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CHIPS Act법 완전 폐지보다는 보조금 축소 방향으로 갈 수 있어
“정책 시행 전 美 요구사항·韓 기업 필요사항 등 포함한 협상 패키지 마련 필요”
“IRA·CHIPS Act 보조금 축소 전 지급 확정 중요”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가 과거보다 한층 강력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무부의 자국 핵심제품 수출통제를 무기로 한 통상전략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16일 서울 중구 소재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트럼프 2기 통상규제 세미나: 한국 기업의 리스크 관리와 대응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미국 통상·대외정책 전문가 외에 김앤장, 광장, 율촌, 태평양, 세종 등 국내 5대 로펌 전문가들이 참석해 ▲관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지원법(CHIPS Act) ▲환경 ▲자유무역협정(FTA) ▲기술규제 등 5대 분야에서 통상정책 변화를 예고하고 우리 기업의 선제 대응방안에 대해 조언했다.
◆ “강력한 관세정책 통해 각종 대외관계 이슈 협상할 것”
송지연 김앤장 변호사는 ‘2차 관세전쟁’에 대한 주제 발표를 통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더욱 신속하고 강력한 관세전쟁을 통한 ▲무역 적자 해소 ▲일자리 보호 ▲이민정책 ▲대중 견제 등 각종 대외관계 이슈를 협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대(對)한국 무역수지 적자는 지난 2018년부터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510억3980만달러(약 73조2000억원)에서 올해 550억2600만달러(약 78조9000억원)로 약 7.81% 증가했다. 2018년(170억9200만달러)과 비교하면 무려 221.94% 늘어난 것이다.
특히 산업별로 보면 자동차 산업의 무역수지 적자가 높았고, ▲컴퓨터 부분품/부속품 ▲차량용 부분품/부속품 ▲석유제품 ▲배터리가 그 뒤를 이었다.
송 변호사는 이어 “트럼프 2기 정부 인선 동향을 살펴보면, 트럼프 당선인은 국무장관, 재무장관, 상무장관, USTR 대표를 ‘충성파’로 채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국정 운영 기조 상징인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와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을 군말 없이 강력히 추진할 이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주요 인사들은 모두 공격적인 관세정책을 주장하고 있다. 송 변호사는 “인사 동향과 이들의 주장을 보면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당선인은 관세법 338조에 따라 미국의 모든 수입 상품에 10~20%의 추가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또 모든 중국 상품에 최대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중국산 자동차에 1000%의 관세를 부과해서라도 해당 산업이 미국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아울러 최근에는 마약 유입과 불법 이민 문제 대응을 이유로 취임 당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아울러 무역수지 적자국이나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무역법 232와 무역법 301조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송 변호사는 전망했다.
이전 사례를 봐도 트럼프 1기 행정부는 관세법 338조에 따라 불법 이민 단속을 위해 멕시코산 수입품에 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다만 이후 멕시코 당국이 국경 단속 강화 의사를 수용해 관세 적용을 철회했다.
이와 함께 철강과 알루미늄 상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의 기계·전자제품·운송장비 등 품목에 25%의 관세를 부과한 전례가 있다.
이에 송 변호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임기 초기에 관세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며 “빠른 협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미 투자를 통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및 제조업 경쟁력 강화 기여 통계를 바탕으로 아웃리치를 추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국가·품목별 관세 부과와 면제 동향 등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관세 리스크 완화 방안을 수립해야 하고, 미국의 요구사항과 우리 기업의 필요사항 등을 포함한 다양한 협상 패키지를 사전에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대중 견제 강화에 따른 미국 제조업과 공급망 복원에 우리 기업이 참여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고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며, 대미 무역적자가 큰 국가 등과의 교역을 늘리는 등 지속적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축소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 “IRA 개혁 불가피”, 세이프 하버(Safe Harbor) 규정 활용 등 대응 필요
박정현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IRA와 CHIPS Act 중심 대응방안’ 발표를 통해 “ 트럼프 당선인과 공화당은 대선 기간 중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를 주장했기 때문에 법안 폐지 또는 그에 버금가는 변경은 불가피하다”며 “다만 모든 세액공제 항목을 삭제하기보다는 전기차 배터리 분야에서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요 공화당 인사들과 차기 행정부 주요 인사들은 대부분 IRA를 개혁하거나 완전히 폐지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다만 학계와 연구단체는 전면 폐지 가능성은 작고 부분적으로 수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박 변호사는 밝혔다.
KPMG의 존 기미글리아노 이사는 “IRA 전면 폐지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고 Ernst & Young의 아루나 칼야남 글로벌 세금 정책 리더 역시 “IRA 개혁은 폐지나 환수보다는 ‘깎아내기’를 통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보조금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의회가 배정했으나 의무화되지 않은 예산은 다른 우선순위 정책을 위해 전용하거나 해당 항목으로 미집행해 사용기간을 만료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박 변호사는 내다봤다.
또한 의회가 배정한 예산을 재분배해 예산 지출을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예산 지출을 거부하거나 의무화된 연방 예산이더라도 다양한 해지조항이나 정부에게 인정되는 일방적 변경 조항을 활용해 계약 해지 또는 변경으로 지출을 통제할 가능성이 높다”고 박 변호사는 예측했다. 이미 지출된 예산은 관련 의무 미준수를 이유로 회수할 가능성도 높다고 부연했다.
이에 박 변호사는 “우리 기업이 보조금 조기 지급여부를 확정하고 작업을 시작하거나 프로젝트 비용의 최소 5%를 수행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기존 법률에 따라 세금 처리 자격을 인정하는 미국 국세청(IRS)의 세이프 하버(Safe Harbor) 규정을 활용하는 방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세이프 하버 조항은 특정 상황 혹은 특정 조건이 충족되는 경우 책임 또는 형벌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법률이나 규정의 조항을 뜻한다.
이와 함께 박 변호사는 “지급 확정분에 대한 해지·회수를 피하기 위해 연방 규정 및 계약조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 “반도체지원법 보조금 혜택 대폭 감축 가능”
박정현 변호사는 반도체지원법(CHIPS Act)에 대해서는 “중국과의 첨단 기술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반도체 산업이 갖는 중요성을 감안할 때 IRA보다는 변경 가능성이 낮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DOGE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제정된 ▲인프라 투자 및 일자리법 ▲반도체과학법(CHIPS Act) ▲IRA 등에 따른 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상당히 축소하거나 해체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론 머스크 등 DOGE 리더들이 의회에서 할당한 연간 지출을 5000억달러(약 717조원) 삭감할 계획이라고 발표한 바 있고, IRA와 마찬가지로 예산이 배정된 자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과 배정된 예산을 재분배하거나 회수하는 방법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박 변호사는 설명했다.
박 변호사는 “반도체지원법도 완전 폐지보다는 보조금 혜택 규모를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며 “외국 기업에 주는 보조금 혜택을 미국 기업이나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집중되도록 정책 운영에 변화를 줄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우리 기업의 미국 현지 생산 확대가 불가피하지만, 반도체지원법의 보조금 지급 여부와 조건 변경 관련 불확실성을 염두하고 투자 규모나 건설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중심의 공급망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아웃리치나 로비도 필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끝으로 박 변호사는 IRA와 같이 보조금 계약 체결 등 지급 의무화를 조기에 확정하고, 확정된 경우에도 해지·회수를 피하기 위해 연방 규정과 계약 조건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