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존 관세 부과 품목 ‘상호관세’ 적용 제외
수출 타격 시작...시차 감안시 4월 이후 체감
중소업체 속수무책...현지화 역량 격차 드러나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연합뉴스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연합뉴스

[한스경제=임준혁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주요 교역국에 국가별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철강과 알루미늄 등 기존 고율 관세가 적용 중인 품목은 예외로 분류됐다. 국내 철강업계는 ‘이중 관세’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피했지만 타 산업과 긴밀히 연관돼 있는 만큼 관세 영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지난달부터 철강·알루미늄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철강사들이 대응 방안의 하나로 내놓은 ‘현지화 전략’도 대기업과 중소업체 간 양극화가 큰 것으로 나타나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다.

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상호관세 중복 적용은 면했지만 기존의 고율 관세가 지속되는 만큼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는 분위기다. 기존 무역확장법 232조로 인해 미국 수출이 여전히 어려운 데다 철강과 알루미늄은 이미 25% 관세가 적용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국산에 적용해 왔던 면세 쿼터도 폐지됐다. 이들 국내 주력 수출 품목에 대한 관세는 가격경쟁력 약화로 직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에서 한국을 포함한 주요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한국에는 25%의 관세율이 적용된다. 다만 백악관은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 기존 관세 부과 품목은 상호관세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명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초 모든 수입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실제 지난달 12일부터 관세가 발효됐다.

철강업계는 3월부터 발효된 관세만으로도 감당하기 벅차다는 반응이다. 특히 수요 위축과 중국산 저가 공세로 가동률이 낮아진 가운데 고율 관세까지 더해지며 수익성이 더욱 악화되고 있다.

실제 수출 지표도 하락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철강 수출액은 25억8000만달러로 전년동기 대비 1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은 2억3000만달러로 15.9% 줄었는데 이는 전체 철강 수출 감소의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국은 지난해 한국산 철강 전체 수출액의 13%인 43억달러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의 최대 수출 상대국이라 타격은 더욱 클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통상적으로 철강은 계약이 이뤄진 후 수출하기까지 2~3개월의 시차가 발생한다. 따라서 아직 관세 부과 효과가 본격화하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계약과 통관 사이의 시차를 감안할 때 4월 이후 관세 충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산업부도 “4월 이후 수출 전망은 불확실하거나 흐림”이라는 표현으로 상황을 내다봤다.

철강업계는 정부와 철강협회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시장 상황에 빠르게 대응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향후 미국과의 개별 협상을 통해 국가별 관세율 조정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당장 뚜렷한 돌파구가 마련되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현지 시장 상황과 가격 경쟁 구도 등을 감안하면 대응 전략 마련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내 철강 가격은 품목별로 상황이 제각각이다"라며 "제품별로 수출 전략을 세분화하고 대응하려 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철강 제품별로 영향이 각각 다른 것 외에 유럽연합, 인도 등 다른 국가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에 어느 수위로 맞대응할지 등도 따져봐야 한다” 전략 수립에 변수가 많음을 토로했다.

주요 철강사들은 미국발 관세 대응책 마련의 일환으로 ‘현지화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제철은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총 58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270만톤 규모의 전기로 기반 일관 제철소를 건설한다고 밝혔다. 이 제철소는 2029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도 기존 하공정 위주에서 벗어나 현대제철과 유사하게 쇳물부터 열연·냉연 제품까지 미국 현지에서 생산하는 상공정 진출을 검토 중이다. 포스코그룹은 통상 대응 컨트롤타워로 ‘글로벌통상정책팀’을 신설하는 등 장기적인 대응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장인화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31일 “인도와 미국 등 철강 고성장, 고수익 지역에서의 현지 완결형 투자와 미래소재 중심의 신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사실상 미국 내 신규 제철소 등 대규모 투자 집행 계획을 공식화했다.

문제는 중소업체들이다. 현지 공장 없이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강관업체들은 더욱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조사에 따르면 국내 철강 관련 중소기업의 42.8%가 미국 관세정책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업체당 평균 피해 예상액은 181억5000만달러에 달했다. 연매출 200억원 이상 기업의 경우 평균 피해 예상액이 328억20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현지화와 관련된 철강 대기업과 중소업체간의 양극화 현상은 국내 철강업계가 관세 부과와 맞서 지속가능한 싸움을 벌이는 데 있어 해결해야 할 숙제라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한편 현대제철이 선도적으로 미국에 자동차용 강판을 생산하는 전기로를 구축하겠다며 투자 계획을 밝힌 것과 관련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의 루이지애나 제철소의 실질적인 완공 시기는 2029년으로 이번 상호관세와는 다소 동떨어진 시점”이라며 “시점도 문제지만 미국은 발전소 운영에 필수적인 전기료도 한국보다 많이 비싸다. 현대제철의 미국 제철소 건설 계획이 너무 성급하게 나온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임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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