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LG그룹, 불리한 업황 사업 비중 50% 넘어
포스코그룹, 2024년 그룹 영업이익률 2008년 이후 최저
롯데그룹은 재무 개선 진행 중...건설 부문 우발채무 위험 ‘부담 요인’
SK그룹, 최근 실적 양호하나 이차전지 사업 환경 ‘부정적’
4개 주요 그룹 모두 전반적인 실적 둔화 평가
최재호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2실장은 9일 오후 '나이스신용평가 크레딧 세미나 2025'에서 LG, 포스코그룹 등 국내 주요 4개 기업이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해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사진=신연수 기자
최재호 기업평가본부 기업평가2실장은 9일 오후 '나이스신용평가 크레딧 세미나 2025'에서 LG, 포스코그룹 등 국내 주요 4개 기업이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인해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 사진=신연수 기자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LG, 포스코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이 중국의 공급과잉과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이차전지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등 불리한 업황에 놓인 사업 비중이 과반을 차지하는 LG그룹이 특히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평가됐다.

나이스신용평가(나신평)는 9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NICE신용평가 크레딧 세미나 2025’에서 ▲LG ▲SK ▲포스코 ▲롯데 그룹의 주요 이슈에 대해 진단했다.

최재호 기업평가2실장은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공급과잉에 직면한 주요 그룹 이슈’ 보고서에서 “이미 디스플레이·석유화학·철강 등 다수 산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미국의 정책 변화로 자동차·철강·이차전지 등이 추가로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방위적인 업황 둔화에 국내 주요 그룹들의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LG그룹의 실적 둔화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최 실장은 “지난해 디스플레이 부문의 영업 적자가 줄어들었지만 배터리 부문의 실적이 저하되면서 그룹 전반의 이익창출이 개선되지 못했다”며 “석유화학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배터리 부문의 산업 환경이 저하돼 그룹 전반의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LG그룹의 계열사별 차입금·순차입금 의존도 추이 / 그래프=나신평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공급과잉에 직면한 주요 그룹 이슈'
LG그룹의 계열사별 차입금·순차입금 의존도 추이 / 그래프=나신평 '미국 우선주의와 중국 공급과잉에 직면한 주요 그룹 이슈'

재무부담도 늘어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실장은 “LG그룹의 작년 총차입금이 66조원까지 확대됐다”며 “배터리 사업 관련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차입금 부담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LG그룹은 전자와 통신 사업에서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예상되나 불리한 업황 하에 있는 배터리·석유화학·디스플레이 부문의 비중이 50%가 넘어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향후 신용등급 평가 시 석유화학 관련 수급 변화와 배터리 사업 관련 정책 변화 등을 중점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나신평은 미국의 관세 부과로 인한 피해가 예상된다며 국내 주요 이차전지 기업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관세 부과로 감소하며 타격을 받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울러 지난 3일 기준 나신평이 신용등급 ‘부정적’을 부여한 석유화학 업종은 LG화학을 포함해 ▲롯데케미칼 ▲한화솔루션 ▲HD현대케미칼 ▲SK어드밴스드 ▲효성화학 등 모두 6개사다.

이와 함께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피해를 보고 있는 포스코그룹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포스코그룹의 주력 사업인 철강이 중국산 철강의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에 과잉 공급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재호 실장은 “철강 부문이 중국 공급과잉으로 실적이 둔화했으며 이차전지 소재 부문의 실적 부진이 심화하면서 그룹 영업이익률이 2008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와 유럽의 쿼터 축소 등 통상 환경 저하로 이익창출력 개선이 어렵고, 이차전지 소재 분야의 투자를 늘리면서 차입금 부담 또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룹 전반적으로 투자 부담이 높은 상황에서 이익창출력 둔화까지 겹치면 차입금 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은 재무안정성이 우수한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신용등급 평가 시 포스코퓨처엠의 재무 개선 계획 추진 여부와 그룹 전반의 투자 기조 변화 여부에 대해 중점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SK그룹에 대해서는 “최근 실적이 양호한 반도체·통신·에너지 사업이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투자를 집중하고 있는 이차전지 부문의 사업 환경이 부정적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반도체를 제외한 그룹 전반의 실적은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지난해 투자를 축소하고 반도체 부문 이익이 확대되면서 총차입금 규모가 소폭 감소했다. 그러나 반도체 외에 다른 사업 부문의 차입금 증가는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반도체와 배터리 관련 투자 부담이 존재하지만 반도체 사업의 이익 창출 확대와 비주력 사업 매각 등을 감안하면 재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면서 향후 평가에서는 배터리 사업 관련 주요국의 정책 변화와 석유화학 관련 사업 재편 가능성, 실적 부진 계열사에 대한 그룹의 지원 가능성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에 대해서는 실적 개선 기대감이 낮다고 평가했다. 최 실장은 “롯데그룹은 석유화학과 유통 사업이 5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며 “중국 공급과잉과 내수 부진 영향으로 음식료를 제외한 주요 사업들이 모두 불리한 사업 환경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룹의 영업 실적도 과거 캐시카우 역할을 했던 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 장기화와 여타 사업들의 수익성 둔화로 그룹 전반의 이익창출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다. 이런 와중에 롯데그룹은 2022년 이후 투자를 크게 늘렸고, 같은 기간 이익 창출이 둔화하면서 차입금 부담이 증가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재무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 실장은 “롯데그룹은 2024년 비핵심 사업 매각이나 자산 매각, 투자 축소 등 재무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며 “이러한 자구 노력으로 올해 재무 부담은 소폭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건설 부문에서 저조한 현금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과중한 우발채무 위험은 부담 요인이라면서 향후 평가 시 석유화학 관련 수급 상황 변화와 건설 관련 주요 사업장의 분양 성과, 우발채무 경감 수준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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