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를 결정하면서 국내 조선업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산 철강을 사용하던 조선업계엔 원가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지난 20일 중국산 열간압연 후판에 기업별로 27.91~38.02%의 잠정 덤핑방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잠정 관세는 기획재정부 검토를 거쳐 한 달 안에 확정해 중국산에 부과하게 된다. 이는 중국산 저가 후판의 대량 유입으로 인한 국내 철강산업의 피해를 막기 위한 조치다.
이 같은 결정으로 철강업계는 반기고 있지만, 조선업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조선업은 선박 건조에서 후판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제조 원가의 20~3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다. 후판은 컨테이너선, 유조선 등 대형 선박의 외장재와 보일러, 연료탱크 등 주요 부품에 사용된다. 그동안 국내 조선사들은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며 일정부분 원가를 절감하는 효과를 봤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중국산 후판에 관세를 매기면 조선사들의 수익성은 악화된다. 특히 컨테이너선과 같은 저가 선종에서 중국 조선사와 경쟁하는 중소형 조선사는 후판 비용이 20%만 상승해도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된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철강 후판 반덤핑 관세로 조선사들의 원가 상승률은 약 2~6%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중소 조선사의 경우에는 최대 4~5%의 원가 상승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는 중소 조선사들의 수익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조선업계는 2022년에도 철강 가격 급등으로 심각한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바 있다. 특히 후판 가격이 t당 60만원 수준에서 120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조선사들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다. 당시 일부 조선사들은 수주 물량을 줄이거나 인력 감축 등 비상 경영에 돌입하고 발주처와의 계약 조건 재협상을 통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려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한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2022년 상황이 반복될 것으로 보이는 상황으로 반덤핑 관세가 부과되면 원가 절감 효과가 사라져 어려움이 더 커질 것”이라며 “결국 중국 조선사와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특히 중소 조선사들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국내 중소 조선사들은 이미 중국 조선소들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조선사들의 중국산 후판 사용 비중은 20% 수준인 데 비해, 중소 조선사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50~70%까지 중국산 후판을 사용하고 있다. 2024년 기준 1000t 미만 소형 선박 시장에서 중국의 점유율은 약 75%인 상황에서 제조 원가마저 올라가면 경쟁력이 밀려 향후 중국 점유율은 더 높아질 전망이다.
이에 일부 조선사들은 수입 방식을 ‘수입신고’에서 ‘사용신고’로 전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사용신고 방식을 이용하면 보세구역 내에서 작업이 가능해 무관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렇게 하면 시스템 구축, 추가 인력 고용, 인력 재배치 등의 부담이 따른다.
한 중소 조선사 관계자는 “반덤핑 관세 부과로 인한 원가 상승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도로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대체 공급선 발굴, 원가 절감 노력 등을 병행하고 있지만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조선업계의 반발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정부의 중국산 철강 후판에 대한 반덤핑 관세 부과 결정이 조선사업이 확장되고 있는 시기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특히 중소 조선사의 경영난이 가중될 것이 뻔하다”며 “정부가 중소 조선사들을 위한 지원 대책을 하루 빨리 마련해 줘야한다”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