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온시스템 임직원·그룹 신입사원 등 잇달아 찾아
'형제의 난' 그룹 장악력 키운 데 이어 결속 다지려는 듯
한온시스템 시너지, 올해 최대 과제
"본업 경쟁력 물음표"…장기 부진·트럼프 리스크 직면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가운데 아래)가 임직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가운데 아래)가 임직원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한온시스템 인수 마침표를 찍은 조현범 한국앤컴퍼니그룹 회장이 분주하다. 새 식구를 맞이한 가운데 한국타이어가 매출액 9조원 시대를 열어젖히면서 당찬 음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 회장은 올해 한온시스템과의 시너지라는 중차대한 임무를 완수해야 하는 도전을 수행해야 한다. 현재 진행형인 재판과 시너지 현실화라는 험난한 여정이 예상된다.

13일 한국앤컴퍼니그룹에 따르면 조현범 회장은 올해 들어 공개적인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회장이 주최한 가주 레이싱 페스티벌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함께 참석한 데 이은 분주한 움직임이다.

그룹사 차원으로는 첫 신입사원 환영회를 개최한 점도 주목됐다. 조 회장은 행사에서 "실패할 각오로 도전해야 한다"라며 혁신을 강조했다. 인수를 마무리한 한온시스템 임직원들과도 만났다. 이 자리에서는 3시간가량 격의 없는 대화를 이어갔는데 사전 준비나 대본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이 이 같은 행보를 이어가는 뒷배경으로는 그룹 결속력 강화, 한온시스템과의 시너지 현실화 등이 거론된다. 지난 몇 년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조 회장은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를 비롯해 그룹 전반에서 장악력을 키웠지만 장기간 대내외적 고초를 겪어왔다. 이에 따라 흔들릴 수 있는 내부 기강을 다잡기 위해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온시스템과 한국타이어의 시너지는 중차대한 과제다. 조 회장이 연이어 '시너지'를 강조한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업계에서는 한온시스템 인수 타진 당시 한국타이어가 짊어질 짐이 커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관측이 있었다. 최근 5년간 한온시스템이 부진한 실적에 더해 재무구조가 악화한 영향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지난 2021년 영업이익이 전년(4884억원) 대비 1600억원 이상 빠진 후 2022년까지 2년 연속으로 감소했다. 2023년 2773억원을 기록하면서 회복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같은 기간 순이익은 3107억원(2021년)에서 267억원(2022년)으로 곤두박질쳤다. 지난해에는 300억원 이상의 적자가 발생한 것으로 추측되는 상황이다.

실적 부진에 안정성 지표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한온시스템의 부채비율은 지난 2021년 232.5%에서 작년 3분기 282.7%까지 늘었다. 이 기간 이자보상배율은 3.5에서 1.2까지 내렸다. 1.5가 마지노선인 이자보상배율은 1 아래로 내려가면 잠재 부실기업으로 평가된다. 올해 적자가 확실해지면 2년 연속으로 1.5 미만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순차입금비율 역시 92.8%에서 144.7%까지 뛰었다. 빚을 갚아도 남는 빚이 태산이라는 의미다. 메르츠증권은 관련 보고서에서 "한온시스템은 본업 경쟁력에 대한 물음표뿐 아니라 이해하기 어려운 회계 처리에 대해서도 의문이 가득했다"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다행인 것은 한국타이어가 풍부한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타이어는 2조5212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년 내 현금화가 가능한 유동자산은 7조8000억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한온시스템이 50개에 달하는 해외 법인 가운데 부실 법인 일부를 매각 중인 점도 긍정적이다.

다만 한국타이어가 이를 활용해 한온시스템의 부진을 메꾼다 해도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시각이다. 자동차 열 관리 시스템 사업을 전개하는 특성상 전기차 캐즘에 따른 수요 부진이 최대 4년간 이어질 수 있는 탓이다. 한온시스템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부품 산업 전반이 막대한 타격을 받은 뒤부터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타이어가 한온시스템을 인수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현대위아와 경쟁하는 구도는 최대 매출처인 현대차그룹과의 관계 형성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매출은 전체의 40.93%에 달한다.

트럼프 리스크는 한국타이어와 한온시스템 모두에게 걸쳐 있는 상황이다. 전기차 축소와 내연기관 부활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폭탄을 무기로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미국공장 현지 연간 생산능력이 500만개 수준에 그쳐 중국공장(3350만개), 한국공장(3250만개)에 비해 상당히 낮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 관련 불확실성 해소가 필요하다"라며 "본업은 운임·원자재 등에 민감한 타이어 특성상 관세 리스크에 어려 방면으로 대응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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