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이앤씨 '스카이브릿지' vs HDC현산 '그랜드파크'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서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를 둘러싸고 건설사 간 '디자인 전쟁'이 본격화됐다. 포스코이앤씨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은 자사 브랜드를 앞세워 조합의 선택을 받기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두 건설사는 외관부터 조경, 커뮤니티 설계까지 각기 다른 철학과 전략을 담은 특화설계를 내세우며, 용산의 상징성을 반영한 랜드마크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목표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에 포스코이앤씨와 HDC현산이 참여하면서 맞대결 구도가 성사됐다.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재개발은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일대 7만1901㎡ 부지에 지하 6층~지상 38층 규모의 아파트 777가구와 오피스텔 894실, 상업·업무시설을 짓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다. 예상 공사비는 약 9558억원이다.
최근 정비사업의 중심축이 '설계 경쟁력'으로 이동하면서 조합원 삶의 질을 결정짓는 디자인 완성도가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용산처럼 상징성이 높은 입지에선 외관·조경·커뮤니티가 단지 자산가치를 좌우한다는 평가다.
양사는 이번 수주를 위해 업계 최고 수준의 조건과 설계 등을 제안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워 '자연과의 조화'를 콘셉트로 한 디자인을 제안했다. 예컨대 한강의 흐름을 형상화한 '웨이브 디자인'을 단지 외관과 오피스텔 발코니에 적용해 도시적 미감을 구현했다.
핵심은 단지 내에 배치된 스카이 브릿지다. 두 쌍의 타워를 연결해 한강과 남산을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외부 도로를 침범하지 않는 구조로 인허가 기준도 충족한다는 설명이다.
설계는 건축가 벤 반 베르켈(Ben van Berkel)이 이끄는 글로벌 건축설계사 유엔스튜디오(UNStudio)가 맡았다. 그는 서울시 자문기구인 '서울총괄건축가 파트너스'에 소속돼 있어, 실현 가능성과 절차를 고려한 설계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이 밖에도 포스코 고유 철강 기술인 '포스맥' 외장재, 외관 훼손을 최소화한 지역난방 시스템 도입 등 고급 주거를 위한 기술 요소도 반영됐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세계적 전문가와 함께 용산만을 위한 특화설계를 완성했다"며 "오티에르 용산은 입주민 삶의 품격을 완성하는 공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HDC현산은 용산역과 연결되는 지하통로 및 상업공간을 설계에 포함해 사업성을 높였고, '녹지 중심 단지'를 설계 콘셉트로 내세웠다. 약 4만1874㎡ 규모 부지 중 44%(1만8413㎡)를 공원, 정원, 산책로 등 녹지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설계 파트너는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에버랜드 조경 경험을 바탕으로 ▲계절 테마 정원 ▲조경 솔루션 ▲동선형 테마가든 구성 ▲도심형 리조트 수준의 공간 연출 기법 등을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HDC현산은 이를 기반으로 8개의 테마정원과 6개의 광장, 3가지 타입의 산책로, 초대형 '그랜드파크' 등을 설계의 핵심으로 제안했다. 그랜드파크는 전체 면적의 25.6%를 차지하며, 서울 도심 내 최대 규모의 공원 중 하나로 조성될 예정이다.
또 용산공원과 한강을 연결하는 트레일 및 고층 커뮤니티와 연결된 행잉트레일 등의 산책 동선도 설계에 포함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단순한 주거 공간을 넘어 도시와 자연이 공존하는 미래형 복합도시의 기준이 될 것"이라며 "삼성물산 리조트부문과 협업을 통해 용산의 새로운 랜드마크를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선 이번 수주전을 통해 정비사업 시장이 디자인 완성도와 공간 기획력 중심으로 재편되는 흐름이 더욱 뚜렷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들도 보여주기식 외관보다, 실제 가능한 설계인지, 관리비나 유지비 절감 효과는 있는지를 꼼꼼히 따진다"며 "디자인의 시대라지만 현실성 없는 설계는 오히려 감점 요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조합은 다음 달 중순 총회를 열고 시공사를 최종 선정할 계획이다.
한나연 기자 naye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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