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신용 인프라 미약한 현지 특성상 부실 관리 어려워
27개 국내 금융사 진출했지만 녹록지 않은 현지 적응
2023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K-파이낸스 위크 행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국내 주요 금융기관 수장들 /금융감독원
2023년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K-파이낸스 위크 행사에 참석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국내 주요 금융기관 수장들 /금융감독원

[한스경제=박종훈 기자] 인도네시아는 27개 국내 금융사가 진출해 있는 격전지다. 그만큼 시장에 대한 가능성이 크지만 신용 인프라가 약한 현지 특성을 극복하는 게 만만찮다. 이에 핀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리스크관리 솔루션이 국내 금융사들의 현지 안착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피에프씨테크놀로지스(PFCT)가 인도네시아 현지 최대 개인신용조회사(CB) '페핀도'와 AI 신용평가 점수체계 및 모델을 개발하고 이를 현지 금융기관에 공급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핵심 솔루션 '에어팩'을 판매하는 내용이 골자다.

PFCT는 지난 2015년 설립돼 '피플펀드'란 이름으로 온라인투자연계금융을 제공해 왔다. 설립 후 9년 동안 자체 개발한 신용평가 기술에 기반해 중저신용자를 위한 중금리 대출을 제공했다. 이를 기반으로 개발된 것이 '에어팩' 솔루션이다.

지난 2022년 말부터 국내 금융사들과 리스크 관리 솔루션 에어팩의 B2B 공급 논의가 시작됐다. 이후 2023년 8월부터 솔루션을 공급하기 시작했고, 특히 지난 2월부터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OK금융그룹, KB국민은행, 우리카드에 이를 공급하고 있다.

◆ 고전하는 K-금융, 왜?

인도네시아는 세계 4위 인구대국이다. 2억 8000만명에 달하며, 향후 경제 성장성 등을 감안하면 더욱 매력적인 시장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의 진출이 활발한 곳인데, 이에 발맞춰 금융사들의 진출도 이어졌다.

그러나 현지 안착은 녹록지 않다. 문화적 차이는 물론, 제도나 규제도 차이가 있으며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인프라 수준도 다르다. 무엇보다 신용 인프라의 기반이 취약하다는 점은 금융사가 현지 사업을 하는 데 가장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PFCT의 에어팩이 OK저축은행, KB뱅크(부코핀), 우리파이낸스 인도네시아 같은 현지 진출 국내 금융사들에게 어필한 부분이다. 신용점수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부실 가능성을 정밀하게 선별하는 역량을 갖고 있으며, 자연스레 연체율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고 PFCT는 자부하고 있다. 

또한 이번 페핀도와 협업으로 향후 에어팩 솔루션의 '현지화'는 더 정밀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현지 1위 CB사의 여신데이터를 활용해 고도화 작업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PFCT는 기존 'P2P' 금융에서 B2B로 사업의 무게중심을 크게 옮긴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회사 전체 인력 중 53.9%가 개발 인력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이를 대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연간 50억~100억원의 기술 투자를 다년간 집중했다.

현재 PFCT는 월 매출 10억원 가량을 올리고 있는데, 에어팩을 중심으로 한 B2B 사업의 이익기여도는 30% 가량이다. 향후 안정적 성장으로 손익분기점에 다다르는 것이 재무적 차원에서는 가장 큰 목표다. PFCT는 시리즈 C라운드까지 진행해 10월 말 기준 누적 1452억원의 투자금을 베인캐피탈, 골드만삭스, CLSA캐피탈파트너스, 500글로벌, 카카오페이 등으로부터 유치한 바 있다.

이수환 PFCT 대표는 “인도네시아 금융 시장에 진출하면서 금융사들의 무수익여신(NPL) 비율을 낮추는 등 수익성과 경쟁력을 확대하려면 전체 신용 데이터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다”며 “인도네시아가 ‘K-금융의 격전지’인만큼, 현지 1위 CB사와 함께 개발하는 ‘에어팩’ 솔루션이 대한민국 금융사들의 해외 영토확장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고 수준의 AI신용평가모델 및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전했다. 

◆ 어째서 인도네시아인가?

골드만삭스는 2050년 중국, 미국, 인도에 이어 인도네시아가 세계 4대 경제 대국으로 성장할 거라 전망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규모는 2020년 대비 5.7배 성장해 6.3조달러에 달할 거라는 예상이다. 특히 2차전지 핵심 소재 니켈을 포함한 성장산업 내 핵심 광물자원을 보유하고 있기에, 다양한 미래성장산업 밸류체인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나라로 손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23년 인도네시아의 1인당 GDP가 처음으로 5000달러를 돌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과 같은 사례를 감안하면 5000달러 돌파 후 10년 내 1만달러 돌파 가능성이 높다. 이 소득구간은 은행 이용률이 급증하고 증권업 등이 개화하기 시작하는 '금융 성장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아직 인도네시아의 '금융 침투율'은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비교적 확산돼 있는 것은 은행 계좌다. 인도네시아의 금융 당국인 OJK는 2021년 기준 은행 계좌 보유 비중은 52.8%라고 밝혔다. 그에 반해 증권의 경우 2023년 10월 기준 4.3%에 불과하며, 2021년 기준 신용카드는 1.6%, 체크카드는 4.4%, 보험은 2022년 기준 2.7%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은행은 현지와 외국계를 포함해 무려 105개가 경쟁 중이다. 현지 금융 당국은 금융위기 이후 건전성 강화를 위해 이를 80여개로 통폐합하는 구조개편을 추진 중에 있다.

자산 순위로 톱클래스는 현지 은행들이며, 외국계 중에선 주로 일본계 은행들이 10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현지 진출 국내 은행들은 20위권 밖이다. 이들은 기성 은행들과 함께 최근 등장한  인터넷은행과 경쟁도 해야 한다. 

국내 금융권에선 향후 증권업이 인도네시아 금융산업의 핵심 축이 될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인도네시아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7430억달러로, 한국의 38% 수준이다. 특히 GDP 대비 시가총액이 2022년 기준 48.5%인데, 이는 인접국인 태국(119.4%), 말레이시아(91.6%), 베트남(60.9%) 보다도 낮다.

코로나19 이전에 주식계좌 보유 비중은 0.9%에 불과했다. 그러나 매년 50개 이상 기업이 신규상장하는 등 시장 성장이 가속도가 붙고 있다.

은행과 달리 증권업은 외국계가 경쟁력을 갖고 있다. 상위 10위권 증권사 중 6개가 외국계 증권사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이 2023년 기준 거래 점유율 5.77%로 6위권에 안착해 있다. 아직 확실한 강자가 없는 만큼 충분히 우리 증권사들의 역할이 가능하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거래금액 기준으로는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동안 1위 자리를 지켰다. 그외에도 점유율 기준 KB증권이 14위, 한국투자증권이 17위 수준이며, 최근 한화투자증권 역시 현지에 진출했다.

보험업의 침투율은 더 미미하다. 2022년 기준 생명보험은 0.9%, 손해보험은 0.5%에 불과하다. 세계 평균은 생명보험이 2.8%, 손해보험이 4.0%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이 5.4%, 5.8% 수준인 것에 비해 차이가 크다.

자연스레 대중들의 보험 상품에 대한 이해와 인식도 매우 부족하며, 일부 중상위 이상 소득계층을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 있다. 계속보험료 비중도 51.5%에 불과하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아세안 국가 중 유일하게 자동차보험이 비의무인 나라다.

그러나 국내 보험사들은 이미 지난 1990년대 후반부터 현지에 진출해 있는데, 타 금융업권에 비해 오히려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삼성화재를 필두로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생명·손보 외에도 DB손보도 진출을 가늠하고 있다. 이들은 초기엔 한국 교민과 기업 대상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었는데, 최근엔 현지화에 더 주력하고 있다. 특히 최근 정부 주도로 자동차보험 의무화가 논의되고 있기에 본격 성장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은 인구의 규모만이 아니라 구성 차원에서도 가능성이 크다. 인구 54% 가량이 MZ세대로 분류할 수 있는 젊은 나라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금융에 대한 선호도가 높으며, 국토가 넓고 도서지역으로 흩어져 있기에 이를 극복하기 위한 디지털금융이 일찍부터 도입된 바 있다. 중앙은행 차원에서 QR코드 기반 간편결제 표준모델 QRIS를 도입하기도 했다.

따라서 국내 금융사들은 이러한 현지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활용안이 요구된다. 가령 무선인터넷 네트워크의 낮은 속도 등을 감안해 페이지 로딩량을 줄인 간략화된 앱 출시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현지 타깃 고객의 금융 인식 수준 등을 고려한 카툰이나 영상 콘텐츠를 이용한 홍보 전략 역시 많은 국내 금융사들이 현지에서 시도하고 있다.

 

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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