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원 녹색전환硏 경제전환팀장 “재원 투입 없이 탄소중립 달성 불가능”
이상민 나라살림硏 수석연구위원 “정부 조직 개편만으로는 기후거버넌스 개편 불충분”
“개후재정 규모 산정부터 집행까지 전면 재설계 필요”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한국 정부의 기후예산은 각 부처의 사업을 단순 합산한 수준에 그치며,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달성에 필요한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실질적인 기후대응을 위해서는 기후재정을 재설계하는 동시에 기후거버넌스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이는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2간담회실에서 열린 ‘기후재정 거버넌스 혁신’ 세미나에서 나왔다. 세미나는 기후재정포럼(이로움재단·녹색전환연구소)이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정태호·김정호 의원), 국민의힘(조은희 의원), 조국혁신당(서왕진·차규근 의원), 진보당(쩡혜경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기후대응에 2027년까지 약 89.9조원 투자? “검증 불가”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경제전환팀장은 현재 기후예산으로는 기후대응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못박았다.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탄소중립기본계획)’에 따르면, 정부는 2027년까지약 89조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세부적으로 2023~2027년까지 5년간 ▲부문별 감축 대책 54조6000억원 ▲기후변화 적응 대책 19조4000억원 ▲녹색산업 성장 6조5000억원 순이다.
그러나 2027년까지의 투자 계획은 현 기후대응 관련 각 부처의 사업 예산을 단순 합산한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마저도 예산 삭감으로 투자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2024년 기준 목표의 19.8%가 미달된 것으로 추정되고 사업내역 미공개로 이행 점검이 제대로 평가되지 않는다는 문제도 있다.
최기원 팀장은 “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재정투자 계획을 ‘기후재정계획’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중립기본계획 내 연도별 감축 목표에 맞춰 부문별 투자 계획을 세우고, 재원조달 계획을 수립·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 화석연료 보조금 등 배출 관련 투자 계획은 축소돼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또한 사전에 현재 투자 계획과 투자 부족 분 간의 격차를 명확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팀장은 “계획이 있어도 재원이 제때 투입되지 않으면 사업이 이뤄질 수 없다”며 “기후거버넌스가 전반적으로 개편돼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전 부처 통합기후정책 체계 구축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 실질화 및 국민참여 강화 ▲기후경제부 신설 및 산업·에너지 전략 전환 ▲전문성·시민참여·데이터 기반 강화 ·기후재정 혁신과 기후 대응 기금 확장 등 기후거버넌스 개혁 5대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기후에너지부를 개편한다면 여기에 재원이 따라워야 한다”며 “현 기획재정부 소관 기후 대응 기금을 기후에너지부로 옮기고 정책금융을 담당할 기후투자공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조직 개편만으로는 기후거버넌스 불충분...예산 뒷받침돼야”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센터 열풍으로 전력 등 에너지 소비가 예상보다 폭증하는 상황에서, 기후대응을 위한 기존 예산조차 지키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기후에너지부 신설 등 기후 관련 정부 조직 개편만으로는 기후거버넌스 개편이 불충분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기존 조직이 구조적으로 융합이 되지 못하고 같은 부처 내 각각 다른 국·실 조직으로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로 머물 수 있다”며 “일부 정책적 통합이 이뤄지더라도 예산이나 조직 규모가 더 큰 다른 부서의 영향을 과도하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 부처를 어떻게 개편하더라도, 결국은 기재부의 지침에 따라 예산을 편성할 수박에 없기 때문이다. 그는 “기후 문제는 기존 정부 사업 같이 ‘파이 나누기’가 아니라 모든 부처가 고려해야 할 ‘전분야-전부처’ 사업이 돼야 한다”며 “총액배분 자율편성제(탑다운 예산제)를 실효적으로 확립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기재부는 이미 탑다운 예산제를 형식적으로 시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기후 관련 재정지출 총액을 구성하는 국민적 논의 과정은 사실상 매우 부족하다”고 짚었다. 또 기재부가 NDC에 부합하지 않는 예산을 편성해도, 이를 견제할 실질적인 수단도 미비하다.
이에 이 수석연구위원은 탑다운 예산제 현실화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그는 “시민숙의단 형식의 국가재정 운용계획 토론회를 통해 기후대응 예산 총액을 논의할 수 있도록 기후거버넌스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탄녹위가 전분야-전부처 예산 편성과 집행, 성과 평가를 진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기후재정, 총량 추게부터 집행체계까지 다시 짜야...거버넌스 개혁 ‘시급’
이어진 지정 토론에서도 비슷한 의견이 이어졌다.
허경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아태재정협력센터 센터장은 “정확한 기후예산 규모 산정을 위해서는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적응 비용을 포함해 전체 기후대응에 필요한 비용을 정확히 추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기후대응 비용에 대한 종합적인 추계가 이뤄지지 못했고, 이중 정부가 부담해야 할 재정 규모 역시 논의된 적 없는 현실을 지적햇다.
오영민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역시 기후분야 예산 편성의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 기후 관련 예산을 통합적으로 편성·심의하는 기구나 절차가 부재한 상황을 꼬집었다. 오 교수는 “범부처에 산재한 기후예산을 통합적으로 심의하고 편성해야 한다”며 “예산 배분의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는 전문기구를 탄녹위나 신설될 기후에너지부에 설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재경 경기연구원 기후환경 실장은 “모든 부처의 정책과 예산에 탄소중립이 주류화돼 있지 않다”며 “기재부의 재정 건전성 중심 예산 편성 구조는 기후재정 전략과 실행력을 저해하는 구조적 한계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역 주도 탄소중립이 강조되고 있으나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기준, 재정 지원이 부족해 실행 역량도 제한된다”고 토로했다. 이는 탄소중립 기본계획 재정투자 계획 내 중앙과 지자체 간 연계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한수연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더 많은 시민이 ‘우리 사회가 기후대응에 얼마를 쓸 수 있을지’ 기후예산 총액 규모를 설정하는 논의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집단지성의 발휘와 사회적 합의 도출 측면에서 유효하다“며 ”시민 숙의단이 기대한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매우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진익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국장은 “탑다운 예산제도 확립, 탄녹위 강화, 기후거버넌스 변화 등의 내용에 대체로 공감한다”며 “기후예산 집행 효과에 대한 정량 분석 역시 확대돼야 한다”꼬 제언했다. 해당 기후대응 사업의 직접적 효과와 간접적 효과를 모두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는 또한 “기후예산 편성 과정에서 환류 방식을 구체화해야 한다”며 “이행점검과 성과평가, 추후 예산 편성을 위한 지침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