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화학, 투자 늘며 잉여현금흐름 적자...차입부담 ‘지속’
SK지오·한화토탈, 수요 둔화로 PX 마진 약세
두 곳 모두 영업현금창출력 약화...잉여현금흐름 적자 기조 이어질 듯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화학,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모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 사진=LG화학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가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LG화학,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모두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 사진=LG화학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석유화학 기업들의 신용등급 전망이 또 줄줄이 하향 조정됐다. 영업현금창출력 부진과 몇 년째 누적된 영업적자로 인해 재무안정성 개선 여력이 제한적이란 평가다.

한국기업평가(한기평)와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최근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LG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내 3대 신평사는 지난해에도 증가하는 차입부담과 부진한 영업실적 등을 이유로 롯데케미칼, 여천NCC, 효성화학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 LG화학, 석유화학 부문 수익성 둔화

한기평과 나신평은 등급전망 변경 사유로 ▲부정적 업황에 따른 영업실적 저하 ▲대규모 설비투자로 차입금 확대 ▲중·단기간 내 실적 부진과 과중한 차입부담 지속 전망 등을 꼽았다.

한기평은 보고서에서 “중국 경기 회복 지연, 미국 관세 부과에  따른 글로벌 불확실성 고조 등으로 전방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석유화학 부문의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캐나다·인도네시아 등지의 에너지솔루션 공장 신증설 투자와 첨단소재 확장투자, 석유화학 경상투자 등으로 2022년 이후 설비투자(CAPEX)가 확대됐다”며 “과거 연간 6조원 이내를 기록하던 CAPEX가 지난해 14조8000억원까지 늘어나며 영업현금창출 대비 과중한 투자지출로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누적됐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지연된 중국 내 에틸렌 증설이 2025년 이후 재차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글로벌 정유사의 화학산업 진출 등으로 공급 부담이 심화됨에 따라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이 중·단기간 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신평도 보고서에서 “석유화학 부문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글로벌 경기 둔화 등으로 인한 수요 부진으로 2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며 “최근 원가부담 완화 등에 힘입어 제품 스프레드는 소폭 회복 추세를 보였으나, 누적된 역내 증설 규모와 수요 회복 지연 등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과거 대비 저조한 수준을 지속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영업현금창출 규모는 연간 5조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이를 초과하는 규모의 설비투자 관련 자금 소요가 발생하면서 잉여현금흐름 적자가 2021년 이후부터 계속되고 있다”며 “2027년까지 설비투자에 따른 자금 소요가 연평균 약 7조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고려할 때, 잉여현금흐름 적자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현재 예정된 투자 프로젝트 규모, 영업현금창출 전망치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간 잉여현금흐름 누적에 기반한 차입 부담 완화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CI / 사진=각 사 제공
SK지오센트릭, 한화토탈에너지스 CI / 사진=각 사 제공

◆ SK지오·한화토탈, 수요 위축으로 PX 마진 ‘약세’

한기평과 나신평은 SK지오센트릭과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신용등급 전망도 각각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먼저 나신평은 보고서에서 “두 회사는 2024년 하반기부터 유가가 하락하면서 가솔린 블렌딩 목적의 아로마틱 제품의 수요가 둔화했고, 역내 파라자일렌(PX) 공급이 증가하면서 PX 마진(스프레드)은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수익성도 저하됐다. 나신평은 ”한화토탈에너지스의 수익성은 2022년 하반기 이후부터 계속 저조한 수준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하반기 이후 PX 스프레드가 하락하면서 화성부문의 손실 폭이 두드러졌다“며 ”에너지 부문도 정제 마진 약세에 따라 올해 1분기 수익성이 전년 대비 둔화했다“고 밝혔다.

SK지오센트릭도 “아로마틱 제품의 수익성이 전년보다 다소 하락했다”며 “최근 정제 마진 강세 흐름이 반전됐지만, 가솔린 블렌딩 목적의 아로마틱 제품 수요가 둔화했으며, 역내 PX 공급이 증가해 수급 상황이 나빠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두 회사 모두 최근 산업 환경에 특별한 변화가 없고 유가 하락 안정 추세가 지속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수익성은 계속 부진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전방 제품인 PTA 신규 가동이 PX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돼 완만한 수준의 수급 상황 개선은 가능하겠으나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약세로 PTA 체인 전반의 가동률이 하락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나신평은 이어 “SK지오센트릭은 2024년 하반기 이후 위축된 영업현금창출력으로 잉여현금흐름 창출이 유의미하게 개선될 때까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고 “한화토탈에너지스 역시 2026년까지 연평균 3000~4000억원 수준의 투자 자금 소요와 높아진 이자 부담으로 잉여현금흐름 창출 규모가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했다.

한기평도 “석유화학 업황 부진으로 3개년(2022~2024년) 두 회사의 별도 기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마진이 1~3%를 기록하는 등 부진한 수익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중국 중심의 신증설로 공급 부담이 확대됐지만, 글로벌 경제 둔화로 수요 성장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제품군 전반의 스프레드 약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또 “별도 기준 3개년 평균 영업현금흐름이 약2116억원으로 매출액 11조 대비 작은 수준이며, 지난해 영업 부채 결제 기간 연장을 통한 운전 자본 투자 감소, 유지·보수 중심의 보수적 투자 정책으로 인한 자본적 지출 축소에도 655억원의 잉여현금 적자가 발생했다”고 짚었다.

한기평은 “올해 제품 전반의 스프레드 약세, 보합세가 이어지면서 회사의 실적 개선 여력을 제한할 것”이라며 “”올레핀 기초유분과 폴리머는 신증설 부담이 지속되면서 중·단기 수급 불균형 해소 가능성이 미미하고, 아로마틱 부문의 경우 매크로 불확실성 확대 등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스프레드가 정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SK지오센트릭 측 관계자는 “현재 석유화학업계 전체가 수요 부진과 글로벌 경쟁 심화 등으로 업황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향후에 업황이 더 나빠질 가능성은 높지 않아 자산 효율화 등 자구 노력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높일 것”이라고 전했다.

◆ 중동 지정학적 갈등 지속...반등 기회 남아 있어

신평사들이 석유화학기업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지만 아직 반등 기회는 남아 있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2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 3곳(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공습하면서 이란-이스라엘 전쟁에 직접 개입했다”며 “이란도 보복과 핵활동 지속을 선언한 만큼 중동의 지정학적 갈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이 때문에 에너지 시장은 일정 기간 상당히 혼란스러울 것으로 관측되지만, 원유 및 정제품 운송 차질로 인해 수급이 타이트해지면, 국내 정유사들에는 정제 마진 상승과 재고평가 이익 등 반사 이익이 기대된다고 전 연구원은 설명했다.

또한 이란의 최대 천연가스 생산지인 사우스 파스 필드(South Pars Field) 가스전이 이스라엘로부터 공습을 당한 후 현재까지 부분적으로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이란은 이 가스전에서 천연가스와 메탄올을 생산하며, 생산된 매탄올의 80%를 중국으로 수출한다.

전 연구원은 “이 때문에 이란의 메탄올 생산 중단이 장기화하면, 중국 에틸렌 생산설비에서 약 5~6%를 차지하는 MTO 가동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중국 내에서 메탄올 가격이 상승했고, 미국의 중국향 에탄 수출 중단으로 약 10% 이상의 중국 에틸렌 생산 설비가 정상 운영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는 별개로 이란의 추가 공습과 이로 인한 천연가스와 메탄올 생산 차질 이슈가 장기화하면, 유가 상승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롯데케미칼·대한유화 등 국내 NCC 업체들에는 공급 부담이 완화되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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