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3)이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3)이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연합뉴스

| 한스경제=류정호 기자 |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33)이 미국에서 새로운 축구 여정을 시작한다. 유럽 무대에서 쌓은 명성을 뒤로하고, 메이저리그 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 유니폼을 입으며 경제·문화적 영향력은 물론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까지 겨냥하고 있다.

LAFC는 7일(한국 시각) LA 다운타운의 BMO 스타디움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손흥민의 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은 LAFC의 상징색인 검은색 유니폼을 처음으로 입고 등장했으며, 등번호는 토트넘 시절과 같은 7번을 받았다. 기자회견은 구단 유튜브와 웹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 생중계됐다.
 
◆우승·한인사회·월드컵… 손흥민이 전한 LA행의 이유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3)이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33)이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로스앤젤레스FC(LAFC)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연합뉴스

이날 현장에는 캐런 배스 LA 시장, 김영환 주 LA 총영사, 로버트 안 LA 한인회장 등 정·관계 주요 인사가 대거 참석해 손흥민의 입단을 환영했다. 손흥민은 “처음에는 이곳이 제 선택지는 아니었다. 하지만 시즌 종료 후 존 소링턴 단장과의 대화를 통해 생각이 바뀌었다. 이곳에 온 목적은 단 하나, 우승”이라며 “팬들의 열정적인 응원에 감동했고, 하루라도 빨리 뛰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유럽에서 잘했다고 여기서도 잘하리란 보장은 없다. 마음가짐은 ‘0에서 시작’이다. 언젠가 이 팀을 떠날 때 ‘레전드’로 기억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손흥민은 “김문환과 전 토트넘 동료였던 가레스 베일(웨일스), 위고 요리스(프랑스) 등이 LAFC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다”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우승을 이룬 뒤, 이룰 수 있는 건 다 이뤘다고 느꼈다. 새로운 동기부여가 필요했고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준비하기에 이곳이 가장 적합한 환경이라 판단했다”고 이적 배경을 전했다. 손흥민이 북중미 축구 환경에 미리 적응하고 팀의 중심을 잡아간다면,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로스앤젤레스(LA)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LAFC는 경기장 외부에 손흥민을 환영하는 표지판을 설치해 새 선수를 맞이했다. /연합뉴스
로스앤젤레스(LA) BMO 스타디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앞서, LAFC는 경기장 외부에 손흥민을 환영하는 표지판을 설치해 새 선수를 맞이했다. /연합뉴스

손흥민의 이적료는 약 2600만달러(약 361억원)에 달한다. 이는 MLS 역사상 최고 이적료 기록이다. LA 타임스는 “LAFC는 클럽 월드컵 참가로 얻은 수익 1000만달러(약 138억원)를 손흥민 영입에 투입했고, ‘손흥민 효과’로 그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ESPN은 “손흥민이 아직 공식 데뷔하지 않았지만, LA 한인 사회는 이미 ‘쏘니 앓이’ 중이다. 한인 식당과 아시안 마켓 곳곳에서 손흥민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LA는 해외 도시 중 가장 많은 32만 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LA 한인 사회 역시 손흥민의 입성을 열렬히 환영하고 있다. 미국 최대 한국어 매체인 코리안 데일리는 “손흥민 영입이 LA 한인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대단하다. 박찬호나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왔을 때보다 더 큰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손흥민의 입국 소식에 100명이 넘는 한인들이 LA 공항에 몰렸다. 등번호 7번이 새겨진 LAFC 유니폼은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가고 있다. 입단 기자회견이 열린 BMO 스타디움에도 수백 명의 한인이 운집해 열기를 더했다. 손흥민도 “LA에는 한인 커뮤니티가 많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외국에서 뛰는 만큼 한인 분들이 자랑스러워하실 수 있도록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변화하는 MLS… 손흥민이 선택한 ‘미국 무대’의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에서 활약 중인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에서 활약 중인 리오넬 메시. /연합뉴스

MLS는 1996년 출범해 현재 미국과 캐나다를 포함해 30개 구단이 참가하는 북미 최고 수준의 축구 리그다. 동·서부 콘퍼런스로 나뉘어 팀당 34경기씩 정규리그를 치른 뒤, 플레이오프를 통해 MLS컵 우승 팀을 가린다. 

LAFC는 서부 콘퍼런스 소속이며, 지난해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 플레이오프 4강까지 진출했다. 지난 2014년 창단해 2018년부터 MLS에 참가한 신흥 강호다. 2019년과 2022년 정규리그 1위인 ‘서포터스 실드’를 차지했다. 2022년 MLS컵을 제패했고 2024년에는 US오픈컵도 우승하며 구단 역사상 주요 트로피를 모두 들어 올렸다. 구단주로는 미국프로농구(NBA) 전설 매직 존슨,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유격수 노마 가르시아파라, 미국 여자 축구 스타 미아 햄 등 유명 스포츠계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

MLS는 과거 유럽에서 활약하던 스타 선수들이 황혼기를 맞이하는 리그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리오넬 메시, 루이스 수아레스, 세르히오 부스케츠, 조르디 알바, 로드리고 데폴(이상 인터 마이애미), 마르코 로이스(LA 갤럭시) 등 여전히 경쟁력을 가진 스타들이 MLS를 선택하고 있다. 손흥민과 토트넘에서 함께 뛰었던 위고 요리스도 현재 LAFC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 중이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활약 후 올 여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한 로드리고 데폴. /연합뉴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활약 후 올여름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MLS) 인터 마이애미에 합류한 로드리고 데폴. /연합뉴스

MLS는 2024년 기준 연간 총관중 1210만 명을 기록하며 세계에서 2번째로 많은 축구 리그 관중을 동원했다. EPL(1460만 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독일 분데스리가(1200만 명), 세리에A(1160만 명), 라리가(1070만 명) 등 유럽 주요 리그를 모두 앞질렀다. LAFC는 지난해 홈 17경기에서 평균 2만2000여 명의 관중을 유치해 리그 13위를 기록했다. 최다 관중 구단은 애틀랜타 유나이티드로, 경기당 평균 4만6000여 명에 달했다.

손흥민의 LAFC 합류는 단순한 이적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과 아시아 축구의 상징이자 세계적 스타인 손흥민이 미국 시장의 중심에 선 것이다. AP통신은 “LAFC는 손흥민을 MLB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에 대응하는 축구 스타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류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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