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 확충 위한 자본성증권 의존도는 ‘심화’
킥스 비율 권고기준 완화 등으로 자본관리 부담 완화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2023년부터 신 회계제도인 IFRS17이 시행된 이후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이 큰 폭으로 하락하고 자본성증권 의존도는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킥스 비율 권고 기준을 조정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부담도 완화됐으나 금리하락 등의 영향으로 자본관리 부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IFRS17/K-ICS 도입 이후 보험사 영업환경 변화와 신용평가 방향성’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 보험사 영업실적·자본적정성 ↓
IFRS17 도입 이후 보험사의 영업실적과 자본적정성이 크게 하락했다. 현재 보험사의 자본적정성은 킥스 지급여력비율을 기준으로 규제되고 있다.
킥스 비율이란 보험사의 계약자 보호 및 보험금 지급 등을 위한 지급여력을 측정하는 비율로, 리스크에 따라 요구되는 자본 대비 실제 보험사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의 비율을 의미한다. 이 중 지급여력기준금액은 보험사에 요구되는 자기자본의 ‘최소 기준’으로, 킥스 지급여력제도에서는 향후 1년간 99.5% 신뢰수준 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의 ‘총량’에 해당한다.
올해 3월 말 기준 킥스 지급여력비율(선택적 경과조치 적용 전)은 생명보험사 172.2%, 손해보험사 194.9%로, 2024년 말 대비 각각 10.5%p, 2.1%p 하락했다. 2023년 말과 비교하면 각각 36.4%p, 23.6%p 하락한 것이다. 한신평은 “이는 제도 도입 당시와 비교할 때 보험사의 지급여력 수준 측정치가 크게 저하된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한신평은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감소로 인해 지급여력금액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생보사의 2024년 말 기준 지급여력금액은 136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약 14조3000억원 감소했는데, 같은 기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이 약 28조5000억원 감소했다.
손보사의 2024년 말 기준 지급여력금액은 97조원에서 96조원으로 생보사 대비 감소 폭이 크지 않았으나 같은 기간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은 9조8000억원 감소했다. 한신평은 “상대적으로 고금리 확정형 비중이 높은 생보사의 자본 변동이 크게 나타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손보사보다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 자본성증권 의존도 ‘심화’
금리는 내려가고 제도는 강화됨에 따라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면서 보험사들은 자본을 확충하기 위해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2024년 후순위채 및 신종자본증권 총 발행액은 약 8조7000억원으로 2022년(4조1000억원), 2023년(3조2000억원)보다 대폭 늘었고, 올해 1분기에도 4조7000억원의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현행 규제상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모두 보완자본으로 분류된다. 한신평은 “2024년 조기상환 도래에 따른 자본성증권 상환 물량이 약 2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순발행액은 6조7000억원으로 자본확충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자본성증권 발행이 늘어나면서 추가 발행여력이 상당히 소진된 것으로 한신평은 파악했다. 한신평은 “일부 보험사 중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이 규제비율을 하회하거나 근접하고 있으나 추가 발행여력이 제한적이어서 자본비율 관리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급여력비율이 규제비율에 근접하거나 변동성이 큰 보험사는 자본성증권 발행보다는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나 적극적인 요구자본 축소 방안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 외에도 보험계약마진(CSM) 증가가 생보사는 6조2000억원, 손보사는 6조6000억원으로 연초 대비 증가세가 크지 않았고, 생명보험 미보고발생손해액 제도 변경의 영향으로 생명보험사의 수익성도 저하됐다.
◆ 킥스 비율 완화...“자본관리 부담 이어질 듯”
지난 11일 금융당국은 킥스 비율 권고기준을 150%에서 130%로 하향 조정했다. 또한 해약환급준비금을 80% 적립해야하는 기준을 기존 킥스 비율 190%에서 170%로 완화됐으며, 2029년까지 130%로 단계적으로 조정될 예정이다.
한편, 보험사들이 킥스 비율 관리를 위해 자본성증권 발행을 늘리면서 자본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자본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기 위해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를 마련해 적기 시정 조치 요건으로 도입하고, 관련 공시를 강화할 계획이다.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보완자본을 제외하고 요구자본에 대한 흡수력을 측정하는 지표로, 기존 경영실태평가(RAAS) 항목으로 활용하는 지표다.
킥스 비율 권고 기준이 조정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관리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기준 생보사 3곳, 손보사 4곳의 킥스 비율(선택적 경과조치 적용 후)이 기존 권고 기준인 150%에 근접하거나 하회했다. 선택적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는다면 생보사 12곳, 손보사 5곳으로 늘어난다.
후순위채 조기상환 요건도 완화되면서 130~150%의 지급여력비율을 보유한 보험사들의 조기상환 불확실성이 감소하고, 후순위채 발행시장 안정성도 제고될 수 있다고 한신평은 내다봤다.
또한 한신평은 “기본자본 킥스 비율 규제 도입이 예고되면서 자본의 양적 확대보다 질적 제고가 더 중요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아직 도입 일정이나 규제 수준, 측정 방법 등이 구체화되지 않아 실제 도입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보험사의 자본 관리 수단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한신평은 보험부채 할인율 현실화와 금리 하락으로 인해 자본관리 부담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했다. 한신평은 “2025년 3월 기준 금리 기간 구조는 2024년 말 대비 하락하면서 보험사들의 시가 평가 부채 증가 및 킥스 비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올해도 기준금리가 인하되고, 국채 10년물 금리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권고기준 완화에도 자본관리 부담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