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車 업계 전망 갈려…트럼프 당선시 전기차 수출 급감 예상
해리스는 기존방향 엎을 가능성 낮아…친환경차 확대도 기대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연합뉴스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연합뉴스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미국 대선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내 자동차 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기차에 우호적인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정반대인 공화당 대권 주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맞서면서다.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당선되면 대(對)미 자동차 산업이 축소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급진적인 정책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축소 혹은 폐지, 전면 관세 부과, 중국 수입품 관세 확대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미국 우선주의를 토대로 리쇼어링, 제조업 일자리 창출 등을 위해 기업이 지는 부담을 덜겠다는 취지다.

트럼프는 특히 조 바이든 정부의 전기차 정책에 강한 반감을 보여왔다. 그는 지난 7월 대선 후보 수락 연설에서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지할 것"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전기차 7500달러 보조금 폐지 ▲최대 20% 전면 관세 ▲중국 수입품 60% ▲멕시코 생산 중국 자동차에 최대 200% 관세 등의 공약을 발표했다.

최근에는 내연기관차 금지를 막겠다면서 전기차 축소에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각) 미시간주 새기노 선거 유세에서 "카멀라 해리스의 전기자동차 의무화 정책을 종료하겠다"며 "내가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어떤 주에서도 내연기관 자동차나 트럭을 금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먼저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기차 수출 규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미 자동차 수출 비중은 47.3%에 달했다. 완성차는 50.6%로 과반을 넘어섰다. 특히 전기차는 전체 수출국 가운데 미국으로 보내는 차량이 45.5%다. 연평균 56.2%의 높은 증가율을 보여온 만큼 전기차를 제조하는 국내 업체들의 대비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트럼프는 지난 재임 시절에도 보여줬듯 독단적인 성향이 강해 당선될 경우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대미 흑자가 큰 현대차그룹은 플랜B가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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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부통령도 그간 밀어붙이던 ‘전기차 의무화’에서는 한발 물러섰다. 그의 대선캠프는 지난달 "전기차 생산 의무화 정책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해리스가 전기차 보급 확산이라는 기존 방향성을 뒤엎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해리스는 최근 유세에서 지난 트럼프의 재임 시절 스텔란티스 등 몇몇 자동차 공장이 문닫은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우리는 철강, 위대한 자동차 산업 등 미국을 건설한 산업에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가 지난 2020년 대선 당시 2035년 전기차 등 무공해 차량 생산을 공약한 만큼 당선 이후 정책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을 수도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에는 청신호다. 김 교수는 “해리스는 바이든 대통령의 친환경 정책을 이어가다 이를 확대할 수 있다”며 “지금의 기조대로면 국내 업계로서는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부분은 트럼프와 해리스 모두 대선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대선 당시만 해도 '자유무역' 기치를 내걸었던 민주당과 공화당이 당시 트럼프가 당선된 요인이었던 보호무역주의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관세 인상이 제조 업체의 비용을 늘려 결과적으로는 이를 소비자가 부담할 수 있지만 자국 제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유권자의 표심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 대통령'을 자처하는 트럼프가 대권을 거머쥐면 자동차를 비롯한 수출 규모는 상당수 감소할 수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 업계에 타격이 될 전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지난 4월 발간한 '2024 미국 대선: 트럼프 관세정책의 배경과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관세 정책의 여파로 우리나라의 연간 수출액은 최대 241억달러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보고서는 전면 관세를 적용하면 대미 수출 규모가 152억달러, 제3국 등 간접 수출이 최대 89억달러 축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르더라도 즉각적인 IRA 폐지나 관세 부과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미국 정부가 정책 신뢰성을 유지해야 하는 만큼 정권에 따라 이를 손바닥 뒤집듯이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호근 대덕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책의 연속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부분”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선언적인 의미의 의견이라고 본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자국 산업 보호 측면에서는 IRA를 축소할 수는 있겠지만 전면 백지화하거나 관세 카드로 무역 장벽을 쌓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산업연구원은 이날 '미국 대선 시나리오별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방향' 보고서를 내고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자동차, 배터리, 방위 산업의 청신호를 전망했다. 대미 자동차 수출 호조와 함께 수요 캐즘을 겪는 배터리 산업의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은미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미국 대선에서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 한국 경제와 산업 경쟁력의 재도약을 위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하고 대선 직후에는 액션 플랜이 가동돼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최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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