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환자들의 재수술 가능성 줄여
항혈전제 복용 필요 없어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김호진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가 환자 본인의 폐동맥 판막으로 손상된 대동맥 판막을 대체하는 ‘로스(ROSS)수술’을 시행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국내에서 성인 환자에게 ROSS수술이 시행된 건 약 20년 만이이라고 설명했다.
ROSS수술은 1967년 영국의 Donald N. Ross라는 의사가 개발한 대동맥 판막 질환 수술법으로, 환자 본인의 폐동맥 판막 조직을 사용함으로써 생체 적합성이 높고 재수술 부담을 줄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동맥 판막 질환을 가진 환자들은 그동안 기계판막 혹은 소·돼지 등의 동물 조직을 이용한 조직판막을 이식하는 방법으로 질환을 치료해왔다.
기계판막은 반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혈전 발생 위험으로 인해 평생 항혈전제 복용이 필요하다. 조직판막은 수명이 10~15년으로 짧아 젊은 환자들은 재수술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시행하는 대동맥 판막 스텐트 시술 역시 조직판막이기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시술이 필요해 고령 환자 중심으로 시술해왔다.
ROSS수술은 환자의 폐동맥 판막을 떼어내 대동맥 판막 자리에 이식하고, 비어 있는 폐동맥 판막 자리에는 폐동맥 동종판막조직(pulmonary homograft)을 이식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공판막의 사용과 관련된 항혈전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고, 재수술 가능성도 낮다.
ROSS수술은 폐동맥 판막과 대동맥 판막을 동시에 수술을 진행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숙련된 기술과 조직 관리가 필수적이다.
김호진 교수는 2021년부터 2년간 시카고 노스웨스턴 대학병원(Northwestern Memorial Hospital)에서 임상 전임의로 근무하며 ROSS수술의 세계적 권위자인 크리스토퍼 말레이즈리(Christopher Malaisrie) 교수에게 수술 절차를 배웠다.
김호진 교수는 서울아산병원에서 심장이식 수술을 시행할 때마다 수혜자의 심장에서 온전한 폐동맥 동종판막조직을 확보하고 이를 보관하기 위해 조직 처리 작업을 진행해왔다. 또한 돼지 심장으로 ROSS수술 시뮬레이션을 다섯 차례 진행했다.
크리스토퍼 말레이즈리 교수의 지원으로 지난 8월 말 첫 수술이 마무리됐다. 병원 측은 환자는 수술 후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부작용이나 합병증 없이 건강한 상태다라고 설명했다.
김호진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ROSS수술이 재도입됨에 따라 젊은 대동맥 판막 질환 환자들이 오랜 기간 동안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폐동맥 동종판막조직의 확보를 포함한 ROSS수술의 안정적인 시행 기반을 마련하는데 집중하여 많은 환자들에게 최상의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영 기자 sylee03@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