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시장은 패닉바잉 여전…은행권, 전방위 가계부채 조이기 돌입
서민 실수요자 '대출 절벽' 우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구축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구축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통상적으로 부동산 시장 비수기로 불리는 지난 7월 서울 주택 매매거래량이 1만2783건을 기록했다. 서울 주택 거래량이 1만건을 넘어선 것은 2021년 8월 이후 2년11개월 만이다. 거래 증가를 견인한 건 아파트였는데, 9518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0% 급증했다.

문제는 집값이 "집값은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너도 나도 빚을 내 주택 매수에 나서는 '영끌족' 패닉바잉(공황 구매) 현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아파트값 23주 연속 상승세와 주택 매수자가 40대로 이동한 가운데 정부의 엇박자 정책이 막차 수요까지 자극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29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8월 넷째 주(8월26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전주 대비 0.26% 상승하며 23주 연속 상승곡선을 그렸다. 다만 상승 폭은 직전 주 0.28%에서 0.02%포인트(p) 감소했다.

지난 3월 넷째 주(0.01%) 상승세로 전환한 서울 아파트 가격은 8월 둘째 주(0.32%) 5년 11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1일 부동산원의 연령대별 매입자 거래량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40대 매입 비중은 33.2%로 30대(31.5%) 비중을 넘었다. 서울 아파트 40대 매입 비중이 30대를 추월한 것은 2022년 8월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업계 전문가는 "정부가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시기를 이달로 연기하면서 집값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고 대출 규제 강화 전 서둘러 주택 매입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신생아 대출이나 생애최초주택자금대출 등 정책자금 이용이 가능한 30대보다 40대가 대출 규제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공급 부족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대출을 조여야 할 정부가 오히려 정책 대출을 푼 책임이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후 부랴부랴 은행을 압박해 금리를 높인 정부의 일관성 없는 관치는 서둘러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심리만 더 키웠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조이기에 나선 이유는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3년여 만에 10조원에 육박하는 등 대출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가계부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는 지난달 5조4000억원 늘어났다.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애꿎은 실수요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갭투자 등 투기성 대출을 막기 위해서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물 자체가 줄어 세입자가 느끼는 불편함이 더 클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금융당국은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4일 실수요자들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실수요자나 취약계층에 자금 조달 애로가 있을지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이후 그 효과를 보고 추가적인 조치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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