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 조건 경쟁 속 과열 우려…"공정 경쟁·수익성 확보 필요"
|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 서울 정비사업 시장이 하반기 들어 본격적인 ‘전면전’ 양상을 띠고 있다. 송파 한양2차 재건축, 개포우성4차 재건축, 성수1·2지구 재개발 등 서울 핵심지를 둘러싼 대형 정비사업에서 주요 건설사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금리와 대출 규제로 일반 주택 거래가 위축된 가운데 재개발·재건축 사업만큼은 과열 조짐이 두드러진 모습이다.
◆송파·개포·성수…‘하반기 빅매치’ 본격화
28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한양2차 재건축은 GS건설·HDC현산·포스코이앤씨 등이 참여 의지를 밝히며 경쟁 구도가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이 정비사업은 서울 송파구 가락로 192일대 6만2370㎡ 부지에 최고 29층, 1346가구로 재건축하는 6856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1984년 준공된 이 단지는 현재 10개 동, 744가구 규모다.
조합은 지난 11일 총 공사비 6856억원의 조건으로 시공사 입찰을 공고했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9월4일이며 경쟁 입찰이 이뤄질 경우 조합은 11월경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GS건설은 서울 송파구 송파한양2차 재건축사업 입찰을 위한 제안서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으며, 공사 선정 입찰 공고 직후 수주팀을 구성하고 해외 설계사, 건축사무소 등과도 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DC현산도 최근 송파한양2차 재건축사업을 위해 미국의 구조설계 회사 LERA와 협업해 구조 설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HDC현산 관계자는 “송파한양2차 재건축 사업이 잠실을 넘어 서울 동남권을 대표하는 재건축 사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포스코이앤씨 역시 자사 하이엔드 브랜드인 ‘오티에르’를 적용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아직 사업을 검토 중인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강남구 개포우성4차 재건축 사업 역시 개포지구의 입지와 가치가 부각 되면서 주목받는 현장이다. 개포우성4차는 1985년 준공된 아파트로, 조합은 지난 17일 시공사 선정 입찰 공고를 냈으며 입찰마감은 9월9일이다. 이 사업은 총 9개 동, 459가구 규모의 단지로 재건축을 통해 최고 49층, 1080가구(공공주택 128가구 포함)의 공동주택 단지로 탈바꿈한다. 현재 삼성물산,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등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개포우성4차는 향후 개포지구 일대 재건축 밸류체인을 완성할 핵심 단지로, 브랜드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수동 정비사업도 하반기 ‘핵심 격전지’로 떠올랐다. 성수1지구는 현대건설·GS건설·HDC현산이, 성수2지구는 포스코이앤씨·DL이앤씨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히며 시공권 확보전에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성수1지구는 3014가구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이 조성될 예정으로, 추정 공사비만 약 2조원에 달하며 2지구도 2609가구 수준의 대규모 사업인만큼 1군 건설사들간의 치열한 경쟁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성수지구는 한강변 입지와 개발 호재가 겹친 핵심 지역이어서 시공권 확보 효과가 크다”며 “수주전에서 물러설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파격 제안 속출…과열 양상 우려
정비사업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건설사들은 저금리 대출 지원, 이주비 지원, 특화 설계, 고급 마감재 적용 등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브랜드 이미지 중심 경쟁에서 한발 더 나아가 실제 사업성에 영향을 줄 만한 조건이 제안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경쟁이 반복되면서 수익성 악화와 도덕적 해이 문제가 재점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건설정책 관계자는 “정비사업 수주 과정에서 과도한 혜택 경쟁이 발생할 경우 공사비 인상이나 분양가 부담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며 “건전한 경쟁 질서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도 올해 초부터 정비사업 속도전에 힘을 싣는 행보를 이어왔다. 신속통합기획, 통합심의 등 행정 절차를 단축하면서 사업 추진에 속도가 붙었지만, 금리와 대출 규제 등 시장 변수는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최근 주담대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는 정부의 부동산 대책(6·27 대책)이 시행되면서 전체 시장 거래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중심의 ‘선택적 투자’가 지속될 가능성을 언급한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서울 핵심지 내 대규모 재건축·재개발은 공급 부족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여전히 매력적인 투자처로 평가된다”며 “결국 수도권 핵심지역 중심의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