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영업이익 56억 원…하위권서 허덕인 중소형 증권사 
조직문화, 실적 등 대 전환 이끌어…취임 후 7년 만
임재택 대표이사. 한양증권 제공
임재택 대표이사. 한양증권 제공

[한스경제=최천욱 기자] 임재택 대표가 취임한 2018년 당시, 한양증권 임직원 사이에서는 “해도 안 된다”는 패배감이 팽배해 있었다. 그로 인한 실적은 불 보듯 뻔했다. 당시 자기자본 2000억 원대, 영업이익 56억 원에 불과한 업계 하위권을 맴돌던 중소형 증권사에 불과했다. 

이런 정체된 조직을 임재택 대표는 불균형 성장 전략, 철저한 리스크 관리 기반의 구조 설계, 합리적 성과 보상 체계 등을 통해 조직문화와 실적에서 근본적인 전환 이끌어 내며 7년 만에 완전히 다른 궤도로 올려놓았다. 

◆ 영업익 548억 원, 자기자본 5144억 원, ROE 16.3%…“조직의 기세”

한양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548억 원을 기록했다. 임 대표 취임 전 56억 원에 비하면 10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고 2020년부터 2024년까지 3년 연속 영업이익 10% 이상 성장세를 보이며 업계 평균을 훨씬 웃도는 성과를 보였다. 

증자 없이 ‘순이익’ 누적만으로 자본을 2배(2699억 원→5144억 원)키운 사례는 업계에서도 이례적이다.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6.3%(올해 연결기준)에 달한다. 이 또한 7년 전 1.7%에 비하면 10배 가까운 성장이다. 임 대표는 이 숫자에 대해 “조직의 기세”라며 남다른 의미를 두고 있다. 

임 대표가 보여준 경영성과는 사람 중심, 내부 역량의 극대화, 문화 기반의 전략 실행력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일궈낸 결과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전통 증권사를 시대적 흐름에 맞는 민첩하고 강인한 조직으로 송두리째 바꿔버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임 대표는 한양증권의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하면서 “오늘은 우리가 또 다른 역사의 한 페이지를 시작하는 결정적 하루”라고 선언하면서 취임과 동시에 조직문화 혁신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는 “조직의 경쟁력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온다”는 철학 아래 구성원 주도 경영, 열린 소통, 실천 중심 문화를 기업에 뿌리내리는데 역량을 집중했다. 

취임 초기 도입한 ‘프로세스 오너십’은 회의 문화, 행사 운영, 발언 구조 등 실무 전반에 ‘주인의식’을 이식시켜 임직원들의 참여도를 높였다. 또 최고경영자 중심의 회의에서 벗어나 임원들이 주도하는 ‘쉐어드 어프로치’를 도입해 큰 호응을 얻었다. 

특히 임 대표가 매달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전 직원에게 보낸 ‘CEO Message’에 대해 한양증권 관계자는 “경영수업 교재로 불릴 만큼 조직 내부의 사고방식을 바꾸는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 변화 원하는 직원에 “공간과 문화를 바꾸다” 응답

2018년 전사 설문조사 결과, 구성원의 85%가 스스로 변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중 75%는 업무 몰입 방해요소로 노후한 사무환경을 꼽았다. 

임 대표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당시 연간 영업이익의 절반을 본사 전면 리모델링 비용에 투입한 것이다. ROE 2%의 상태에서 내린 이 결단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후 전국 주요 지점 리모델링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리, 차석, 부서장을 각각 대상으로 한 직급별 맞춤형 소통 프로그램 ‘후츠파·워크아웃·타운홀 미팅’을 통해 조직문화 개선에 메스를 가했다. 

‘후츠파 미팅’은 대리급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으로, ‘창의와 도전정신’을 의미하는 히브리어 ‘후츠파(chutzpah)’에서 따왔다. 실무진에게 ‘최상에 안주하지 말고,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자’는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차석자가 대상인 ‘워크아웃 미팅’은 CEO 자신의 실무 시절 경험과 태도를 공유하며 “안주하지 말고 스스로를 브랜드화하라”는 조언과 함께 중간관리자로서의 자세와 전략을 심어주었다. 

‘타운홀 미팅’은 부서장급 리더들을 위한 자리다. CEO가 한 해의 성과와 조직의 방향성을 공유하며 신뢰 기반 리더십과 부서 단위 맞춤형 전략을 전달하면서 구성원 맞춤형 리더십을 통한 ‘One Team’을 강조했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최고경영자와 임직원 간 수평적 교류를 통해 조직 전체의 방향성과 실행력을 강화시켰다”고 말했다.

브라운백 미팅. 한양증권 제공
브라운백 미팅. 한양증권 제공

더불어 브라운백 미팅, 해피투게더 볼링대회, 디자인 경영(CI 교체, 캐릭터 개발)등 문화·정체성 재정립 활동도 전개했다. 

‘브라운백 미팅’은 ‘도시락 토크’ 형식의 자율 소통 프로그램을 말한다. 내부 직원 또는 외부 인사들이 강연자로 나서 일상 속 경험과 인사이트를 나누며, 형식보다 ‘경험의 공유’에 집중해 조직 내 배움의 흐름을 활성화했다. 

‘해피투게더 볼링대회’는 전 직원이 함께 뛰고 응원하는 비정형적 문화활동으로, 조직의 경직성을 해소하고 체험을 통한 팀워크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디자인 경영은 시각적 미학을 넘어 ‘디테일의 실행력’을 의미한다. CI 변경, 사내 캐릭터 ‘머든’ 개발, 명함 리뉴얼 등 외형 개선뿐 아니라, 모든 조직문화 프로그램을 외주 없이 내부 기획과 실행으로 이뤄낸 점이 특징이다.

◆ 직원들 “변할 수 있다”, 임 대표 “더 많이 배웠다”  

임 대표의 이같은 공간과 문화의 재설계로 직원들 사이에서는 “우리는 변할 수 있다”는 신념이 형성되면서 구성원 스스로가 조직문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2019년, 자율 혁신을 위한 실무 주도 TF ‘파워플랜트’가 출범하면서 ‘한양다움’이라는 조직의 정체성 키워드도 탄생했다. 

실무자 간 릴레이 편지인 ‘비둘기 편지’는 333통이 오가며 구성원 간 연결을 되살렸고, 신규 입사자의 포부를 담은 ‘동행편지’는 한양 증권 특유의 따뜻한 환영 문화로 자리잡았다.

직원들 스스로의 변화는 임 대표가 조직문화를 내재화하는데 더욱 힘쓰게 됐다. 2022년 임 대표는 전 임직원 500명과의 1:1 면담 프로젝트 ‘Power Link’를 단독 수행했고, 이후 발탁 인사, PR 영상 제작, 전략 제언 등에서 수많은 인재들이 CEO의 관찰 속에서 기회를 얻게 됐다. 그는 “제가 주려 했으나, 오히려 더 많이 배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외에도 ‘싼타(산행)’, ‘뛸락(러닝)’, ‘마실(도보투어)’ 등 자연 기반 프로그램을 비롯해 ‘치유공정(소셜 셀 기반의 식사 소통)’, ‘Sunset Time(옥상 문화모임)’, ‘블루문(연극·재즈 공연 관람)’ 등 다양한 문화 형태를 실험해왔다. 

‘작은 솥에서부터 끓이자’는 발상에서 시작한 ‘치유공정’은 전 직원을 10명 단위로 구성한 소셜 셀(Cell)이 CEO, 경영진과 함께 재즈 공연, 양조장 투어, 식사 등 특별한 저녁 시간을 보내는 소규모 그룹 소통 프로그램이다. ‘Sunset Time’은 회사 옥상에서 여의도의 스카이라인을 감상하며 간단한 맥주와 대화를 나누는 감성 중심의 리프레시 프로그램이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조직 내 연결감과 응집력을 높이고 형식보다 분위기와 자연스러운 대화 속에 일의 피로를 덜어내고 동료 간 관계를 재충천하는 시간으로 자리잡았다”고 말했다.

◆ 조직의 미래 “MZ를 잡아라” 

한양증권이 조직의 미래를 이끌어 갈 MZ직원들을 경영 파트너로 성장시키는데 역량을 집중한 점도 주목받고 있다.

‘SPACE-X’라는 이름으로 젊은 직원이 조직 진단을 주도하게 한 프로젝트부터, 사내 강연 ‘콤마타임’의 연사로 나서는 신입 직원까지, 한양증권은 나이나 직급이 아닌 ‘에너지와 관점’으로 인재를 발탁한다.

콤마타임의 '콤마(Comma)’는 쉼표의 의미로, 점심시간에 열리는 직원 주도형 강연 프로그램이다. 외부 연사 없이 내부 임직원이 강사가 돼 각자의 관심 주제와 전문성을 공유했다. 

이 프로그램은 ‘더현대 서울’, ‘젠트리피케이션’, ‘AI와 인간 협업’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단순 지식 전달을 넘어 MZ세대의 관점을 반영한 실험적 경영 인사이트 발굴의 장으로 확장됐다. 

브루킨즈 아카데미. 한양증권 제공
브루킨즈 아카데미. 한양증권 제공

2023년에는 대학생 연구조직인 ‘브루킨즈 아카데미’를 출범시켰다. 브루킨즈 아카데미(Brew:Keens Academy)는 산학협력의 신모델이자 전략 싱크탱크로, ‘열망(Keens)을 양조(Brew)’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업계의 대외활동 기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오픈 그룹 인터뷰’를 통한 공정하고 투명한 선발, 개별 면접 피드백 제공, CEO가 직접 전 과정에 참여해 강평 제공, 임직원과 동일한 명함 부여 등 철저한 ‘내부자’로 대우를 한다”며 “실질적인 경영에 참여하는 진짜 연구원 조직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효과에 대해서는 “단기 인턴십 이상의 의미를 가지며, 학생과 회사 모두에게 높은 몰입도와 성장을 이끄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브루킨즈 아카데미는 지속 가능한 인재 발굴 모델이자, 조직의 젊은 감각과 전략적 해석력을 동반 강화하는 장치를 지향한다”고 덧붙였다. 

◆ 자기자본 1조원 달성…“지속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 

한양증권은 자기자본 1조원 달성을 중장기 경영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 전략은 ‘내실 있는 성장’이다. 단순한 외형 확장보다도 젊고 유능한 인재의 유입과 성장을 돕는 제도적 장치, 문화적 일체감과 자발적 실행력 등을 통해 조직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데 더욱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한양증권 관계자는 “조직문화와 경영전략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접근을 통해 자기자본 1조원 달성이라는 정량적 목표를 넘어,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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