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분 95% 오너 일가
승계 목적 상장 의혹
일감 몰아주기·세무조사 전력도
명인제약 본사.
명인제약 본사.

|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 약 40년간 비상장사로 운영되며 제약업계의 ‘숨은 알짜’로 평가받아온 명인제약이 올해 코스피 시장 상장에 도전한다. 설립 이후 한 번도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았던 제약사의 상장 추진에 단순한 기업 성장 전략이 아닌 지배구조 승계 목적이 깔린 것 아니냐는 시선도 제기된다.

지난 1985년 설립된 명인제약은 전문의약품과 일반의약품의 제조·판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제약사로 잇몸 질환 치료 보조제 ‘이가탄’, 변비 치료제 ‘메이킨’ 등이 대표 품목이다.

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달 말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로부터 주권 신규상장 예비심사 승인을 받으며 본격적인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이번 상장에서 명인제약은 신주 340만 주를 공모할 예정이며 총 발행 주식 수는 약 1120만 주에서 1460만 주 수준으로 확대된다. KB증권이 대표 주관회사를 맡았으며 감사인은 현대회계법인이다.

설립 이후 한 번도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았던 명인제약이 상장을 추진하면서 업계에서는 단순한 기업 성장 전략이 아닌 ‘지배구조 승계 목적’ 아니냐는 시선이 제기된다.

명인제약은 지난 2024년 기준 매출 2694억원, 영업이익 927억원을 기록해 영업이익률 30%에 달하는 등 국내 제약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자랑한다. 부채비율은 16%로 안정적이고, 현금성 자산은 328억원, 이익잉여금은 5332억원에 달해 상장을 통한 자금조달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평가다.

회사의 최대주주는 이행명 명인제약 회장으로 보유 지분은 66.32%에 달하며 두 딸 등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일가 지분은 95.3%에 이른다. 이 같은 지배구조 아래에서 상장을 추진함에 따라 일각에서 고령의 창업주가 자녀에게 지분을 넘기기 위한 사전 작업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상 비상장 주식의 경우 증여세는 수익가치와 자산가치를 반영한 평가 방식으로 산정되지만, 상장 이후에는 증여일 전후 2개월간의 거래일 종가 평균을 기준으로 세금이 부과된다. 

상장 직전 낮은 공모가를 기준으로 주식을 증여하거나 일정 수준 이상으로 주가를 형성하지 못하면 증여세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또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받거나, 상장 후 일부 지분을 매도해 현금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증여세를 납부하는 방법도 있다.

지난 2023년 명인다문화장학재단 출범 당시 명인제약 비상장 주식의 가치는 주당 약 5만원으로 평가된 만큼 이를 기준으로 상장 이후 명인제약의 시가총액은 최대 약 7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가에서는 명인제약의 우수한 수익성과 배당 여력을 감안할 때 공모가 밴드가 지나치게 낮게 형성될 경우 ‘의도적 주가 저평가’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경우 세무당국의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다.

정치권에서도 날선 반응이 나왔다.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명인제약 사례를 언급했다.

이 의원은 “상장사는 주가로만 평가를 하다 보니 비상장사가 증여세를 낮추려고 상장을 한 뒤에 주가를 억누른다”며 “이런 걸 바로 잡으면 주가 상승에도 도움이 되고, 진짜 재벌들한테 세금을 더 거둘 수 있다”고 지적했다.

명인제약은 과거에도 오너 일가 중심의 계열사 거래로 편법 증여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행명 회장의 두 딸이 지분을 보유한 광고대행사 메디커뮤니케이션에 명인제약이 광고물량을 집중시키면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간접 증여 논란이 불거졌고 이후 지난 2019년 새로운 자회사 명애드컴을 설립해 광고사업을 이전했지만, 구조 자체는 큰 변화가 없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한 지난 2022년에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명인제약과 계열사에 대해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해 리베이트, 허위 급여지급, 부동산 내부거래, 편법 상속 등을 집중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명인제약 측은 상장 추진과 경영권 승계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회사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을 아우르는 CNS(중추신경계) 전문 제약사 도약을 위한 R&D(연구개발) 비용 확보 및 글로벌 진출을 상장의 주목적으로 하고 있다. 

명인제약은 지난해 중추 및 말초 신경계 치료제를 개발하는 이탈리아 제약사 뉴론(Newron)과 치료 저항성 조현병(TRS) 치료제인 ‘이베나마이드’의 국내 독점 계약을 맺고 임상 3상 비용을 일부 부담하기로 했다.

상장을 통해 회계·공시의 투명성을 확보하면 글로벌 제약사와의 기술수출(L/O)이나 파트너십 협상에서도 신뢰 확보로 해외 진출 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점도 상장을 택하는 이유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전통제약사는 통상적으로 상장 시 높은 밸류(value,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힘들다”며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전망치보다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명인제약이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를 쉽게 가늠하기 힘들다”며 “승계의 창구일지, 성장의 발판일지는 향후 절차를 지켜봐야 보다 또렷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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