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中 전기차 관세 폐기 협상 재개...7월 정상회담 개최 예정
중국, EU 각국에 무역대표단 파견...양측 정상 간 접촉도 많아져
격화하는 美 관세 정책 속 관계 개선 모색
러시아 지지·뇌물 혐의·무역 등 해결해야 할 과제 ‘多’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 사진=연합뉴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한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유럽연합(EU)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최근 몇 주 동안 EU 각국에 무역대표단을 파견했고, 오는 7월에는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다. EU 지도부도 공개적으로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EU와 중국이 관계를 개선하려면 여러 가지 난제를 해결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중국이 최근 몇 주 동안 스웨덴, 헝가리, 노르웨이, 독일 등에 무역대표단을 파견해 중국 투자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이번 달 영국 런던 퀸 엘리자베스 2세 센터에서 열린 ‘중국 투자’ 행사에도 다수의 관리와 임원진을 파견했다.

프랑수아 쉬미 메르카토르중국연구소(Merics) 이코노미스트는 “양측 모두 대체 시장과 안정적 환경을 필요로 한다”며 “전략적으로 미중 협상에서 지렛대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 EU-중국 간 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제조업체와 수출업체도 유럽 시장에서 수요를 찾고 있다. 중국의 주요 반려동물 사료업체 펫팔 관계자는 “유럽을 비롯한 해외 시장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이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국영 연구기관인 중국거시경제연구원(CAMR)의 장옌성 수석연구원은 “이제는 중국과 유럽이 관계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할 때”라며 “이번 기회에 무역 관계를 제고해 중국은 유럽 수출을 늘리고 유럽산 수입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에 최대 245%에 이르는 관세를 부과해 양대 경제 대국 간 교역을 축소하겠다고 위협했고, 중국은 125%의 보복관세로 응수했다. EU 역시 현재 10%의 관세를 부과받았으며, 미국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 90일간 유예된 상호관세 20%가 추가로 부과될 수 있다.

2023년 EU-중국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시진핑 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2023년 EU-중국 정상회담에서 악수하는 시진핑 주석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 사진=연합뉴스

◆ EU 지도부, ‘협력 강화’ 선회...“무역 불균형 등 해결 과제 많아”

EU 지도부 역시 공개적으로 중국과의 ‘협력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과거 공급망 리스크 분산(디리스킹·de-risking)을 외치던 태도와는 사뭇 대조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는 지난주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산체스 총리에게 “일방적 괴롭힘에 함께 저항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리스킹을 주장해 온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도 지난주 리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며 “세계 경제의 안정성과 예측 가능성을 위해 양측이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또 중국처럼 유럽과 근본적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국가들과 ‘건설적’ 교류로 이어질 수 있는 ‘거래적’ 외교 정책을 추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산 전기차에 부과하는 고율 관세를 폐기하는 협상이 다시 시작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로시 셰프초비치 EU 집행위원회 무역·경제안보 담당 위원은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과 중국산 전기차에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수출 시 최저 가격을 설정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로 합의했다고 전했다.

EU는 중국 정부의 불공정한 보조금 덕분에 가격을 크게 낮춘 중국산 전기차가 유럽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며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추가 상계관세를 부과해 왔다. 중국산 전기차에 적용되는 관세율은 10%였지만, 이 조치로 업체별로 17.8%에서 최대 45.8%까지 관세율이 인상됐다.

중국은 유럽 수출 시 일정 가격 밑으로는 팔지 않겠다며 EU와 협상에 나섰고, 양측은 의견 차를 좁히지 못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에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것이다.

더불어 오는 7월 중국 베이징에서 EU와 중국의 정상회담도 개최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번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중국과 EU의 정상회담이 2회 연속 베이징에서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한 바 있다.

2023년 EU-중국 정상회담이 베이징에서 열린 만큼 관례상 이번에는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릴 순서다. 그러나 시진핑 주석이 브뤼셀 방문을 꺼리자 이런 관례를 깨고 베이징으로 장소를 옮긴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EU가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과 EU 지도자 간 회담이 성사되면 양측 간 관계가 급진전을 이룰 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폭탄에 대한 공조 방안 등이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해결해야 할 장애물이 산적했다. EU는 중국이 러시아와 동맹을 맺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다고 비난해 왔다. 벨기에는 화웨이가 유럽의회 의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다른 장애물은 무역이다. 지난해 중국의 대(對)EU 수출은 수입의 2배가 넘는다. EU 지도자들은 중국이 자국의 약한 경제 성장을 보완하기 위해 과잉생산을 조장하고, 저가 중국산 제품을 EU 시장에 쏟아내 자국 산업기반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지난달 무역적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우려에 공감하며 “일부 국가가 현재 규칙을 부당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EU는 중국산 제품을 겨냥해 전기차, 합판 등 다양한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 역시 EU산 돼지고기, 코냑, 유제품을 대상으로 관세부과를 위한 반덤핑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로듐 그룹 컨설팅의 노아 바킨은 “유럽과 중국의 관계는 무역 불균형 확대, 중국의 러시아 지지, 유럽 전역에 걸친 사이버 공격 증가로 역사적인 저점을 기록 중”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양측의 화해를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미국과의 관세 완화 협상이 결렬될 경우 EU는 미중 양측과의 무역전쟁보다는 불완전하더라도 중국과의 화해가 더 낫다고 결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도 FT 인터뷰에서 EU가 중국의 덤핑에 대해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리창 총리가 국내 소비를 지원하고 과잉생산을 흡수하기 위한 조치 마련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양측은 중국산 전기차 관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위급 대화와 협상 강화도 합의했다.

이미 화물 가격에서는 두 경제 구역 간의 관계 개선 조짐이 나오고 있다. 중국 주요 항구에서 출발하는 컨테이너 화물의 운임 변동을 측정하는 닝보컨테이너화물지수에 따르면, 4월 11일까지 주간 미국 서부 해안운임은 전주 대비 18% 하락한 반면, 지중해 지역 운임은 15% 상승했다.

또한 중국 내 입지가 큰 독일계 기업 상당수는 EU-중국 협력 강화에 호의적이다. 이번 주 베를린 차기 정부에 전달된 정책 제안서에는 “중국 내 기업 이익 보호를 위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는 요청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신연수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