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동형선 8척 발주 이은 추가 건조 계약
대만 조선소 CSBC와도 계약...선대 확충 가속화
“해운동맹 재편 따른 주도권 경쟁·IMO 규제 대응”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HD현대삼호와 삼성중공업이 대만 정기선사 완하이라인으로부터 총 8억136만달러(약 1조1215억원) 규모의 친환경 컨테이너선을 2척씩 수주했다.
12일 외신과 두 조선사가 공시한 내용 등에 따르면 완하이라인은 최근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메탄올 사용이 가능한 이중연료(dual-fuel) 추진 1만6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이들 선박은 기존 선박유와 메탄올을 모두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선박 사양으로 전남 영암에 위치한 HD현대삼호와 삼성중공업에서 각각 2척씩 건조될 예정이다. 정확한 인도 시기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28년 상반기까지 건조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르웨이의 조선·해운 전문 매체 트레이드윈즈는 지난달 말 ‘네오파나막스’ 선형으로 불리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4척의 척당 선가가 1억8600만~2억400만달러(약 2600억~2900억원) 선이며 총 계약금액은 7억4800만~8억1600만달러(약 1조500억~1조1500억원) 사이에 형성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레이드윈즈의 척당 선가 관련 보도 후 하루만인 지난달 24일 HD현대삼호는 아시아 지역 선주사와 컨테이너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HD현대삼호의 수주금액은 5596억원이며 2028년 6월까지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28일 아시아 지역 선주사와 컨테이너선 2척을 5619억원에 건조 및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수주 일자는 25일이며 납기는 2028년 1월까지다.
두 조선사의 공시에서 정확한 계약 상대방 및 선박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4척의 총 계약금액이 8억136만달러(약 1조1215억원)로 집계돼 트레이드윈즈에서 제시한 최대 8억1600만달러(약 1조1500억원)와 비슷한 수준에서 수주 금액이 결정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완하이라인이 발주한 1만6000TEU급 컨테이너선을 두 조선사가 2척씩 수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계약은 완하이라인이 지난해 10월 한국 두 조선소에 발주한 동형선 8척에 이은 추가 계약이다. 작년 발주 당시 계약 금액은 약 16억달러 규모로 알려졌으며 HD현대삼호와 삼성중공업이 4척씩 나눠 수주했다. 이로써 완하이라인이 한국에 발주한 동형선은 총 12척으로 늘어났다.
이와 별도로 완하이라인은 지난해 8월 대만 조선소 CSBC코퍼레이션과 HD현대삼호에 8000~87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20척을 분산 발주하는 등 선대 확충 및 친환경 선박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프랑스의 해운·조선산업 분석 기관인 알파라이너에 따르면 12일 현재 완하이라인의 선대 규모는 113척, 52만6000TEU로 세계 11위이다. 신조선 발주량은 현재 운항에 투입 중인 선복량의 72%인 23척, 38만1700TEU에 달한다.
이보다 앞서 지난 3월 대만의 에버그린은 2만4000TEU급 LNG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6척을 한화오션에 발주했다. 노후선 폐선과 국제해사기구(IMO)의 현재 운항 선박에 대한 유해 물질 저감 정책(규제) 시행 등으로 글로벌 선사들의 친환경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 움직임은 선복량 과잉에도 계속 이어진다는 분석이다.
실제 로이드 리스트는 올해 1분기 글로벌 3위 선사인 프랑스의 CMA CGM과 대만의 에버그린, 양밍라인, 완하이라인을 비롯한 주요 정기선사들이 신규 선복량 증대와 관련 주요 조선소와 발주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이보다 앞서 향후 전 세계 컨테이너선 신조 발주량이 최대 900만TEU를 돌파할 수 있으며 이는 전 세계 선복량의 30%에 해당한다고 관측한 바 있다.
선복량 과잉 외에도 계속 우하향 중인 컨테이너선의 운임·용선료도 신조 발주 수요에 악재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양종서 수석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해운·조선업 2025년 1분기 동향’이란 보고서를 통해 1분기 평균 중국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1350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높은 수준을 보였으나 1월 초 이후 다시 원양 노선을 중심으로 빠른 운임 하락 추세가 이어지고 있어 이 기간(1분기) 26.6%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운임은 러시아-우크라전쟁 발발 후 한 번 급증했다가 2023년 최고 정점을 찍은 후 계속 하락하고 있다. 컨테이너선의 운임과 용선료는 2024년 3분기까지 하락세를 나타냈지만 시장에서 감당할 만한 수준이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작년 4분기부터 운임과 용선료는 손익분기점 아래로 내려앉은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한 전문가는 “선복량 과잉과 운임, 용선료의 하락 등으로 인해 현재 컨테이너선이 신조 발주가 거의 없어야 하는 것이 정상”이라고 전했다.
완하이라인이 이러한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친환경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계속 발주하는 것은 최근 해운동맹 재편 움직임과 IMO의 선박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중기조치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란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소 수석연구원은 “해상운임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1분기 전세계에서 발주된 컨테이너선은 전년 동기 대비 197.3% 증가한 431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전체 발주량의 55.2%를 차지한다”며 “2027년으로 다가온 IMO의 중기조치 규제 대응과 해운동맹 재편에 따른 주요 정기 선사들의 주도권 경쟁 심화가 맞물리며 신조 발주 수요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선사들 간 주도권 경쟁이 격해짐에 따라 필요한 시기에 맞춰 선박을 인도받기 위한 조선소의 선표 확보 경쟁도 한 몫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용선을 전문으로 하는 선사들도 최신 선형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어야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시장 흐름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용선계약 거래가 발생하고 수익이 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발주에 일부 가담했다. 이러한 부분까지 반영돼 완하이라인, 에버그린 등 정기 선사가 한국을 비롯한 주요 조선소에 신조 발주를 하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