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와 시스템LSI 부진 해결... 'HBM' 삼성의 숙제
|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 반도체 산업의 중심에 다시 선 삼성전자가 최근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 해소 이후 경영 보폭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주춤했던 반도체 사업의 흐름을 딛고 파운드리, 시스템LSI 등 주요 부문에 연이은 반전 소식을 안기며 글로벌 입지 회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테슬라와 23조 원 규모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고 대형 고객 유치에 성공하면서 파운드리 부문의 수년간의 부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여기에 갤럭시Z플립7에 자체 엑시노스 2500 칩셋을 탑재하면서 시스템LSI사업부 실적 부진도 해소했다.
반도체 부문 3대 과제 중 2가지를 해결한 삼성전자에게 남은 마지막 숙제는 단연 ‘HBM 시장’에서의 성과다.
6일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17%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난해 2분기 41% 대비 크게 하락한 수치로 53%인 SK하이닉스에 확연히 밀리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가 AI 수요 폭증에 힘입어 HBM3E 12단 제품의 안정적인 생산·공급으로 주도권을 잡은 반면 삼성전자는 공정 안정성·고객사 신뢰 등의 문제로 시장 축소를 경험했다. 시장에서는 HBM 사업전략 실패가 올 2분기 삼성의 실적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삼성은 이재용 회장이 사법 리스크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점을 기준으로 본격적인 HBM 사업 정상화 전략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최근 AMD에 HBM3E 12단을 공급 계약 체결을 했으며 브로드컴에도 HBM3E 8단 제품을 퀄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함께 HBM4(6세대) 개발을 완료해 주요 고객사에 샘플을 공급하고 있으며 2026년 상용화와 공급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최근 핵심 전략은 ‘공격적 가격 정책’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마이크론과 함께 HBM3E에서 경쟁이 거세지자 적극적인 가격정책을 펼치며 시장 점유율 회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러한 정책은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고객과의 장기적 파트너십 강화 및 공급망 확보를 노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HBM4 시장에서 현재까지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삼성전자가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사에 대한 적극적인 공급 확대를 통해 고객사와의 신뢰를 회복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의 HBM 전략의 궁극적 목표는 차세대 HBM4 제품으로 ‘초격차’ 재현이다. HBM4는 더 폭넓은 대역폭과 저전력, 고신뢰성·고적층 구조를 갖춰 AI·클라우드·슈퍼컴퓨팅 등 첨단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삼성은 2025년 하반기 샘플 공급을 시작으로 내년 1분기 본격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AI 서버와 데이터센터, 하이퍼스케일러를 겨냥해 대형 고객사 일괄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잃어버린 10년을 단숨에 복원할 수 있는 키는 바로 HBM 시장"이라며 “현재 삼성은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줄이고 AI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되찾기 위해 기술 혁신·생산 능력 확대·가격 정책·고객 신뢰 회복 등 다중적 전략을 총동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