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신연수 기자] 한국과 미국의 관세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져도 미·중 관세 전쟁이 악화하면 올해 한국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김진욱 씨티 이코노미스트는 23일 발표한 ‘한미 통상 협상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한미 간 통상 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더라도 미·중 갈등이 이어진다면 관세가 성장률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크게 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씨티는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국에 10% 상호관세, 미·중 간 100% 이상 상호관세 유지 ▲한국에 25% 상호관세, 미·중 간 100% 이상 상호관세 유지 ▲한국에 10% 상호관세, 중국에 60% 상호관세 부과(보복관세 없음) 등 세 가지 무역 협상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미 통상 협상이 원활하게 이뤄져 미국이 우리나라에 부과하는 상호관세가 기존 25%에서 기본관세 수준인 10%로 낮아지더라도 실효 관세 하락률은 6.7%p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미 수출 중 자동차·부품 비중이 34%에 달하는데 이 품목은 25%의 품목 관세를 적용받기 때문이다.

씨티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모델을 활용, 통상 협상에 따른 관세 충격이 한국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분석 결과, 미국과 중국이 올해 2분기부터 100%가 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올해 한국 성장률이 0.5%p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성장률은 시나리오 1에서 2.2%p, 시나리오 2에서는 2.3%p 각각 낮아진다.

보고서는 “관세 충격이 한국의 성장률을 끌어내리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경로는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씨티는 시나리오 1과 2에서 한은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2.75%에서 내년 말 1.00%까지 낮출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미·중 간 관세 갈등 국면이 완화되는 세 번째 시나리오에서는 한국의 성장률 타격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시나리오 3에서 관세 충격으로 인한 한국 성장률 영향은 올해 -0.2%p, 내년 -0.9%p로 추산했다.

이 경우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폭은 총 0.75%p로, 내년 말 최종 금리 수준은 2.00%로 예상됐다.

앞서 씨티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0.8%,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김진욱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관세 충격 영향을 올해 성장률 전망에는 일부 반영했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에는 거의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국내외 기관들도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1.0%로 절반가량 낮췄다. 블룸버그가 지난 10일 조사한 결과, 42개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41% 수준이다.

0%대 전망도 늘어나고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캐피털 이코노믹스(0.9%), 씨티그룹·하이투자증권·IM증권·ING그룹(0.8%), JP모건(0.7%) 7개 기관이 한국 경제가 올해 1%도 채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봤다.

한국은행도 다음 달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으로 관측된다. 한은은 지난 2월 전망 당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5%로 제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1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후 “미국 관세 정책을 보면 2월 전망 당시 가정한 시나리오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1분기 정치적 불확실성이 오래 지속됐고 대형 산불 등 이례적인 요인도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률은 상당히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