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리스크 줄이고 생산거점 확보 '윈윈'
포스코 “현재 시점서 확정된 바 없다”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포스코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장벽에 대응하는 방안 중 하나로 현대제철이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건설할 예정인 전기로 제철소에 대해 지분을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현대제철의 전기로 제철소에 대한 지분 투자를 비롯해 미국 투자와 관련해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현대자동차그룹은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전기로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자동차강판에 특화된 이 제철소는 연산 270만톤 규모로 조성된다.
현대차그룹은 이 제철소에 대한 투자금 총 58억달러(8조5000억원) 가운데 절반은 외부 차입금으로 충당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며 현대제철 등 계열사 및 기타 투자자와 지분 출자를 협의 중이다. 이러한 가운데 포스코가 현대제철의 유력한 투자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포스코 역시 미국을 전략적 핵심 시장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 중 미국 비중은 약 13%였으며 같은 해 포스코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미국에 약 50만톤 규모의 열연강판을 수출했다.
포스코는 오래전부터 미국 제철소 건립을 놓고 고심해 왔다. 10여년 전 검토한 앨라배마 열연·냉연 공장 설립 프로젝트는 높은 인건비 등이 부담돼 철회했고 얼마 전까지 들여다본 미국 철강사 지분 투자 및 합작법인(JV) 설립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 흐지부지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 건설 계획은 포스코 입장에서 봤을 때 미국 시장 진출이란 해묵은 숙제를 우회적으로 해결할 카드로 충분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대제철도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 현대제철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022년 말 1조7000억원에서 작년 말 1조3000억원으로 감소했다. 트럼프發 ‘관세폭탄’에 대비해 실탄을 마련해야 하는 현대차와 기아에 마냥 손을 벌릴 수만한 처지도 아니다. 미국 진출을 오랜 기간 준비한 데다 자금 사정도 넉넉한 포스코만한 파트너가 없다는 얘기다. 포스코홀딩스의 작년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6조7679억원에 달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통해 한국산 철강에 연간 263만톤 규모의 무관세 수출 쿼터를 설정한 데 이어 2기에서는 철강 수입품에 25%의 고율 관세까지 부과하면서 국내 철강업계에 큰 부담 요인이 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고율 관세 부담을 줄이고 미국 내 철강 수요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면 포스코가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투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물론 변수도 존재한다. 포스코는 지분 투자 대가로 루이지애나 조강 생산량의 일부를 ‘포스코 몫’으로 떼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현대제철은 단순 지분 투자를 넘어 생산라인까지 넘기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2위 아르셀로미탈 등 10여개 철강사가 관심을 보이는 것도 두 회사의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럼에도 국내 1, 2위 업체 간 협업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서로가 윈윈하는 거래인 데다 ‘트럼프 관세 리스크 해소’란 공통의 목표를 함께 풀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2029년 가동에 들어가는 루이지애나 제철소가 ‘팀 코리아’ 체제로 운영되면 현대제철과 포스코 모두 관세 부담을 상당히 덜 수 있다. 이 시기 현대제철은 미국에 120만대 이상 생산 체제를 갖추는 현대차와 기아에 자동차용 강판을 관세 부담 없이 공급하게 된다. 포스코도 현지 생산을 통해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모터스(GM)와 포드 등에 무관세로 납품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세 전쟁으로 시작된 글로벌 공급망 위기를 국내 철강 1, 2위 기업이 힘을 합쳐 헤쳐 나가는 첫 사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의 이번 지분 투자가 성사되면 향후 양사의 협업 분야가 미래 프로젝트 공동 연구개발(R&D)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등 친환경 미래기술 등에서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힘을 모으면 R&D 비용을 분담하고 실패 리스크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현대제철 전기로 제철소 지분투자 검토에 대해 “미국 투자와 관련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현 시점에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임준혁 기자 atm1405@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