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만 의무고용률 준수...164개사는 고용 대신 부담금 납부
"부담금 증액 등 제재 강화 필요"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이 제정돼 도입된 지 35년이 지났다. 국가를 비롯해 자방자치단체, 상시근로자 50명 이상의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에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도록하는 의무를 부과했지만,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곳은 허다했다. 그에 따른 부담금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민간기업 중 국내 시총 250대 기업(2023년 말 기준)의 장애인 고용실태와 그에 따른 해법을 살펴봤다.<편집자주>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장애인의 삶과 질 향상의 일환인 고용률 확대는 여전히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대신 부담금을 납부하면서 '돈만 내면 되지'라는 안일한 인식이 자리잡은 것이다.
25일 <한스경제>가 분석한 시총 250대 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은 1.8%를 기록했다. 그중 의무 고용률인 3.1%를 넘긴 곳은 34개사로 확인됐다. 반면 1%도 넘지 못한 기업은 27개사에 달했다. 아울러 26.8%(67개사)는 장애인 고용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는 물론 홈페이지에도 게재하지 않았다.
◆ '4.4%' 팬오션...SK가스는 전년比 58% 증가
팬오션은 4.4%로 전체 1위를 차지했다. 2022년보다 0.1%p 상승한 수치다. 장애인 표준 사업장인 케이디텍에서 일하는 장애인 26명을 포함해 전체 사업장에서는 총 30명의 장애인이 근무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도 함께 진행, 지난해 교육 참석률은 100%로 확인됐다.
그외에도 의무고용률을 준수한 기업은 34개사다. 그중 SK가스는 지난해보다 장애 사원은 1명 더 늘어난 반면 고용률은 0.2%p 증가한 3.8%를 기록했다. 상법에 명시된 장애인 고용인원 산정 기준에 따라 중증장애인 고용시 경증장애인 2명을 고용한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쌍용C&E와 롯데지주의 경우 2022년에는 공개하지 않았던 정보를 지난해 공개하면서 의무고용률까지 포함했다. 지난해 고용률은 각각 3.2%를 기록했다.
한편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않았지만, 고용 확대를 위해 노력 중인 기업들도 있다. 삼성중공업은 2022년(0.3%)보다 8배 이상 늘어난 2.6%로, 전체 기업 중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LX인터내셔널 역시 2022년(1.3%)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2.7%를 기록했다.
반면 2022년 9.8%로 높은 고용률을 기록했던 동원산업은 지난해 1.1%로, 의무고용률도 준수하지 못했다. 2022년 53명의 장애 사원이 근무했던 것과 달리 지난해는 9명으로 규모를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 66%는 의무고용률 미준수...67개사는 미공개
250대 기업 절반 이상인 164개사는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않았다. 공개사 중 HBL과 휠라홀딩스는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네이버의 경우 0.2%(11명)의 저조한 고용률을 기록한 것과 달리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네이버핸즈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총 54명의 장애 사원이 근무하고 있다.
반면 1%대 고용률을 유지하지 못하고 고용 규모가 줄어든 곳들도 눈에 띄었다. 한화솔루션은 전년(1.7%)의 절반 수준인 0.9%를 기록했다. 그밖에 SK텔레콤은 전년 대비 0.1%p가, 현대글로비스는 0.2%p가 줄어들면서 1% 미만으로 고용 규모가 줄어들었다.
아울러 대한유화와 HMM 등 2곳은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공개한 10년 연속 장애인 고용의무 불이행 명단에 포함됐다. 지난해 대한유화는 0.7%를, HMM은 0.3%를 기록했다.
이들 중 대부분은 의무고용률을 지키는 대신 부담금을 납부했다. 김소희 국회의원(국민의힘 비례대표)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장애인 고용의무가 있는 민간기업 3만897곳 중 58%(1만7928곳)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발생한 부담금은 7443억원에 달했다.
특히 직원이 1000명 이상 있는 사업체, 대기업이 내는 부담금은 3354억원으로 전체 부담금의 45%를 차지했다.
한진칼의 경우 부담금 납부액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게재했다. 2021년 2억8000만원에서 2022년 3억8000만원, 2023년 3억9000만원으로 계속 증가했다.
한편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는 기업들이 67개사에 달했다. 이들 중 △삼성바이오로직스 △HD현대 △금호석유 △영원무역 등 4개사는 지난해 고용률을 공개했음에도 올해는 현재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나머지 기업들은 2022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고용률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밖에 두산과 한전KPS의 경우 신규채용 수만 보고서에 공개했다. 지난해 두산은 31명의 장애인을 고용했고, 한전KPS는 2명을 신규 채용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의무고용률을 준수하지 않은 이상 공개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공개하는 것을 꺼려한다"며 "ESG가 활발하게 논의되면서 여성이나 장애인 고용에 많은 신경을 쓰는 것은 사실이지만, 업계에 따라 기업들마다 힘든 부분이 있다"고 토로했다.
◆ 전문가, 입 모아 "부담금 증액 필요"
전문가들은 부담금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김소희 의원은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부담금으로 때우고 있다"며 "장애인 의무고용률 기준을 높이거나, 고용 부담금을 크게 증액하는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도 보고서를 통해 규제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지난 5년간 고용의무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비교국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주 제재 정도를 강화했다"며 "고용률이 낮은 기업을 대상으로 고용부담금을 상향하거나 납부대상이 되는 사업체 범위를 확대시켜 사업주 제제의 강도를 높여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고용이행여부 정도에 따라 부당금률 가중 징수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개편해 왔지만 대기업의 고용의무 이행률은 상대적으로 낮고, 장애인 고용이 사회적 통합 책임이라는 인식이 아직 미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민간기업의 장애인 고용을 독려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고민 중이다. 고용노동부는 관계부처 등과 전담팀을 꾸려 △장애인 구분모집 확대 △응시자의 맞춤형 편의제공 △임용 후 근무여건 지원 강화 등을 논의하고 있다.
임영미 고용노동부 통합고용정책국장은 "민간기업의 경우 장애인 고용을 어려워하는 기업대상 컨설팅을 대폭 확대하고, 중증장애인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설립규제를 완화하는 등 지속가능한 양질의 일자리 확대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