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EU, ACI 규제로 미국 투자은행 규제 가능
프랑스 대통령, 자국 기업에 미국 투자 중단 촉구
반미 정서 확산...일시적 현상이란 전망도 나와
“미국 금융시스템 제재는 유럽 피해만 키울 것”
미국 투자은행들이 유럽 내에서 소외될 것이란 전망이 월가 내에서 나왔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 투자은행들이 유럽 내에서 소외될 것이란 전망이 월가 내에서 나왔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미국 정부의 상호관세로 인해 미국 투자은행이 유럽에서 소외될 것이란 우려가 나왔다. 최악의 경우 유럽 고객의 불매운동과 공식적인 제재까지 진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월가 거물들이 유럽시장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월가에서는 유럽연합(EU) 정부와 기업들이 자국 내 대출 기관과 더 많은 사업을 진행할 경우, 미국 투자은행들의 시장 점유율이 급격히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 은행업계 내 2개 단체는 유럽이 미국 은행들의 EU 내 활동을 제한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논의한 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개의 주요 은행도 이 문제에 대해 비공개적으로 내부 협의를 진행했다.

EU는 2023년부터 ‘반강제수단(ACI)’라는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ACI는 관세, 서비스, 지식재산권 분야에서 각종 규제 조치를 시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구글과 같은 미국의 대형 기업이나 은행을 상대로 보복조치를 취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EU 내부에서는 반미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부과 이후 자국 기업에 미국에 대한 투자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월가 황제’로 불리는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폭스 비즈니스의 ‘모닝스 위드 마리아(Mornings with Maria’에서 고객들 사이 반미 정서가 나타나고 있는지 질문받자 “우리는 이미 몇몇 채권 거래를 종료했다”며 “그들은 미국 투자은행 대신 현지 은행과 거래하는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고 답했다.

미국 은행들을 유럽 금융 시스템에서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미국 은행들이 유럽 내 대출과 예금의 극히 일부를 차지하지만, 월가 기업들은 파생상품을 포함한 증권 거래 분야를 지배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들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유럽 기업에 막대한 투자를 해 왔으며,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이후 그 규모는 더욱 커졌다. 영국이 EU를 탈퇴한 후, EU집행위원회는 월가 은행들이 EU 내 거점을 증대시키기 위해 추가 자본과 현지 직원을 확충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은행들의 EU 내 우위는 점차 약화하고 있다. 익명의 고위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미국 은행들의 우위가 약해지고 있다”며 “증권 거래에서 고객들이 미국 은행 대신 유럽 은행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상황이 일시적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또 다른 익명의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반미 감정은 보통 일시적인 감정”이라며 “기업들은 결국 합리적인 경제적 이익을 다시 추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뮤얼 그레그 미국 경제연구소 정치경제학자는 “영국 및 EU가 미국 금융서비스에 제재를 가하는 것은 결국 ‘자해 행위’가 될 것”이라며 “이 같은 제재는 유럽 경제에 가해질 피해를 더욱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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