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기평·한신평, 한화생명 신용등급 AAA로 상향 조정
킥스 비율 우수하다고 평가했지만...지난해比 18.8%p ‘하락’
신종자본증권 발행하고 있지만...금융당국 새 규제 도입 예고
기본자본 킥스 비율 70%대로 규제 도입 시 부담 증가 예상
한화생명보험 본사 전경 / 사진=김근현 기자
한화생명보험 본사 전경 / 사진=김근현 기자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한화생명보험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지만,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하락해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신용평가사들은 한화생명이 킥스 비율을 우수한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같은 등급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보다 비율이 현저히 낮아 등급 산정 시 현 상황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

국내 3대 신용평가사에 속하는 한국기업평가(한기평)과 한국신용평가(한신평)는 지난 12일, 한화생명의 보험금지급능력(IFSR)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등급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 이유로 영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이익창출력과 안정성이 높아졌고, 새 보험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이후 제도가 강화됐음에도 킥스 비율이 우수한 수준에서 관리하고 있는 점을 들었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자본)을 요구자본(부채)으로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다.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는 100%이지만, 금융당국은 150% 이상의 비율 유지를 권고하고 있다.

양 평가사는 한화생명의 킥스 비율이 우수한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회사의 킥스 비율은 금융당국의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강화와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2023년 183.8%에서 지난해 165%로 18.8%p 하락했다.

같은 AAA 등급인 삼성생명의 킥스 비율은 180%, 교보생명은 221%로 한화생명은 한참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킥스 비율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만, 여전히 200% 이하는 배당 등에서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아야 한다.

신용평가사들은 킥스 비율 완화 기조를 반영했다는 입장이지만, 회사의 현재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금융당국의 기준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섣불리 반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화생명은 킥스 비율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지난해 하반기 1조9000억원 규모의 자본성 증권을 발행했고, 3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준비하는 등 보완자본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만 연말 가이던스에서 설정한 킥스 비율 175%를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10%p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기본자본 킥스 비율 현황 / 표=한국기업평가
생명보험사, 손해보험사 기본자본 킥스 비율 현황 / 표=한국기업평가

◆ 금융당국,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도입 예고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이 킥스 감독기준을 최대 130%까지 내리는 대신 자본의 ‘질’도 점검하는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도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지난 11일 제7차 보험개혁회의에서 보험사의 가용자본 중 손실 흡수성이 높은 자본금이나 이익잉여금 등 기본자본 지급여력비율도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감독기준을 새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가용자본 내에서 자본의 질이 높은 기본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수치다. 기본자본만으로도 보험금 지급여력을 판단할 수 있다. 이 비율은 의무 준수 기준이 아닌 경영실태평가 하위 항목으로만 활용돼 상대적으로 자본의 질적 관리에 소홀해지는 문제가 있었다고 금융당국은 지적했다.

이에 당국은 이 비율을 의무 준수 기준(적기시정조치 요건)으로 도입하고 공시를 강화해 자본의 질을 개선할 계획이다. 아울러 보험업권의 스트레스테스트를 진행할 경우 기본자본을 모니터링 대상으로 추가해 적극 관리를 유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현재 보험부채 시가평가 기반 지급여력제도를 운영하는 유럽과 캐나다 등 주요국들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50% 규제수준으로 관리하고 있어 우리 당국이 이와 유사한 수준으로 책정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당국은 향후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스트레스테스트를 통해 상반기 내 킥스 비율 감독기준 변경을 확정하고 연말 결산 시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당국의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한화생명을 포함한 많은 보험사의 부담이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국기업평가는 24일 ‘보험사 기본자본 K-ICS 비율 점검’ 보고서에서 당국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 의무 준수 규제가 도입되면,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50%를 밑도는 기업들의 경영개선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말 기준 ▲KDB생명 ▲iM라이프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경과조치 적용 후 50%를 하회했고, 하나손해보험과 흥국화재도 50%를 간신히 넘는 수준이다. 모두 IFRS17·킥스 도입으로 자본이 크게 줄었거나, 보완자본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회사들이다.

IBK연금보험과 푸본현대생명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50%를 넘지만, 자본감소분 경과조치(TAC) 효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기평은 “시간이 지나면서 TAC 효과가 점진적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이들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기본자본 관리 부담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TAC 효과를 빼면 KDB생명과 푸본현대생명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마이너스로 산출되며, IBK연금보험은 50% 밑으로 떨어진다.

한기평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50%에 미치지 못하거나 TAC 효과 의존도가 높은 기업은 규제가 도입되면 부담이 커질 것”으로 진단했다.

반면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삼성화재 ▲DB손해보험 등 대형사들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대체로 100%를 상회한다. 다만 한화생명과 현대해상은 70%대로 대형보험사 중에서 상대적으로 낮다. 이는 총자본 킥스 비율 자체가 경쟁사 평균보다 낮고, 자본성증권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분간 기본자본 킥스 비율 하락 추세가 지속될 것이란 점이다. 올해 1분기까지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가이드라인 적용, 할인율 산출기준 강화 등 제도 변화로 부채가 증가하고 기본자본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본 확충은 자본성증권 발행 등 보완자본 확대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한기평은 “총자본 기준 킥스 비율 하락은 일정 수준 방어가 가능했을 것으로 판단되지만, 기본자본 칵스 비율은 보다 큰 폭으로 하락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자본의 질적 제고가 새로운 과제로 부상하면서 자본의 규모뿐 아니라 구성이 중요해졌다”며 “자본관리 전략 다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기본자본을 단기간 내에 크게 늘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무분별한 자본성증권 발행 대신 유상증자 등 손실흡수력이 높은 기본자본을 확충해 킥스 비율을 관리할 것을 주문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한 회사는 국내외 금융그룹 계열 보험사나 대형 보험사를 모회사로 두고 있는 중소형사에 국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또한 상장사 등 지배구조가 분산돼 있거나 모회사가 PEF인 경우, 유상증자를 실시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CSM(계약서비스마진) 확보, 이익창출력 강화, 사내유보를 통한 자본확대가 유효하겠지만, 킥스 비율을 일시적으로 제고하는 수단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스텝업 조건이 없는 일반 신종자본증권이나 조건부자본 형태(CoCo)의 신종자본증권 등 기본자본 조건을 충족하는 자본성증권 발행도 대안이 될 수 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한 수요, 높은 조달금리 등 제약 요인이 존재한다.

한기평은 “기본자본 확충이 쉽지 않은 만큼 요구자본 감축 전략이 적극적으로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며 “위험 전가를 위한 공동재보험 활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고, 시장위험액 경감을 위한 파생상품 활용도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자본변동성을 완화하고 금리위험액을 줄이기 위해 자산부채종합관리(ALM)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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