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최대주주 영풍·MBK 고려아연 공개매수...“최대주주 경영권 강화 차원”
고려아연 “‘약탈적 기업사냥꾼’ MBK의 적대적 M&A 반대”...영풍과 특별관계자 관계도 해소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각사 제공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각사 제공

[한스경제=김우정 기자]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까지 참전하면서 양사의 갈등이 사생결단 대결로 치닫고 있다.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일가와 영풍 장형진 고문 일가 사이의 75년 동업관계는 이미 결별 상태다. MBK가 2조원의 자금력으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서자 고려아연은 ‘적대적 인수합병(M&A)’이라고 비판하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우군 확보에 나섰다.

영풍그룹은 지난 12일 MBK과의 주주간계약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 절반+1주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했다. 다음날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 올라선 MBK는 영풍과 고려아연에 대한 경영권 강화 목적으로 공개매수 신고서를 공시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MBK는 주당 66만원에 최소 144만5036주(6.98%)에서 최대 302만4881주(14.61%)까지 사들일 예정으로 최대 2조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MBK의 공개매수가 완료된다면 영풍과 MBK 측의 지분은 최대 47.7%까지 늘어난다.

이번 공개매수에 대해 고려아연은 MBK를 ‘약탈적 투기자본’이라며, 영풍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등 영풍 경영진에 대해 각종 가처분, 업무상 배임, 손해배상청구 등의 민·형사상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지난 18일 영풍과 MBK 측은 “공개매수는 명백한 최대주주, 1대 주주의 경영권 강화 차원”이라며 “장씨와 최씨 일가의 지분 격차만 보더라도 일각에서 주장하는 적대적 M&A는 어불성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영풍그룹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창립한 회사로, 현재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경영하고 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은 장씨 일가가 33.1%, 최씨 일가가 15.9%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고려아연의 우호세력으로 평가되는 현대차, LG화학, 한화그룹의 지분 총 18.4%을 더하면 최씨 일가의 지분은 34.3%로 늘어난다. 고려아연은 아연·연·은·인듐 등 비철금속 분야 세계 1위 기업으로, 국내 자동차·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핵심 공급망을 담당하며 주요 대기업과 우호적인 공급망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영풍은 “2대 주주그룹과 많은 격차가 나는 최대주주가 경영권 강화를 위해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려는 것이 어떻게 적대적 M&A로 매도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MBK도 “영풍과 고려아연은 공정거래법상 장형진 고문을 총수로 하는 대규모기업집단 영풍그룹의 계열사들”이라며 “최 회장 측이 주장하는 계열 분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라고 부연했다.

고려아연 측은 박기덕 사장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기업사냥꾼 MBK의 약탈적 M&A에 반대한다”며 “영풍은 빈번한 환경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등 사회적 책임을 방기한 채 약탈적 자본과 결탁해 고려아연의 지분과 경영권 확대하는 데에만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취득할 경우 사모펀드의 본질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해 전체 주주들과 구성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독단적인 경영을 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차전지 소재와 자원순환(폐배터리·리사이클링), 신재생에너지 등 신규 사업을 제대로 추진하지 못해 주주가치가 훼손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박 사장은 “MBK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인수한 다음 해외자본에 재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국가기간산업과 이차전지 소재 관련 핵심기술과 역량이 해외로 유출될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고려아연은 “MBK가 운영하는 블라인드 펀드 대부분은 상당수가 중국계 기업과 자본이 포함돼 있다”며 “이번 M&A가 이뤄질 경우 고려아연이 중국 배제를 핵심으로 하는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 연합뉴스 제공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가운데)이 19일 오전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은 강성두 영풍 사장, 오른쪽은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 / 연합뉴스 제공

◆MBK “7%만 확보해도 성공”...‘백기사’ 확보 나선 최윤범 회장 “이길 계획 있다”

MBK는 지분 7% 이상만 확보해도 기존 영풍 지분에 더해 40% 이상의 지분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경영권 방어를 위해 글로벌 ‘백기사’ 기업 확보에 나섰다.

MBK는 지난 19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윤범 회장의 경영 관련 의혹들을 제시하며 공개매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날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대 수량을 확보할 경우 발행 주식수 기준 48% 가량을 확보하고, 최소 물량인 7%를 확보한다고 해도 영풍정밀 지분까지 모두 반영하면 의결권 기준 44% 정도 지분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배경에 대해 최윤범 회장 취임 이후 무분별한 투자로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이 대폭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지난 2019년 고려아연의 금융권 차입 부채가 410억원이었지만 올해 6월 말 1조4000억원에 이른다는 점을 제시했다. 또한 무분별한 투자 사례로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하는 사모펀드 출자 ▲SM엔터테인먼트 투자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등을 지적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모습 /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모습 / 고려아연 제공

고려아연은 즉각 해명자료를 발표해 MBK의 주장은 ‘악마의 편집’이며, 모든 수치를 왜곡했다며 제기된 의혹들을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통상 기업은 보유 현금을 계산할 때 상대의 일방적 주장처럼 현금 및 현금성자산만을 고려하지 않는다”며 “올해 6월말 연결기준 당사의 부채비율은 36%로, 매우 튼튼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그니오홀딩스 투자와 관련해선 “지난 2022년 이그니오 인수 당시 이그니오의 기존 주주가 가진 트레이딩 부문의 자산도 함께 취득했다”며 “이그니오 인수 이후 페달포인트의 매출액은 흑자전환을 위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해외시장에서 자원순환 등 신규사업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사업환경 변화과 경영상 필요에 따라 투자계획이 일부 수정되거나 비용이 늘어나는 경우가 빈번하다”며 “아무런 구체적인 근거자료 없이 문제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악의적이고 허황된 의혹 제기에 불과하며 당사의 사업구조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추석 연휴 기간 일본을 방문해 소프트뱅크 등 일본 주요 상사 기업들과 접촉하는 등 우군 확보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내달 4일까지의 공개매수 기간 중 추석 연휴 등 공휴일을 제외하면 영업일이 단 10일 뿐이라는 점에서 우호세력 지원이 단기간에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력한 방안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최 회장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특별관계자 해소를 공시한 만큼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에 대항한 주식 매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은 “이기는 방법을 찾아 낼 수 있었다”며 “온 힘을 다해 공개매수를 저지하고 이 싸움에서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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