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계엄선포 이후 밸류업 지수 연일 하락
금융·통신株, 줄줄이 하락세...KB금융, 장중 9% 하락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동반한 단기 변동성 커질 수 있어"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사태 여진이 지속되고 있다. 정부 주도 하에 올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코리아 밸류업 지수'도 흔들리고 있다. 

5일 기업공시채널 카인드(KIND)에 따르면 이날 14시 기준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전일보다 2.33p(0.24%) 하락한 972.27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3일 밤 비상계엄령이 선포와 해제가 이뤄진 이후 열린 장에서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68p(0.88%) 빠진 976.57에 마감했다. 한 때 1%대 하락률을 보이기도 했지만, 장중 불확실성이 완화되면서 소폭 상승한 채 장을 마쳤다. 

지난달 25일 이후 4거래일 연속 떨어지기만 하던 지수는 최근 상승세를 탔다. 지난 2일 0.47% 소폭 반등했고, 3일 2.76% 오르면서 본격 상승 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밤사이 비상계엄령 선포에 지수는 다시 하락하기 시작했다.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위 구성종목들이 하락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11월1일부터 12월4일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추이. / 그래프=한스경제.
11월1일부터 12월4일까지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추이. / 그래프=한스경제.

밸류업 지수의 대표 주자인 금융주를 살펴보면 신한지주의 주가는 5일 14시 기준 전일 대비 5.12%가 빠진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5만원선마저 위태로워진 것이다. 계엄 선포 이전 3일에는 전일 대비 4.64% 오르면서 상승세에 올라탄 듯했지만, 4일에는 6.56%가 빠졌다. 

오는 20일 지수 편입을 기대하는 금융사들 역시 고전하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주가는 최근 3일 롤러코스터를 탔다. 앞서 계엄령 선포 이전인 3일은 전 거래일보다 5.73% 오르면서 10만1200원에 마감했다. 그러나 4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5.43% 하락. 5일 장중 하락세는 가속됐다. 이날 14시 기준 KB금융은 전일 대비 9.75%빠진 8만61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6만원대를 유지했지만, 4일에는 전 거래일보다 6.67% 빠졌고, 5일에는 6만원선이 무너진 상태로 거래 중이다. 이날 14시 기준 전일 대비 3.08% 하락한 5만9700원에 거래되고 있다.

통신주 역시 흔들리고 있다. KT는 3일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계엄 선포 이후 낙폭은 더욱 커졌다. 4일에는 전일 대비 1.67% 떨어졌고, 5일 14시 기준 1.57%가 하락해 4만7100원을 기록 중이다. 

SK텔레콤의 주가는 지난달 말부터 하락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계엄 선포가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3일 6만원에 거래를 마감, 4일에는 전일 대비 2%가 빠졌다. 5일 14시 기준 전일보다 1.36% 하락한 5만8000원에 거래 중이다. LG유플러스도 이날 14시 기준 전일 대비 2.10% 하락한 1만1180원을 기록하고 있다. 

주가 하락은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발을 빼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외국인 보유량이 줄어들면서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다. 

하나증권은 "당분간 국내 정치적 혼락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원화 약세 움직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며 "국내 자산 매력도 약화로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대외 신뢰도 약화도 원화의 디스카운트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신한투자증권은 현재 상황과 함께 연말 탄핵정국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을 미뤄봤을 때 국정 불안 요인은 잔존한다고 봤다. 그러면서 "외환과 채권, 주식 등 트리플 약세가 우려된다. 연말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이 반복되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월 열린 2024 증권 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1월 열린 2024 증권 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 사진=연합뉴스. 

일각에서는 일련의 사태들이 윤 정부 주도 정책인 '밸류업 정책'의 추진 동력을 잃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국내 증시의 저평가 문제를 해소하고, 기업들의 가치 제고를 지원하기 위해 개발된 지수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9월30일부터 산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2000억원 규모의 기업 밸류업 펀드와 함께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밸류업의 성장 동력을 마련했다.

심지어 윤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올해 초 '2024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했다. 계엄 선포는 대통령이 직접 챙기던 정책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김윤정 LS증권 연구원은 "독단적이고 비이성적인 행보로 평가되는 조치로 국내 정치 리스크가 부각될 것"이라며 "비상계엄 직후 환율 및 한국 증시 추종 해외 ETF가 간밤 변동성을 키웠던 만큼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을 동반한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계엄 사태로 현 정권 리더십과 정권 유지 여부에 대해 빨간불이 켜졌다"며 "정책 추진 주체이자 동력을 상실할 위험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연속성 있게 장기간 노력을 들여야 안착이 가능한 정책 과제가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한 것"이라면서도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오랜 과제로 삼아왔기에 정책 성격 자체가 크게 바뀔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반면 이번 사태가 지배구조 개선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도 있다고 봤다. 김 연구원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안건은 2024년 정기국회 마감을 일주일 앞두고 아직 통과되지 않고 있으나 민주당에서 당론을 폐지로 확정했기에 불확실성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증시 하방 압력이 더욱 확대된 현시점에서 속도를 내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라진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