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말소 가능성 낮지만, 수주·평판 타격 불가피
제도 강화 움직임에 업계 전반 긴장감 확산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서울 개포, 송파, 성수 등 핵심 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 중이던 포스코이앤씨가 잇단 인명사고로 수세에 몰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건설면허 취소’를 직접 언급하며 강경 대응을 시사하자, 건설업계는 사실상 사형선고에 해당하는 최고 수위 제재를 대통령이 직접 거론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워 정비사업 수주에 적극 나서왔다. 지난해 정비사업 수주액은 11조2000억원에 달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5조원을 넘겼다. 그러나 올해에만 네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한 데 이어, 최근 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감전 추정 사고가 일어나면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이미 시공 중이거나 착공을 앞둔 주요 사업장에서도 조합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신반포21차 재건축(오티에르 반포) 현장은 준공을 앞둔 후분양 단지로, 공사가 멈추자 조합 측은 준공 지연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1조원 규모의 노량진1구역 재개발 사업 현장도 공사가 중단되면서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복합개발 사업지들도 직격탄을 피하지 못했다. 5조3500억원 규모의 서리풀 복합시설 개발사업은 14년 만에 착공에 들어간 대형 프로젝트로, 국내 개발사업 중 역대 최대 규모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근 포스코이앤씨가 공사를 전면 중단하면서 2030년 상반기 예정된 준공 일정도 불투명해졌다.
이처럼 단순한 수주 차질을 넘어,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거나 PF(프로젝트파이낸싱)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업장까지 리스크가 확산되며 충격파가 커지고 있다. 업계는 특히 PF 대출 기반 사업지에서의 공사 중단이 금융시장 전반의 불안 요소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정부도 강경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포스코이앤씨가 시공 중인 전국 100여 개 현장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설계도면, 시공 상세도, 품질·안전관리 계획 등 30여 항목을 이달 말까지 점검하며, 결과는 징계 수위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건설면허 취소는 건설산업기본법 제83조에 따라 고용노동부 등의 요청이 있을 경우 가능하다. 그러나 실제 면허 말소가 이뤄진 사례는 1994년 성수대교 붕괴를 일으킨 동아건설산업이 유일하다. 해당 사례는 부실시공이 원인이었던 반면 이번 포스코이앤씨 사건은 주로 안전관리 미흡에 의한 산업재해로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실제 면허 취소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정치권은 처벌 강화 움직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삼진아웃 면허취소제’를 검토 중이며, 기존 건설안전특별법보다 수위를 높이는 방향으로의 논의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률 정비가 현실화되면, 반복된 인명사고에 면허 말소가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는 대통령의 직접적인 발언과 제도 강화 흐름 모두를 경계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면허 말소는 기업 존폐와 직결되는데, 법적 요건 정비 없이 최고 통치권자가 이를 언급한 것은 사실상 ‘선고’와 다름없다”며 “이런 방식의 압박은 업계 전반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고 토로했다.
비슷한 사례로는 올해 초 세종~안성 고속도로 교량 붕괴 사고로 1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현대엔지니어링이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후 신규 수주 활동을 중단하고 조직 재정비에 착수한 상태다. HDC현산, GS건설 등도 중대재해 이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으며,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이다.
한편 포스코이앤씨는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정희민 대표가 사의를 표명했으며, 송치영 부사장이 신임 대표로 선임됐다. 회사 측은 “국민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 인프라 사업의 신규 수주 활동을 중단하고,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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