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급 효과 심각할 시 코로나19 이후 가장 큰 폭 감소 전망
“세계 1, 2위 경제 대국 미·중 간 디커플링이 가장 큰 우려 사항”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세계무역기구(WTO)가 미국발(發) 관세 충격을 반영해 올해 글로벌 상품 무역성장률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와 그에 따른 파급 효과가 심각해질 경우 세계 상품 무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WTO는 16일(현지시간) 발표한 반기 교역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세계 상품 무역성장률이 0.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초 지난 10월 전망치인 3.0% 증가보다 크게 낮아진 수치다. WTO는 이번 주 초까지 시행된 관세 조치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정으로 2026년 성장 전망도 2.9%에서 2.5%로 낮아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철강, 자동차 등에 25%의 품목별 관세를 부과하고, 무역 파트너들을 상대로 10~40% 이상의 국가별 상호관세를 발표했다. 이후 지난 9일(현지시간) 상호관세 발효 13시간 만에 90일간 유예를 발표했다.
다만 중국과는 최근까지 보복성 관세 전쟁이 이어지며 양국 간 일부 품목의 관세율이 100%를 넘기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WTO는 “상호관세가 실제로 시행될 경우, 국경 간 상품 무역은 0.8%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른 주요국의 무역 정책이 미국만큼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감소 폭은 1.5%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WTO는 “이 같은 규모의 무역 감소는 매우 이례적인 현상으로,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던 2020년 이후 최대 폭의 교역 감소”라고 경고했다.
‘무역 전환(Trade Diversion)'은 미국 외 국가 간 신뢰를 저해할 주요 위협으로 꼽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컨대 중국 기업들이 미국 관세로 인해 미국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며, 다른 시장을 찾기 위해 가격을 인하하며 수출처를 다변화하려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EU 등 다른 국가들이 중국산 물품의 유입을 제한하는 조처를 한다면, 무역 분쟁의 새로운 전선이 열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WTO는 중국의 미국 외 지역 수출이 올해 4~9%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일부 핵심 산업에는 훨씬 큰 타격이 발생해 일자리 손실과 정부 대응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U로의 수출은 5.8%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랄프 오사 WTO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이 이번 분쟁이 확산될 수 있는 주요 경로 중 하나”라고 말했다.
무역 감소는 북미 지역에서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WTO는 관세가 유지될 경우 북미 수출은 12.6%, 수입은 9.6% 각각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WTO는 “추가 관세 인상이 이뤄진다면 감소 폭은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시아와 유럽의 수입·수출은 모두 증가세를 유지하겠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이전 전망치보다 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으로 관측됐다. WTO는 아시아 수출 성장률은 3.2%에서 1.6%로, 유럽의 성장률도 낮췄다.
아울러 올해 무역 감소 대부분은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WTO는 예상했다. 기업들은 1분기에 관세 인상에 대비해 재고를 비축해 뒀고, 이것이 중국의 1분기 경제 성장률을 떠받치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다만 WTO는 “최근의 무역 정책 변화는 전례 없는 수준이기 때문에 이번 전망치는 평소보다 더 신중하게 해석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역 분쟁이 아직 서비스 무역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WTO는 올해 상업 서비스 무역 전망치를 종전 5.1%에서 4.0%로, 내년 전망을 4.8%에서 4.1%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만약 서비스 분야에도 관세나 기타 제약이 가해진다면 경기 둔화는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WTO는 경고했다.
WTO는 상품·서비스 교역 둔화가 전 세계 경제를 약화시킬 것으로 내다보면서,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도 기존 2.8%에서 2.2%로, 내년 성장률은 2.6%에서 2.4%로 각각 낮췄다.
응고지 오콘조-이웰라 WTO 사무총장은 WSJ에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로 글로벌 교역 압박이 일시적으로 완화됐지만, 지속되는 불확실성은 세계 경제 특히 취약국에 심각한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오콘조-이웰라 사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TO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미국과 중국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이 가장 큰 걱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중 간 디커플링은 세계 경제의 지정학적 분열을 초래해 세계가 양극화된 두 블록으로 쪼개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런 시나리오에서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7% 축소될 수 있으며, 이는 상당히 중대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