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시장 및 회사 상황 고려”
정부 금연 예산 줄고 불순물 사태까지 악재 겹쳐
제일약품 ‘니코챔스’‧한미약품 ‘노코틴’ 등 명맥 유지
[한스경제=김동주 기자] 한 때 국내 금연치료제 시장을 주름잡던 ‘챔픽스(성분명 바레니클린)’가 불순물 사태를 겪으며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한국화이자제약의 경구용 금연치료제 챔픽스는 지난 21일자로 품목 허가가 취하됐다. 지난 2007년 국내 허가 이후 약 17년여 만이다.
금연치료제 시장은 과거 호황을 보냈다. 지난 2015년 정부의 금연 프로그램 지원에 힘입어 매출이 급상승한 챔픽스는 의약품 시장조사 기관 아이큐비아(IQVIA) 기준 매출액이 지난 2014년 63억원에 불과했지만 이듬해 240억원으로 뛰었고 2017년에는 650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정부의 금연치료지원사업 참여자수가 감소세를 보이면서 성장 동력을 잃었다. 실제로 해당 사업 참여자는 지난 2017년 40만 8000여 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2018년 29만 6000여 명으로 줄어든 후 꾸준히 하락했다.
이후 정부의 지원 예산액은 점차 축소됐고 챔픽스의 약가 상한액도 기존 1800원에서 1100원으로 인하돼 매출액 낙폭이 커졌다. 더욱이 전자담배가 연초보다 유해성이 적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금연치료제 시장은 더욱 쪼그라들었다.
시장 규모는 줄었지만 전체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던 챔픽스의 몰락은 지난 2021년 주성분인 바레니클린에서 발암 추정물질인 ‘N-니트로소바레니클린(NNV)’ 성분의 불순물이 검출되면서 비롯됐다.
이에 당시 식약처는 바레니클린 성분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NNV 검출 시험결과를 발표하면서 185ng/일 초과 제품에 대해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고 733ng/일 이상인 제품은 회수를 명령했다. 본사 차원의 글로벌 유통도 잠정 중단됐다.
결국 챔픽스는 불순물 사태 이후 3년 여만에 자진 품목취하를 선택하면서 국내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게 됐다.
한국화이자제약 관계자는 “챔픽스의 재출시에 관련해 면밀한 검토를 진행한 결과 금연치료 환경과 관련 치료제 시장 상황 및 회사의 상황을 고려해 허가 취하를 결정했다”며 “현재 많은 대체제들이 시장에 유통되고 있기에 우려가 없을 것으로 판단해 진행했다”고 전했다.
챔픽스가 사라진 국내 바레니클린 제제 시장은 제일약품의 ‘니코챔스’, 한미약품의 ‘노코틴’ 등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불순물 사태 당시 NNV가 16/7 ~ 43.28ng/일 검출돼 회수와 판매중단 조치를 피한 니코챔스는 이후 크게 성장하며 지난 2022년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또한 지난해 5월 품목허가를 획득한 노코틴의 경우 기존 바레니클린에 ‘옥살산염’을 결합해 열 안정성을 높이고 원료의 균일한 품질을 확보한 제품으로 국내 점유율을 차츰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지원 사업 등이 축소되면서 금연치료제 시장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향후 시장 전망이 좋은 편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동주 기자 ed30109@sporbiz.co.kr



