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장기화 전망에 따라 저가 소형이 전기차 주류 이룰듯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 '가성비'를 갖춘 저가 전기차가 화두다. 세계 각국의 자동차 회사들이 '캐즘' 돌파구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면서 시장을 형성하는 모습이다. 업계를 선도하고 있는 BYD를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르노그룹, 테슬라 등이 저가 전기차 시장에 참전하면서 격전이 예상된다.
저가 전기차 공세의 선두에는 BYD가 있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BYD는 저가형 전기차를 필두로 가파르게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 302만대를 달성한 BYD는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액 693억달러(약 97조원)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0% 가까운 성장세를 나타냈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포함한 올해 1~9월 누적 전기차 판매량은 261만5000대다. 점유율은 22.3%로 전 세계 1위를 수성했다. 지난 2022년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전기차와 PHEV에 집중한 지 2년 만에 왕좌에 오른 셈이다.
전기차 라인업에는 '바다' 시리즈와 '왕조' 시리즈 등이 있다. 보급형 전기차 라인인 '바다' 시리즈의 씰, 돌핀, 시걸 등이 2000만원대 이하의 가격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소형 전기차 돌핀과 경형 전기차 시걸은 중국 내에서 한화 기준 1000만원대로 압도적인 가격 경쟁력을 자랑한다. BYD는 지난달 막을 내린 파리모터쇼에서 3000만원대 중형 전기 SUV '시라이언7'을 공개하면서 중저가까지 차종을 확장하고 나섰다.
스텔란티스, 르노그룹 등도 저가 전기차 시장에 발을 들였다. 지난 파리모터쇼에서 스텔란티스는 산하 업체 시트로엥이 2만3000유로대의 소형 전기차 e-C3를 전시했다. e-C3는 시트로엥의 주력 차종인 C3의 4세대 모델로 전기차 버전이다. 스텔란티스는 오는 2025년 2만유로보다 낮은 가격대의 차종도 선보일 예정이다.
르노그룹은 르노와 다치아, 알핀, 모빌라이즈 등 산하 브랜드들이 7종의 차량을 공개했는데 이 가운데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이 주목받았다. 르노 4 E-Tech 일렉트릭은 1960년대에 출시한 르노4를 전기차로 개량한 모델이다. 가격은 3만유로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예상됐다.
전기차 '붐'을 이끌던 테슬라도 뒤질세라 값싼 전기차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테슬라는 모델3보다 가격을 낮춘 모델2 생산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완성차 업체도 빠지지 않는다. 현대자동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인스터)을, 기아는 EV3를 시장에 내놨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전체 생산량 가운데 과반을 수출 물량으로 배정한 만큼 해외 시장이 주무대다. 지난달 첫 수출 선적을 마친 캐스퍼 일렉트릭은 유럽을 시작으로 일본 등 아시아와 중동까지 글로벌 50개국 도로 위를 누빌 전망이다. 현재 이 차종은 유럽 시장에서 영국 2만3495유로, 네덜란드 2만4295유로, 프랑스 2만5000유로 등으로 가격이 형성돼 있다.
EV3는 국내 시장에서 일으킨 반향을 토대로 이달 유럽 출시를 앞두고 있다. E-GMP를 탑재한 전용 전기차 EV3는 현대차자동그룹을 통틀어 나온 첫 소형 전용 전기차다. 기아의 니로 EV가 현지에서 연간 10만대 이상 팔린 만큼 기대감도 크다.
업계는 당분간 저렴한 소형 전기차가 시장에서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친환경에 반감을 지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하면서 캐즘이 장기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저가 정책으로 소비자를 유인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 전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기차 캐즘은 길어질 전망"이라며 "저가 전기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토대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갖춘 차종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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