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50% 관세에 해외거점국 관세도 부담…‘최혜국 대우’에도 불안감 여전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한미 무역협상 타결로 상호관세에 대한 불확실성은 옅어졌지만 국내 반도체·가전 업계에는 여전히 관세 부담이 남아있다. 미국 정부에 한미 관세 협상에서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지만 삼성, LG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은 반도체와 철강 부문 관세의 현실적 불확실성에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5일 산업계와 정부에 따르면 이번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한국은 반도체·의약품 등 전략 품목에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는 조건을 부여받는 ‘최혜국 대우’ 적용을 확보했다. 반도체에는 북미·멕시코 등과 동등한 15% 상호관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최혜국 대우’는 '최저 관세율 적용'이지 관세 자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계에 직접적 부담을 남겨놓고 있다.
또한 지금까지 0%인 반도체에 대한 15% 관세 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반도체 제조를 협력하는 글로벌 거점 국가들의 협상 결과에 따라 추가적 부담이 생길 수 있어서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 4월부터 미국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반도체, 반도체 제조장비, 파생제품의 수입이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 중이다. 최근 미국이 이 조사를 마무리하고 반도체 품목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해당 품목들에 대한 품목별 관세를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악은 면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앞서 미국이 EU와의 협상 과정에서 반도체 15%의 관세 부과를 합의한 점 등을 고려하면 우리나라 역시 동일한 15%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가전 기업들의 고민도 크다. 미국은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 파생제품 관세를 5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계속 부과하고 있다. 여기에는 냉장고, 세탁기, 오븐 등 가전제품이 다수 포함됐다. 예를 들어 100만원짜리 세탁기 중 철강 소재가 10만원이면, 이 부분에 50%의 철강 관세, 나머지에 15%의 상호관세가 적용되는 셈이다.
이 조치는 삼성·LG 등 국내 주요 가전기업에 원가 부담과 영업전략 수정이라는 악재로 직격탄이 되고 있다.
또한 한국산 가전제품에는 15%의 관세가 부과되지만 정작 인건비 절감을 위해 주요 생산기지로 거점을 둔 베트남(20%)과 태국(19%) 등의 세율이 더 높은 탓에 가전업계는 관세 역전의 상황도 예의주시 중이다. 최대 수출 거점인 멕시코도 현재까지 협상이 마무리 되지 않아 변수로 남아있다.
스마트폰 역시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우리나라는 최혜국 대우를 보장받았지만 베트남공장과 인도공장에서 생산된 삼성 갤럭시는 이러한 혜택을 못 받을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 의도에 따라 미국 내 공장을 운영해야만 관세폭탄을 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관세 협상 타결로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이지, 관세 부담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미국에서 생산해 관세 부담을 낮춘다고 해도 높은 인건비와 재료비 등으로 판매 가격이 오를 수 있어 최적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태원 SK그룹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4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면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세 문제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는데 잘 풀어주셔서 상당히 다행"이라며 "하지만 협상이 마무리된 것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좀 성급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디테일을 조금 더 가져주고 가능한 한 우리의 산업 전략과 지금의 대미 관세 문제부터 통상에 대한 환경까지 잘 맞춰 새로운 산업 지도와 환경을 조성해 달라"고 요청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