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두산로보틱스, 지난달 30일 자진 정정신고서 제출...금감원 "면밀히 심사"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관건...국민연금·주주 설득해야 
지난달 21일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관련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열린 두산에너빌리티-두산로보틱스 분할합병 관련 기자간담회. (왼쪽부터)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두산그룹이 사업구조 재편에 걸림돌이었던 금융감독원의 산을 넘는 중이다. 그러나 주식매수청구권이라는 또 다른 산이 남아 있다. 국민연금의 선택에 따라 구조 재편의 마지막 퍼즐이 완성될 전망이다. 

아직 금감원의 정정요구 결정일이 이달 8일까지로 남아있지만, 지난달 31일 금감원 기자간담회에서 함용일 부원장은 시가를 기준으로 한 가치 산정에 대해 "일부 문제가 있어 재도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해 '가치 산정' 자체를 문제 삼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 금감원 "정정 신고서, 면밀히 심사할 것...관련 제도 개선"

두산그룹은 지난 7월 두산에너빌리티의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물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키는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수차례 정정을 요구하면서 두산은 기존 방식 대신 합병비율을 재산정해 재추진하고 있다. 

이후 지난달 30일 두산로보틱스는 외부평가기관을 추가하겠다는 정정 증권신고서를 냈다. 합병 절차상 공정성과 객관성을 강화하기 위해 합병가액 외부평가기관을 추가로 선정해 검증을 받겠다는 것이 골자다. 

금감원은 합병과 관련된 정정 신고서를 제출하는 두산에 "정확한 설명이 기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가치 산정 방식'이 아닌 '가치 산정'에 대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함용일 금감원 자본시장회계 담당 부원장은 지난달 31일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 및 질의응답'에서 "금감원은 주어진 심사 권한으로 상세히 공시되도록 요구했다"며 "정정 신고서 관련해서는 추가 외부 평가와 관련해 투자자에게 정확한 정보 제공되도록 면밀히 심사하겠다"고 말했다.

두산로보틱스는 "두산로보틱스의 직전사업연도 외부감사인이었던 안진회계법인이 합병가객 산정에 대한 평가를 담당했다. 회계법인 및 법률자문사 등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다만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오해의 소지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당초 금감원은 기존 효력발생일 하루 전인 지난달 30일 증권신고서에 대한 정정요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두산그룹이 자진정정함에 따라 오는 8일까지 정정요구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두산은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의 합병비율을 기존 1대0.031에서 1대0.043으로 높였다. 합병비율이 적정하냐는 물음에 함 부원장은 "여러 방식이 있는데 금감원이 옳고, 그르다를 정할 수 없다"며 "다만 왜 이 방법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자세히 기술함으로 투자자들이 그에 따라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끔 하면 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두산 사태를 겪으면서 기업 합병 사안에 있어 시가 기준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함 부원장은 "가치 산정 문제나 비율 등 시장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제도 개선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최근 자본시장 현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 이제 남은 산, '주식매수청구·국민연금' 

이제 두산에 남은 과제는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다. 이번 사업의 주된 목적이 두산에너빌리티의 투자 여력 확보이기 때문이다. 주식매수청구 규모가 커질수록 투자 재원이 줄어들어서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식매수청구 한도는 6000억원이다.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두산에너빌리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4345억원으로, 한도를 넘어설 경우 합병은 무산될 가능성이 높다. 6000억원을 넘지 않더라도 규모가 크다면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이 상실될 수 있다. 두산은 두산밥캣을 떼어내면서 사라지는 차입금(7000억원)과 비영업용 자산 처분으로 현금 5000억원 확보로 총 1조2000억원가량의 재무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두산로보틱스에도 5000억원 한도의 주식매수청구권이 남아 있다. 매수청구가격이 8만472원인 반면, 지난 금요일 종가는 6만8700원으로 대규모 매수청구권 행사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아울러 합병의 키는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민연금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6.94%를, 두산밥캣 주식 6.49%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혼자서도 주식매수청구권 한도인 6000억원을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액주주와 연합해 반대표를 행사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다. 

주식매수청구권으로 인해 합병 결의까지 마친 합병이 무산된 경우도 있다. 앞서 지난 2014년 삼성엔지니어링과 삼성중공업은 합병 과정에서 주식매수청구가 한도를 넘어서면서 합병을 접었다. 당시 국민연금을 비롯해 일반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삼성중공업에 대한 주식매수청구는 한도(9500억원)를 넘어서지 않았지만, 삼성엔지니어링의 주식매수청구는 한도인 4100억원을 72% 초과한 7063억원에 달했다. 합병이 진행되는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의 주가 하락이 지속 하락하면서 대거 주식매수청구를 행사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주가는 지난 7월 사업구조 재편 계획을 발표한 이후 2만5000원(7월18일)까지 올랐다가 1만5150원(8월5일)까지 떨어졌다. 현재는 2만원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종가는 1만9980원으로 매수청구가격 2만890원을 밑돌고 있다. 주주 명부는 이미 폐쇄됐지만 주가가 떨어진다면 기존 주주들이 매수청구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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