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공사비 상승·금융환경 불안정속 압구정2구역, 용산정비창 등 수주전 치열
수주 평가기준, 시공능력·브랜드보다 재무안정성·자금력이 판가름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뉴스

[한스경제=한나연 기자] 올해 서울 재건축 주요 단지에서 시공사 선정 경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대형 사업지일수록 건설사의 재무건전성과 리스크 대응 능력이 핵심 평가 기준으로 부상하고 있다.

1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강남권을 비롯한 대형 정비사업지에 주요 건설사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시공능력이나 브랜드를 뛰어넘는 '자금력'이 수주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압구정2구역, 용산정비창 등 주요 현장에 뛰어든 건설사들 간에도 재무 안정성과 자금력을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

◆'래미안'과 '디에이치', 브랜드 넘어선 자금력 대결

삼성물산(왼쪽), 현대건설 CI./ 각사 제공
삼성물산(왼쪽), 현대건설 CI./ 각사 제공

압구정2구역 수주전에 나선 삼성물산은 '래미안' 주택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에 더해, 지난해 기준 연결 기준 66%의 부채비율을 기록해 업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수준을 갖고 있다.

부채비율은 총부채를 총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외부 차입 의존도와 재무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200%를 넘기면 재무구조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

PF우발채무 리스크가 크지 않다는 것도 강점이다. 지난해 말 삼성물산의 PF우발채무 규모는 약 2조1000억원으로, 현금성 자산이 3조6224억원임을 고려할 때 대응 가능한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풍부한 자금 여력으로 안정적인 사업 수행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대건설 역시 대형 사업 수행 경험이 풍부하고,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의 브랜드 인지도도 높은 편이다. 다만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만큼, 수익성 회복은 여전히 과제로 지목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연결기준 1조263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적자 전환했다.

그러나 올 1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2137억원을 기록하며 직전 분기 대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해외 핵심 현장의 공정 본격화가 매출에 반영된 것이 반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사비 급등기에 착공한 현장이 차례로 준공되고 수익성이 확보된 핵심 사업지 공정이 본격화함에 따라 분기별 수익성은 점차 회복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부채비율 역시 지난해 말 179.3%에서 1분기 173.4%로 낮아졌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4조2227억원으로 대응여력이 충분하고, 신용등급은 업계 상위 수준인 AA-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수주잔고는 98조1475억원으로 연매출 기준 약 3.2년치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용산정비창 두드리는 포스코이앤씨·HDC현산, 재무력은?

포스코이앤씨(위), HDC현대산업개발 CI./ 각사 제공
포스코이앤씨(위), HDC현대산업개발 CI./ 각사 제공

용산정비창 전면1구역 수주에 도전하고 있는 포스코이앤씨는 그룹 차원의 재무적 지원을 바탕으로 기본 체력이 탄탄한 편이다.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자산 및 금융기관 예치금을 합한 자산 규모는 1조703억원에 달한다. 미청구공사금 역시 1조9504억원에서 10.6% 줄어든 1조7428억원을 기록했다. 부채비율도 2023년 135.6%에서 지난해 말 118.1%로 낮아지는 등 안정세를 보였다.

다만 비우호적 대외상황을 고려할 때 지방 미분양 현장을 중심으로 공사대금 회수가 지연될 가능성은 여전히 리스크로 꼽힌다.

한국신용평가 측은 "포스코이앤씨는 현금성 자산 등에 기반한 대체자금조달력을 확보하고 있다"며 "비우호적인 금융시장 환경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운전자본의 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1년 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4838억원과 배당금 및 PF우발채무 등에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바라봤다.

용산 수주를 위해 포스코이앤씨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경우 광주 붕괴 사고 여파로 브랜드 신뢰도 회복이 시급하며, 재무 안정성 측면에서도 보완이 필요한 상황이다. 1분기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139.6%에서 148.6%로 9.0%포인트(p) 상승했다.

다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이 54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8% 증가했다. 또 PF 우발채무를 지난해 말 기준 2조2040억원 수준으로 관리하고,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1조143억원으로 늘어난 점도 신용등급 상향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HDC현산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 확대와 함께 안정적인 부채비율 관리 등 재무건전성 지표들을 체계적으로 강화하겠다"면서 "지속적인 주주 환원 정책도 계획해 시장 신뢰도 제고에도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합의 선택 기준도 '재무 체력과 리스크 관리 능력'

조합과 업계 전문가들도 대형 재건축 사업에서는 브랜드보다 재무안정성과 리스크 대응 능력이 핵심 평가 기준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비사업 조합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금융환경이 불안정하고 건설 원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조합에서도 건설사의 자금력과 재무 리스크 대응 능력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며 "브랜드 인지도도 중요하지만 장기간 안정적으로 사업을 끌고 갈 체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공사비가 수천억원에 달하는 정비사업은 수주 이후에도 자금 운영과 리스크 관리가 핵심"이라며 "외형보다 내실이 탄탄한 건설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한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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