLS 데뷔전에서 후반 16분 교체 투입돼 약 29분간 활약했다.
경기 전부터 열기는 뜨거웠다. 선발 명단에 이름이 없었음에도 현지 중계 카메라는 손흥민의 훈련 장면을 집중적으로 비췄다. 중계 해설위원은 “손흥민이 출전할 가능성이 크다”며 커리어와 장점을 길게 소개했다. 몸을 풀 때, 하프타임에 유니폼을 갈아입을 때, 교체 대기석에 설 때마다 카메라 원샷이 이어졌다.
이날 경기장은 LA에서 약 3000㎞ 떨어진 시카고였다. 하지만 홈구장 못지않게 곳곳에 크고 작은 태극기가 펄럭였다. 한인 팬뿐 아니라 현지 팬들도 손흥민의 이름을 외쳤고, 한국 대표팀 유니폼과 토트넘 시절 유니폼까지 곳곳에서 확인됐다. 해설위원은 “MLS에서 이런 장면은 드물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손흥민의 데뷔전은 경기 외적인 파급력에서도 압도적이었다. MLS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교체 출전 영상은 23시간 만에 조회수 110만 회를 돌파하며 최근 일주일간 리그 최고 기록을 세웠다. 같은 기간 LAFC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데뷔전 영상은 조회수 1452만 회를 기록했고, 페널티킥 유도 장면 역시 312만 회를 넘겼다. ESPN FC 채널에 올라온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도 23시간 만에 193만 회를 기록하며 전 세계 팬들의 관심을 입증했다.
마케팅 효과도 폭발적이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프런트 오피스 스포츠는 “손흥민은 LAFC 입단 발표 이후 전 세계 모든 종목을 통틀어 선수 상품 판매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MLS 역대 유니폼 판매 순위에서도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는 과거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나 데이비드 베컴의 MLS 진출 당시보다 더 큰 영향력이라는 평가다.
중계권 시장에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MLS 전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애플TV는 손흥민 합류로 인한 시청자 폭증을 기대하고 있다. 애플TV는 2023년부터 MLS와 파트너십을 맺고 전 세계에 모든 경기를 생중계 중이다. 여기에 손흥민이라는 아시아 최고 스타의 가세가 구독자 증가와 광고 효과로 직결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최근 연간 약 700억원 규모의 계약으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독점 중계권을 확보한 쿠팡플레이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났다. 애초 EPL 독점 중계로 축구 팬들의 시선을 독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MLS가 손흥민이라는 흥행 카드로 국내외 축구 팬들의 관심을 상당 부분 끌어올리면서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실제로 쿠팡플레이의 지난 7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688만9493명으로 전월 대비 1%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정호 기자 ryutilit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