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건전성 관리로 올 1분기 연체율 0.90%...업계 '최저' 수준
카드업계가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인한 업황 악화를 극복하기 위해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특히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판매 수익이 해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카드업계는 해외로 눈을 돌려 해외법인을 비롯해 결제·데이터 사업 등의 다양한 먹거리를 찾아 수익성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또한 건전성 관리를 통한 비용 효율화에도 전력을 다하고 있다. [편집자 註]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현대카드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업황 악화에도 수익성과 건전성을 바탕으로 기본에 충실하며 상위권 도약에 나서고 있다. 연체율의 경우 업계 평균이 치솟는 상황에서도 업계 최저를 기록하고 있으며 수익성 역시 국내외 결제액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1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카드의 당기순이익은 3164억원으로 2023년 대비 19.4%가 증가했다. 올 1분기 순이익은 614억원으로 지난해 동기(638억원) 대비 3.8%가 감소했지만, 업계에서는 업황 악화에도 불구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현대카드의 이 같은 약진은 범용신용카드(GPCC)와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의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카드는 신용카드 본업에서 정태영 부회장 주도로 PLCC와 GPCC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먼저 GPCC 부문은 일반(매스)와 프리미엄 신용카드로 구분된다. 통상 업계에서는 연회비 1~3만원 수준의 신용카드를 매스 신용카드로 부르며 15만원 이상의 연회비를 받는 카드를 프리미엄카드로 구분한다.
이에 현대카드는 M·X·ZERO와 같은 문자 시리즈를 매스 신용카드로, 그린·블랙·퍼플과 같은 색깔은 프리미엄 시리즈로 구분해 고객들에게 직관적인 상품 파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특히 현대카드는 최근 X카드 시리즈를 'X컷'과 'X세이브' 등으로 세분화해 맞춤형 공략에 나섰다. 컷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가 주로 찾는 브랜드(무신사·다시오·올리브영)들과 관련된 혜택을 탑재했으며 세이브는 4050세대가 많이 찾는 온라인쇼핑·학원·병원·약국 등에 집중했다. 이들 해당 상품들은 모두 기존 시리즈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제한 없이 결제 할인 혜택을 그대로 가져왔다.
현대카드 프리미엄 라인의 경우 지난해 연회비 300만원 수준의 '더 블랙'을 시작으로 '더 퍼플'·'더 레드' 등 프리미엄 카드 6종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또한 최상급 프리미엄 카드인 더 블랙의 기존 연회비를 2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리는 한편, 30만원 수준의 중저자 프리미엄 상품을 배치해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다양화했다.
여기에 중저가 프리미엄 및 특정 타깃층을 겨냥한 상품을 추가로 배치했다. 프리미엄 혜택을 일부 유지하면서도 연회비를 낮춘 'Summit(서밋)'과 여성을 핵심 고객층으로 설정해 맞춤 혜택을 제공하는 'Boutique(부티크)' 시리즈를 출시함으로써 상품 다변화에 주력했다.
현대카드는 국내 최상위 19개 기업들과 손 잡고 PLCC 영역에서도 관련 상품을 출시하는 등 PLCC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PLCC는 특정 기업 브랜드에 집중된 서비스·혜택을 제공하는 신용카드를 의미한다.
현대카드는 지난 2015년 이마트를 시작으로 현대차·기아·대한항공·스타벅스·배달의민족·네이버·넥슨·올리브영 등, 국내 카드사 중 가장 많은 19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또한 현대카드는 파트너십을 맺은 기업들과 단순 신용카드 출시 외에도 데이터 사업을 꾸준히 진행하는 등 사업 전략 다양화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현대카드는 국내외 신용카드 결제 부문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 기준으로 현대카드 개인회원의 신용카드 결제액(일시불)은 35조5422억원으로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신한카드의 결제액(33조6800억원) 보다도 약 2조원이 많은 수치다.
같은 기간 해외결제액 역시 1조1584억원을 기록하면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른 수익성 지표인 ROA(총자산이익률) 역시 순이익 감소에도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카드의 1분기 ROA는 1.83%로 지난해 동기(1.39%) 보다 0.44%포인트(p)가 올랐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카드의 모든 GPCC와 PLCC는 담당 본부 내부 경쟁을 통해 살아남은 상품들이 출시된다"면서, "이 부분이 회원수 증가와 함께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는 요인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앞서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역시 "현대카드는 GPCC와 PLCC의 양 날개를 단 세계 최초의 카드사로서 두 시장에서 모두 성장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수익성에 이은 건전성 면에서도 현대카드의 관리 역량은 돋보인다. 현대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0.9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22년의 0.87%를 기록한 뒤 2023년 0.63%로 잠시 하락했으나 지난해 0.78%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카드사 평균 연체율이 1.59%에 달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현대카드의 건전성은 안정적인 모습이다. 이는 리스크 관리와 함께 카드론 등 금융상품 취급액 조절하는 것을 비롯해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카드론 잔액을 급격히 늘리면서 금융당국으로부터 경영유의 권고를 받았다는 점은 개선사항으로 꼽힌다. 금감원은 현대카드 정기 검사 결과, 카드론 건전성 현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카드론 한도관리를 강화하라며 경영유의사항 8건, 개선사항 15건을 통보한 바 있다.
이에 한 카드사 관계자는 "연체율 개선은 현재 모든 카드사들의 겪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며, "그럼에도 낮은 연체율 관리 등 선제적인 건전성 관리는 업황 악화를 타개할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고 말했다.
이나라 기자 2country@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