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강상헌 기자] 2024 파리 올림픽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리스트 안세영(22)이 지적한 배드민턴 대표팀 내 불합리한 관습과 제도에 대해 김택규(59)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전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안세영에게 백기를 든 모양새다.
김 회장은 최근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전체적으로 구세대의 관습은 없애야 한다. 예를 들어 국가대표 선발, 후원과 계약에 대한 규정을 모두 손봐야 한다. 선수가 국가대표 생활을 편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안세영은 지난 5일(한국 시각) 파리 올림픽 금메달을 딴 이후 배드민턴협회를 향해 부상 관리와 훈련 방식 등에 대한 작심 발언을 했다. 배드민턴협회는 7일 안세영의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어 15일에는 안세영의 발언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안세영의 작심 발언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진상 조사에 나섰고, 대통령실과 정치권까지 사태를 주시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23일 파리 올림픽 선수단 격려 만찬에서 “우리 젊은 선수들이 더 좋은 여건에서 마음껏 훈련하고 기량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낡은 관행들은 과감하게 혁신해서 청년세대의 가치관과 문화와 의식에 맞는 자유롭고 공정한 훈련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 작심 발언의 후폭풍으로 많은 논란에 휩싸였다. 정부 사업으로 셔틀콕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전체 30%에 달하는 물량을 이면 계약을 통해 추가로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회장의 갑질, 폭언 등에 대한 주장도 나왔다. 또한 배드민턴협회가 절차를 위반하며 진상조사위를 구성한 탓에 결국 22일 문체부 시정명령에 따라 ‘안세영 진상조사위’를 잠정 중단하게 됐다.
신뢰를 잃은 김 회장은 몇 걸음 물러섰다. 안세영의 발언에 대한 반박보다는 지적을 어느 정도 인정 하는듯한 답변을 내놨다. 김 회장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안세영 선수가 금메달을 따고도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은 얼마나 (한이) 맺혔다는 것이겠느냐. (협회장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안세영 선수가 의견을 낸 부분에 대해서 전부 검토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최근 세계일보의 보도에 따르면 현재 김 회장은 안세영과 계속해서 만남을 추진하고 있다. 안세영에게 만나서 대화하고 싶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배드민턴협회는 안세영의 소속팀에 만남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역시도 김 회장의 마음처럼 되지 않고 있다. 당초 29일에 김 회장과 안세영이 만날 예정이었으나, 불발됐다.
강상헌 기자 ksh@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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