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활동으로 인한 탄소 배출이 가장 많아
“모든 국가 신속하게 온실가스 감축해야”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지구 평균 온도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전 세계 탄소 예산이 2025년 초 기준 1300억톤(tCO2eq·이산화탄소환산톤) 정도만 남았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 1.5도 제한 목표란 산업화 이전(!850~1900년대) 대비 지구의 평균 기온 상승을 1.5도를 넘지 않게 노력하자는 파리기후협약의 목표를 말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 저자 등 60여 명의 과학자들이 모인 글로벌 연구 프로젝트 ‘지구 기후변화 지표(Indicators of Global Climate Change, IGCC)’는 19일 이러한 분석 결과를 지구 시스템 과학 데이터(Earth System Science Data) 저널에 공개했다.
IGCC는 2023년부터 IPCC 제6차 평가보고서(AR6) 이후의 변화를 반영한 기후변화 지표를 매년 발표한다. IPCC 보고서가 발표되는 주기인 5년간 생길 수 있는 잠재적 정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올해는 세 번째 보고서다.
지난해까지의 상황을 반영한 이번 IGCC 보고서도 AR6의 기준에 맞춰 전 세계 탄소 예산을 5가지로 따졌다. 이중 현재처럼 온실가스를 배출했을 때 50% 확률로 1.5도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탄소 예산은 1300억톤으로 3년 후면 소진될 것으로 관측됐다.
AR6에서 같은 조건으로 추산한 5000억톤과 대비했을 때 크게 줄어든 것이다. 또한 기온 상승 기준을 1.6도 혹은 1.7도 이내로 잡더라도 50% 확률값은 모두 9년 내에 탄소 예산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됐다.
영국 리즈 대학 프리스틀리 기후 미래센터 소장이자 연구의 수석 저자인 피어스 포스터 교수는 “IGCC 제3판에 따르면, 온난화가 전례 없는 수준과 속도로 일어나고 있다”며 “온실가스 배출량이 계속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다는 것은 안전하지 않은 수준으로 변화한 기후의 영향을 겪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IPCC가 마지막으로 보고서를 발표한 2021년 이후로도 매년 기온이 상승했고, 기후 정책과 기후 행동이 기온 상승의 영향에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올해 기후변화 지표 업데이트에는 해수면 상승, 전 세계 육지 강수량 등 두 가지 지표가 추가돼 총 10개가 집계됐다. 이 정보는 지구 기후 시스템 현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려는 의사 결정권자들에게 유용하게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에 관측된 지구 표면 온도 상승 추정치 중 최고값은 1.52도였다. 이 중 1.36도가 인간 활동에 기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최근 몇 년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난화의 수준 및 가속화의 폭도 확대된 것이다.
연구진은 2024년 전 세계를 강타한 고온 현상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인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 사상 최고조에 달하는 한편, 기후 시스템의 자연적 변동성(매년 자연적으로 기온이 달라지는 원인)이 함께 작용해 기록적인 수준으로 기온을 상승시켰다는 것을 뜻한다.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평균 기온이 상승한 해가 나왔다고 그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은 아니다. 이러한 판단은 장기간의 평균 기온 상승이 1.5도를 넘을 때 가능하다.
보고서는 다만 “2024년 사례는 전 세계 온실가스 관리가 얼마나 잘못된 방향에 빠르게 근접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화석연료 사용과 삼림 벌채로 인한 온실가스 순배출을 완전히 없애야만, 부정적 결과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기 평균 기온변화를 보면 2015~2024년까지 10년간 지구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24도 상승했다. 이 중 1.22도가 인간 활동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10년 동안 인류가 목격한 온난화가 사실상 인간 활동의 산물이란 의미다.
인간 활동은 지난 10년 동안 매년 약 530억톤의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했다. 화석연료 연소와 삼림 벌채로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 것이 주원인이다. 온실가스 배출이 늘면서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도 상승했다. 동시에 지구를 냉각시키는 역할을 하는 에어로졸로 전환되는 이산화황(SO2)의 배출량은 줄며 지구는 계속해서 뜨거워지고 있다.
인간 활동은 지구의 에너지 균형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구 시스템에 빠른 속도로 축적되는 잔여 열은 기후 시스템의 모든 구성 요소에 변화를 일으켰다. 2012~2024년까지의 지구온난화율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수준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이로 인해 해수면 상승, 해양 온난화, 빙하 손실, 영구 동토층 해빙 등 기후 시스템에서 중요한 요소들에 해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메르카토르 해양연구소 해양과학정책 수석 고문인 카리나 폰 슈크만 박사는 “바다가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하는 초과 열의 약 91%를 저장하면서 해양온난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해수온난화는 해수면 상승 및 극심한 기상이변으로 이어져 해양 생태계와 이에 의존하는 군집들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IGCC에 참여한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기초과학연구원 기후물리연구단의 이준이 교수는 “지구 기후변화 지표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기 위한 탄소 예산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며 “모든 국가는 최대한 신속하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부터 감소하고 있지만, 지난 6년간 연평균 3.25%씩 감소하는 속도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2018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이라는 한국 정부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현재의 두 배 이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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