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사와 달리 신차 계획도 없어…GM-현대차 동맹 방향 불투명
[한스경제=최창민 기자] 한국GM이 전략 차종 '트랙스 크로스오버'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내수 시장에서는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올해 연식 변경 차량을 내놨음에도 판매량이 반등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럼에도 한국GM은 KG모빌리티, 르노코리아 등과 달리 별다른 신차 생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산 완성차 업체로서 입지가 흔들린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 수출 효자 '트랙스'…내수는 내리막
4일 한국GM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9월 글로벌 시장에서 총 3만8967대를 팔았다. 지난해 9월보다 6.6% 증가한 수준이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트랙스) 수출 물량이 전년 동월 대비 늘어난 덕이다. 이에 최근 6개월간 총판매량 증가율은 4월(7.7%↑), 5월(27.2%↑), 6월(1.9↓), 7월(44.6%↓), 8월(50.7%↓), 9월(6.6%↑) 등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과 8월 임금·단체협상 당시 부분 파업에 따른 판매량 감소 시기를 제외하고는 양호한 성장세다.
이 같은 판매량 호조는 해외에 팔린 트랙스의 역할이 컸다. 한국GM의 전략 차종인 트랙스는 판매 비중이 이달을 포함해 최근 6개월간 꾸준히 60%를 상회했다. 지난 8월에는 71.5%까지 치솟기도 해 한국GM이 곧 트랙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문제는 국내 판매고다. 지난 1월 2246대가 팔렸던 트랙스는 8월 1145대까지 줄어 판매량이 반토막났다. 9월(1444대)에는 간신히 평월 수준을 회복했지만 지난 3월 2025년형으로 상품성을 개선한 연식 변경 모델을 선보였음에도 저조한 실적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국GM 내외에서는 신차 생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한국GM은 올해 쉐보래 콜로라도, 캐딜락 리릭·XT4 등 신차를 출시했지만 모두 수입차다. 경쟁사인 KG모빌리티와 르노코리아가 각각 액티언 2세대, 그랑 콜레오스 등 국산 신차를 내놓은 것과 대비된다. 업계 관계자는 “르노코리아는 신차 그랑 콜레오스를 생산하고 있고 전기차 폴스타4를 향후 제조하기로 하는 등 부산공장을 필두로 전략을 펼치고 있어 한국GM과 대비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 신차 계획 전무…전동화는 사실상 백지화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도 한국GM은 별다른 신차 생산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6000억원대가 예상됐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차 투자 계획이 전면 취소된 것이 단적인 예다. 지난달 초 마무리된 임단협 잠정합의안에는 부평·창원공장에서 생산 중인 차종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이 담겼지만 시점은 2027년 1분기로 다소 늦다. 2대주주인 한국은행이 지분을 2028년까지 유지하기로 해 최소 2028년까지 공장은 존속할 전망이다. 다만 GM의 과거 전력을 볼 때 시장 상황에 따라 존폐의 기로에 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계적 흐름인 전기차 생산도 시계 제로다. 현재 전기차 시장은 캐즘으로 파이가 급격히 줄었다. 여기에 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음 달로 다가오면서 정권에 따른 전동화 투자 방향성까지 갈림길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한국GM의 국내 전동화 투자는 막힐 수 있다. 특히 앞서 트럼프 1기 체제에서 한국GM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디트로이트 복귀설에 시달리는 등 부침을 겪었다.
최근 GM이 현대자동차와 협력 관계를 맺은 것도 투자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다. 양사는 지난달 자동차 기술 개발과 생산 등 전방위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이는 GM이 현대차와 전기차, HEV 등 관련 기술을 공유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둔 것으로 GM이 향후 한국GM을 향한 전동화 투자를 집행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누적 적자로 미국 GM 본사의 추가 투자가 녹록지 않은 점을 언급한다. 대우자동차 시절부터 GM대우, 한국GM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고비를 넘긴 한국GM은 지난 2014년부터 2021년까지 8년 내리 적자를 냈다. 군산공장과 부평2공장을 연이어 폐쇄하고 전략 모델에 집중하면서 흑자 전환에 성공, 적자를 일부 해소했지만 갈 길이 멀다. 털어야 할 미처리결손금은 여전히 2조8000억원이 넘는다. 이를 트랙스와 트레일블레이저로 지속 삭감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한국GM은 주력 차종이 2개로 규모가 작은 상황인데 이마저도 트랙스는 연식이 지나 신차 효과가 감소하는 상황"이라며 "국내 완성차 업체의 입지가 흔들리는 것이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최창민 기자 ichmin6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